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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항 너머로 눈덮인 한라산 봉우리 옆으로 갈매기가 날고 있다.
 제주 서귀포 항 너머로 눈덮인 한라산 봉우리 옆으로 갈매기가 날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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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끼고 있는 섬나라에는 전설이 많다. 잡신이 많은 나라 일본이 그렇고,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가리켜 전설의 섬, 신화의 섬이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바다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방증이다.

먼 옛날 기상예보가 발달하지 않은 어촌에서는 불어 닥친 풍랑으로 바다에 나간 어부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바닷가 사람들은 용왕이나 신에 의지해 보살핌을 받으려 했다. 이렇게 샤머니즘은 어촌 사람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에는 바람, 돌, 여자 그리고 다이빙이 있다

문섬 다이빙에서 만난 고기떼가 장관을 이룬다.
 문섬 다이빙에서 만난 고기떼가 장관을 이룬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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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제주. 이곳 제주에 올 때마다 느끼는 첫인상은 단연 '이국적인 정취'다. 이맘때면 국내 다이빙 마니아들은 따뜻한 동남아나 해외로 다이빙 투어를 떠난다. 필리핀의 보라카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팔라우, 멕시코 쿠바의 에메랄드 빛이 영롱한 카리브해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다이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제주도의 겨울 다이빙. 묘미는 다른 데에 있다.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는 드라이슈트를 입고 바닷속에 풍덩 들어가니 손발에 땀을 쥐게 한다. 해외 다이빙 투어에 뒤지지 않는 아름답고 탁 트인 시야, 그리고 연산호는 제주도 바닷속 다이빙의 숨은 매력이다.

제주 문섬 다이빙에 나선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문섬에 내려 장비를 푸고있다.
 제주 문섬 다이빙에 나선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문섬에 내려 장비를 푸고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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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앞바다에는 서귀포를 대표하는 섬이 있다. 이른바 '섬 속의 섬'인데 범섬, 문섬, 섶섬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선문대 할망이 한라산 봉우리를 집어 던져 이것이 나눠지면서 범섬, 문섬, 섶섬이 생겼단다.

키가 큰 것이 자랑인 할머니는 깊은 물마다 들어서서 자신의 키와 비교해봤는데, 어느 곳도 무릎을 넘는 물이 없었단다. 그런데 한라산의 물장오리에 들어섰다가 그만 풍덩 빠져 죽어 버렸다. 물장오리의 물은 밑이 터져 끝없이 깊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잠깐 얘기가 옆으로 샜지만, 아무튼 세섬 중 가장 깊은 곳은 문섬이다.

연산호 군락지, 문섬 바다에 들어가다

문섬다이빙에서 만난 세계10대 해저 비경(秘境)인 연산호가 군무를 이루고 있다.
 문섬다이빙에서 만난 세계10대 해저 비경(秘境)인 연산호가 군무를 이루고 있다.
ⓒ 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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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하룻밤을 보낸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일행은 문섬 다이빙에 나섰다. 1월 29일 서귀포 항에서 다이빙 선을 탔다. 문섬은 서귀포 항 남쪽 1.3km에 있다. 저 멀리 선상 서귀포 항에서 바라본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의 모습이 장관이다. 일행은 다이빙 선에서 들은 문섬의 전설에 쏙 빠졌다. 오랜지리조트 신민국 강사의 입담이 구수하다.

"옛날 제주도에 선문대 할망이라는 키 큰 할망이 있었습니다. 키가 엄청나게 커서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다리가 제주도 앞바다에까지 닿았다고 해요. 제주도에는 많은 오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죠. 이 오름들은 할머니가 수수범벅을 먹고 싼 똥으로 만들어졌답니다.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를 때에 치마의 터진 구멍으로 조금씩 새어 흘러 만들어졌고, 마지막으로 부은 것이 바로 한라산이 됐다 전해집니다. 오늘 다이빙 포인트는 문섬 입니다."

한참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30분이 흘렀다. 배가 문섬에 도착했다. 주변에 있는 3개의 섬은 그 의미가 다양하다. 범(虎)섬은 호랑이가 웅크린 형상이다. 또한 문섬은 모기가 많다고 해서 '모기 문'(蚊)자를 써서 문섬이란다. 문섬은 75m의 수심을 자랑한다. 또한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문섬의 한계창이다.

이곳에는 키만 한 다양한 종류의 산호가 있는데 스케일이 크다. 바다가 깊다 보니 주의할 점은 다이빙 시 질소마취에 주의해야 한다. 질소 마취에 걸리면 뽕 맞은 것처럼 기분이 몽롱해지고 기분이 업(UP)되는 것이 특징이다. 돌출행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이빙 시 버디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질소 마취를 의심해야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 역시 40m의 수심을 찍었는데, 질소 마취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는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세계 10대 해저 비경... 장난 아니네!

수심 38m부근에서 만난 대형 맨드라미 연산호는 수중동물에 속한다.
 수심 38m부근에서 만난 대형 맨드라미 연산호는 수중동물에 속한다.
ⓒ 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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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38m부근에서 만난 대형 맨드라미 연산호와 다이빙 회원들의 모습
 수심 38m부근에서 만난 대형 맨드라미 연산호와 다이빙 회원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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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섬은 세계적인 연산호의 군락지로 많은 스쿠버 다이버들이 찾는 곳이다. 산호는 부유물이 없고 플랑크톤이 많은 곳에서만 서식한다. 바닷속에는 각양각색의 맨드라미 산호와 연산호가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강사를 따라서 일행은 산호 군락지와 구경하면서 점점 더 깊이 바닷속을 맛봤다.

이윽고 다이빙 컴퓨터는 40m 수심을 가리켰고, 이곳에 군락해 있는 연산호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연산호는 수중식물이 아니라 수중동물이란다. 연산호 군락은 서귀포 바다에 집중 밀집돼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돼 있다. 또한 서귀포 바다의 연산호는 세계적인 희귀종이어서 이 일대 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보호구역이란다.

세계 10대 해저 비경(秘境)에 속하는 서귀포 문섬의 바닷속 풍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움 자체. 가슴속에서 터질 듯 설렘이 벅차올랐다. 일행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떼인 참돔, 벤자리, 혹돔 등이 군무를 이룬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는 유지수 다이버가 손짓 발짓으로 일행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자, 제주도 다이빙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면서…. 하나, 둘, 셋 찰칵!"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섬다이빙, #연산호, #제주여행,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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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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