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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오야마 산 중턱에서 바라본 시가켄입니다. 멀리 보이는 둥근 산이 오우미 후지라고 하는 미카미야마 산입니다. 사진 중간 왼쪽이 가미토야마 마을입니다.
 류오야마 산 중턱에서 바라본 시가켄입니다. 멀리 보이는 둥근 산이 오우미 후지라고 하는 미카미야마 산입니다. 사진 중간 왼쪽이 가미토야마 마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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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밥을 먹고 삽니다. 밥은 쌀로 만듭니다. 쌀은 논농사를 지어서 얻은 수확물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쌀농사를 지은 것일까요? 그리고 쌀농사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벼가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보아 열대 지방 어딘가가 원산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쌀은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일까요? 그리고 언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일까요?

쌀이 외부에서 전해진 것이라면 사람들은 밥을 먹기 전에는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쌀을 먹기 전에 사람들은 산에서 나는 열매나 들풀, 그리고 산에서 나는 풀뿌리를 캐먹었을 것입니다.

산에서는 열매나 풀뿌리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동물도 잡아서 고기를 먹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산에 나는 나무를 자르거나 잎을 이용하여 집을 짓고 살았으며, 산에서 나는 나무로 땔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산에서 차고 넘치는 나무를 이용하여 장작을 패기도 하고, 숯을 만들어서 사용하거나 필요한 물건과 바꾸어서 사용했을 것입니다. 또한 산은 여름철 쏟아지는 빗물을 가두었다가 서서히 흘려보내 주변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산은 우리 사람들의 삶의 시작이었고, 근본이었습니다.

  장로 제관 집에 차려놓은 산신제 제상입니다. 같은 시가켄이지만 산신제 제물 역시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장로 제관 집에 차려놓은 산신제 제상입니다. 같은 시가켄이지만 산신제 제물 역시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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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산에 대해서 품고 있는 고마움과 감사의 표현이 산신신앙입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대주는 산에 대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자식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많은 자식을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은 노동력을 얻게 되고 더 많은 수확물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산을 무대로 살아갈 때부터 자연히 산신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산신은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와 물물교환에 필요한 재화를 공급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녀를 생산하는 것 역시 산신의 도움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산신 신앙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산에 대한 고마움뿐만 아니라 산신에게 자녀와 가축의 번성과 재산의 풍요를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산신이 직접 인간을 만족시키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산신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의식과 산신에게 풍요와 번식, 가축과 가족의 번성을 기원하는 마음만으로도 사람들은 평안을 얻었고 만족했습니다.

산신은 특정 동물도 아니고, 특정 나무도 아닙니다. 그저 산 그 자체가 산신이고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이제 서서히 생활환경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산에 의지하거나 산에서 나오는 것을 얻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산신 신앙 역시 점차 사라져 가거나 약해지고 있습니다.

산신 신앙이 점차 없어져 가는 오늘날, 아직도 옛날처럼 지극 정성으로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 있습니다. 그들은 옛날처럼 산신제를 지내기 일주일 전부터 산신제를 담당한 제관 남자 네 사람은 여자를 멀리하고, 정결하게 지내면서 제사를 준비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바로 이어서 다음해 산신제 지낼 제관 네 집을 뽑습니다. 이렇게 뽑힌 제관은 1년간 정결하게 지내면서 다음해 지낼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2011년 11월 13일 오후 두시에 마을 회관에 모여서 산신제에 필요한 준비와 필요한 것들을 점검했습니다. 이때 특히 볏짚 확보, 콩 대 채취, 아궁이 만들 잔디 확보, 칡넝쿨 채취, 신목 만들 소나무 확보 등을 점검합니다.

이어서 1월 7일 제관 네 사람은 자동차로 가서 이세신궁을 참배했습니다. 이곳에서 네 사람의 역할을 정하는 제비뽑기를 합니다. 역할은 장로, 서무, 회계, 기록 등 네 가지가 있습니다. 대개 연장자가 장로 제관 역할을 맡아서 하고 제물 준비 역시 장로 집에서 합니다. 이 네 가지 역할은 현대적입니다.

제관의 구체적인 명칭은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말이 있습니다. 신슈쿠(神宿), 고시라에슈쿠(拵え宿), 하나소로에슈쿠(花揃え宿), 게이진슈쿠(芸人宿) 등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신슈쿠는 말 그대로 신이 머무는 곳으로 제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서 중심적으로 일을 맡아서 하는 장로 제관을 말합니다.

고시라에슈쿠는 준비하는 집이라는 말로 장로 제관 집에서 준비한 모든 제물을 이곳에 가져와서 와실에 제물을 펼쳐놓고 신사 직원인 구지와 더불어 의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제물을 장로 제관 집으로 옮깁니다.

하나소로에슈쿠는 산신에게 받칠 꽃을 갖춘다는 뜻입니다. 게이진슈쿠는 예능인을 불러서 산신 제물 앞에서 오락을 하는 뜻입니다. 10여 년 전까지 예능인을 불러서 오락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비용문제로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할이 정해지면 다음해 산신제를 정할 집을 방문합니다.

가미토야마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살아온 사람들이 130세대 정도입니다. 이들이 순서대로 산신제를 지냅니다. 다만 집안에 남자가 없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지낼 수 없으면 산신제 당번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해 마다 산신제 제관은 네 집에서 네 명이 맡아서 지내기 때문에 보통 30년에 한번 정도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산신제에 사용하는 제물이나 제물을 담거나 놓는 그릇이나 받침대 등은 모두 자연에서 얻은 대나무나 칡넝쿨, 볏짚 등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옛날 산신제를 지내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지냅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바뀌었지만 산신의 성격은 옛날 그대로 남아있고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미토야마 마을은 산과 들을 끼고 있는 평온한 마을입니다. 마을 동남쪽으로 류오야마(竜王山, 해발 605m) 산, 곤제야먀(金勝山, 해발 613m) 산, 덴구이와(天狗岩, 해발 509m) 산, 게이칸잔(鷄冠山, 해발 491m)산 등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곤제가와(金勝川) 강으로 모아서 마을을 가로질러서 흘러갑니다.

가미토야마는 가와미나미, 윗마을, 아랫마을, 기타노야마 등 네 개 마을이 19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번 2012년 산신제는 가와미나미 마을에서 뽑힌 제관 네 명이 중심이 되어서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가미토야마에는 300세대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150여 세대가 살고 있었지만 40년 전 경주마 훈련장이 생기면서 훈련장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사하여 살고 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예로부터 있어온 산신제 참가에 소극적입니다.

산신제는 예로부터 살아온 120여 세대 사람들이 순서대로 당번을 정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가미토야마 마을 가운데 가와미나미는 산신제를 지내는 동쪽 산신당과 서쪽 산신당이 비교적 가까워서 지내기가 쉬웠습니다. 필자는 일주일 동안 거의 날마다 이곳 마을을 방문하여 산신제 준비와 진행을 확인하고 정리하였습니다.

1. 임시 아궁이 만들기

  본격적인 산신제 준비는 장로 제관 집에 임시 아궁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곳에서는 예로부터 잔디로 만듭니다. 요즘은 마을 옆에 있는 골프장에서 잔디를 얻어다 만듭니다.
 본격적인 산신제 준비는 장로 제관 집에 임시 아궁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곳에서는 예로부터 잔디로 만듭니다. 요즘은 마을 옆에 있는 골프장에서 잔디를 얻어다 만듭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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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산신제 제관 네 사람은 작은 트럭으로 마을 옆에 있는 골프장에 가서 사각형으로 자른 잔디를 얻어왔습니다. 이 잔디로 제관을 담당할 장로 집 뜰에 제물을 준비할 임시 아궁이를 만들었습니다. 불을 지필 앞쪽에 낮게 구멍을 내고 주위를 잔디로 쌓았습니다. 그리고 아궁이 입구 반대쪽으로는 작은 연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 칡넝쿨과 조릿대 베기

  사진 위, 산신제에 사용할 칡넝쿨을 채취하는 모습과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사진 아래, 산신제에 사용할 대나무를 베고 있습니다.
 사진 위, 산신제에 사용할 칡넝쿨을 채취하는 모습과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사진 아래, 산신제에 사용할 대나무를 베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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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오후 1시 산신제 제관 네 사람은 제물을 옮기는 도구를 만들 칡넝쿨과 대나무를 구하러 가기 위해서 장로 제관 집에 모였습니다. 제관 네 사람은 트럭 두 대로 나누어 타고 마을 북서쪽 구릉에 가서 칡넝쿨을 채취했습니다. 이 칡넝쿨은 마을 동쪽에 있는 히요시진자 신사 앞 냇가 물속에 담아두었습니다. 칡넝쿨은 물속에 넣어놓아야 부드러워 가공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 남동쪽 산골짜기에 가서 조릿대를 잘라왔습니다. 조릿대는 8미터 전후 길이로 25자루를 구해왔습니다. 이 마을 부근에서는 산신제에 사용되는 대나무나 칡넝쿨 등은 사유지나 국유지 등 어느 곳에서 잘라서 사용해도 좋다는 관습이 예로부터 내려오고 있습니다. 

음력 정월 초하루 전날인 22일부터 제관 네 명은 마을 서쪽에 있는 마을 집회소에서 합숙을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제관들은 부정한 것을 삼가고 날마다 정결하게 지내면서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잡니다. 직장이나 특별한 일이 있어서 출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네 사람은 날마다 근신하면서 산신제 때 사용할 여러 가지 준비물을 만들거나 제물을 준비합니다.

3. 붓순나무 잘라오기

  산신제에 사용할 붓순나무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일부는 이웃 모리야마에 있는 마을에 보냅니다. 이것은 이제 산신제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받은 모리야마 마을 사람들은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줍니다.
 산신제에 사용할 붓순나무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일부는 이웃 모리야마에 있는 마을에 보냅니다. 이것은 이제 산신제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받은 모리야마 마을 사람들은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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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산신제를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먼저 오전에는 시키미(樒, 佛前草)라고 하는 나무 가지를 잘라옵니다. 시키미는 우리말로 붓순나무로 사철 푸른 잎나무입니다. 일본에서는 잎이 붙어있는 이 나무 가지를 잘라서 불상이나 무덤 등의 꾸미개로 많이 사용합니다. 붓순나무를 가지 채 잘라 와서 잘 다음어서 다발로 묶어두었다가 장식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마을과 과거 산일을 같이 했던 모리야마 마을에도 전해줍니다.

4. 대나무 제물 받침대 만들기

  산에서 잘라온 대나무를 손질하여 엮어서 제물 받침대를 만듭니다. 볏짚도 이렇게 엮어서 제물 받침대로 사용합니다.
 산에서 잘라온 대나무를 손질하여 엮어서 제물 받침대를 만듭니다. 볏짚도 이렇게 엮어서 제물 받침대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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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산신제를 지낼 때 제물을 올려놓는 받침대를 만듭니다. 이것을 이곳 사람들은 다케스노코라고 합니다. 조릿대를 1미터 길이로 잘라서 새끼줄로 엮어서 두개 만듭니다. 1미터짜리 대나무 31개를 엮었는데 길이는 88센티미터 정도였습니다.

5. 볏짚 제물 받침대 만들기

대나무 제물 받침대 아래에는 볏짚으로 받침대를 만들어서 놓습니다. 볏짚 제물 받침대는 대나무보다 큽니다. 볏짚 밑동이 양쪽 가로 오도록 짭니다. 이것은 와라모코라고 하는데 대략 가로, 세로 길이가 112~115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6. 대나무 술잔 만들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나무 마디 세 개가 하나가 되도록 잘라서 중간부분을 파내고 겉껍질을 불로 덥히면서 접어 대나무 술잔을 만듭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나무 마디 세 개가 하나가 되도록 잘라서 중간부분을 파내고 겉껍질을 불로 덥히면서 접어 대나무 술잔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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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대나무로 대나무 술잔을 만듭니다. 제물로 사용될 술을 담아놓는 잔입니다. 먼저 대나무 매듭이 세 개 들어가게 하여 대나무를 자릅니다. 그리고 대나무 중간 몸통을 파내고 두 잔 사이를 가늘게 깎아서 불로 대나무 겉면을 뜨겁게 하면서 유 자 형으로 접어서 묶어 두 잔이 한 조가 되도록 만듭니다. 대략 길이는 55센티미터이고 술이 들어가는 부분은 28센티미터입니다. 대나무 매듭 길이가 대나무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크기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나무 술잔을 다케도쿠리라고 합니다.

7. 등짐용 짐받이 만들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칡넝쿨로 등짐용 짐받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 아래는 마들어진 모습과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칡넝쿨로 등짐용 짐받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 아래는 마들어진 모습과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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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로 등짐용 짐받이를 만듭니다. 이 짐받이는 대나무에 꿰어서 두 사람이 어깨에 짊어집니다. 먼저 굵은 칡넝쿨로 지름 1미터 정도 크기로 둥근 원을 만들고 양쪽에 다시 유 자 형으로 가는 칡넝쿨을 고정시켜서 만듭니다. 이것을 이곳 사람들은 몯코라고 합니다.

8. 볏짚 접시 만들기

  볏짚 접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볏짚을 나무망치로 두드려서 부드럽게 합니다. 그리고 볏짚을 직각으로 고정시켜 놓고 교차된 곳에 접시를 놓고 누르면서 볏짚이 교차된 곳부터 엮어나갑니다. 세 번 정도 엮은 다음 마무리를 합니다. 이 볏짚 접시에는 둥글게 만든 찰떡을 올려놓습니다.
 볏짚 접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볏짚을 나무망치로 두드려서 부드럽게 합니다. 그리고 볏짚을 직각으로 고정시켜 놓고 교차된 곳에 접시를 놓고 누르면서 볏짚이 교차된 곳부터 엮어나갑니다. 세 번 정도 엮은 다음 마무리를 합니다. 이 볏짚 접시에는 둥글게 만든 찰떡을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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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밑동을 나무망치로 두드려서 부드럽게 합니다. 볏짚 두 주먹 정도를 두 무더기 준비하여 열 십 자로 가로질러서 놓습니다. 볏짚이 교차된 곳에 원하는 크기의 접시를 올려놓습니다. 올려놓은 접시를 밟아서 고정시킨 다음 교차된 볏짚부분부터 시작하여 접시 둘레를 따라서 볏짚을 엮어나갑니다. 볏짚 길이에 따라서 다르지만 세 번 정도 둘레를 엮은 다음 짧게 남은 볏짚을 감아서 마무리합니다. 볏짚 접시를 이곳 사람들은 산다와라라고 합니다.

9. 신목 자르기

24일 오후에는 가미토야마 마을 주변 산에 가서 미리 골라 놓은 신목을 잘라왔습니다. 먼저 장로 제관의 안내로 신목이 있는 곳에 가서 장로 제관이 골라 놓은 신목이 적당한지 제관들이 확인합니다. 신목을 자르기로 정해지면 신목 앞에서 제관 네 사람이 절을 두 번하고 박수를 치는 것으로 예를 치룹니다.

주로 장로 제관이 남성 신이나 여성 신으로 사용할 부분을 중심으로 나무를 톱으로 자릅니다. 나무를 자른 다음 잘린 부분에 술을 붓고, 흰 종이를 감아서 묶은 다음 제관들이 다시 절을 하고 예의를 표시합니다. 신목은 모두 네 그루 베어 왔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신 즉 남성 신과 여성 신을 만들 신목을 자르기에 앞서 정해진 나무에 술을 붓고 종이로 묶은 다음 제관들이 절을 하고 있습니다. 잘라온 나무에 남성 신과 여성 신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래 왼쪽이 남성신, 오른 쪽이 여성 신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산신 즉 남성 신과 여성 신을 만들 신목을 자르기에 앞서 정해진 나무에 술을 붓고 종이로 묶은 다음 제관들이 절을 하고 있습니다. 잘라온 나무에 남성 신과 여성 신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래 왼쪽이 남성신, 오른 쪽이 여성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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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남신과 여신 만들기

잘라온 신목으로 남신과 여신을 만듭니다. 여신은 영문 와이 자 모양으로 단순하게 만듭니다. 남성 신은 여성 신의 와이 자 모양에 남성기가 돌출되게 만들고 다시 뒤로 고정시키는 받침대도 만듭니다. 그리고 성기 부분 위에는 남성과 여성의 얼굴도 드립니다. 주로 물감으로 그리는데 남성은 검정색만 사용하고 여성은 붉은색 물감을 얼굴 등에 칠하기도 합니다.

11. 금줄치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을 볶을 임시 아궁이와 동쪽 산신당, 서쪽 산신당 등에 금줄을 치고 갈지자 모양으로 종이를 잘라서 끼워놓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을 볶을 임시 아궁이와 동쪽 산신당, 서쪽 산신당 등에 금줄을 치고 갈지자 모양으로 종이를 잘라서 끼워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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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일 다가오면 제관들은 마을 동쪽과 서쪽에 있는 산신당의 신목과 제관 집에 있는 임시 아궁이 등이 금줄을 칩니다. 금줄을 치기 전에 제관 주변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제관 주변에는 전년도 산신제 제물이 그대로 놓여있고 낙엽들이 떨어져서 있습니다. 제장 부근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칩니다. 그리고 금줄에는 흰색 종이를 갈지자 모양으로 길게 달라서 꽂아둡니다.

13. 찹쌀떡 만들기

  찹쌀떡 만들기. 주로 기계로 만들고 떡이 굳어지면 붉은 색 식용색소를 물에 개어서 칠합니다.
 찹쌀떡 만들기. 주로 기계로 만들고 떡이 굳어지면 붉은 색 식용색소를 물에 개어서 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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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전날에는 찹쌀떡을 만듭니다. 찹쌀떡은 떡을 만드는 기계에 하룻밤 물에 불린 찹쌀 3 킬로그램을 넣고 50 분 정도 찐 다음 다시 기계를 조작하여 떡을 만듭니다. 다 된 찹쌀떡은 둥근 접시에 넣어서 둥근 모양으로 만듭니다. 찹쌀 3킬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찹쌀떡은 두 덩이로 나누어서 한 덩어리는 떡이 굳은 뒤 식용색소를 물에 풀어서 떡에 붉게 칠합니다.

14. 제물 준비 및 정리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을 차려놓았습니다. 잠시 구지와 제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제사가 끝나면 제물을 어깨에 메고 장로 제관 집으로 갑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을 차려놓았습니다. 잠시 구지와 제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제사가 끝나면 제물을 어깨에 메고 장로 제관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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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물 준비가 끝나면 제관 집에서 만든 모든 제물을 고시라에쥬쿠(拵え宿)라고 하는 준비하는 집으로 옮겨서 다다미방에 산신 상을 차립니다. 준비가 끝나면 세시 반경 마을 동편에 있는 히요시진자(日吉神社) 신사 구지(宮司)가 와서 예를 지냅니다. 이 때 제관 4명도 같이 제를 지냅니다.

이것이 끝나면 모든 제물을 어깨에 메고 마을을 가로질러서 장로 제관 집으로 옮깁니다. 이때에는 이세온도(伊勢音頭)라고 하는 민요를 부르면서 갑니다. 이것은 한국의 지신밟기와 유사합니다. 지신을 밟아서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합니다.

15. 제관 집 의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이 장로 제관 집에 도착하면 와실에 제물을 차려놓고 의식을 거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음복을 하기도 합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제물이 장로 제관 집에 도착하면 와실에 제물을 차려놓고 의식을 거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음복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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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이 모두 장로 제관 집에 도착하면 다시 다다미방에 펼쳐놓고 구지를 중심으로 다시 예를 지냅니다. 이때에도 제관 네 명이 각기 산신에게 절을 하고 예를 올립니다. 이것이 끝나면 제물 준비는 끝납니다.

16. 목욕재계 전 의례

  제관들이 목욕재계를 하러 가기 전에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병에 넣어서 방아를 찧는 시늉을 합니다. 아마도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을 흉내를 내는 행동 같습니다. 제관들은 이 현미를 가지고 가서 목욕재계를 할 때 채에 담아서 물에 일곱 번 반 씻습니다.
 제관들이 목욕재계를 하러 가기 전에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병에 넣어서 방아를 찧는 시늉을 합니다. 아마도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을 흉내를 내는 행동 같습니다. 제관들은 이 현미를 가지고 가서 목욕재계를 할 때 채에 담아서 물에 일곱 번 반 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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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계를 하러 가기 전에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빈병에 넣고 장대로 병 안의 쌀을 방아 찧습니다. 이것은 쌀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방아를 찧은 행위는 성교행위와 비슷합니다. 성교를 통해서 자녀가 생산되는 것처럼 방아행위를 통해서 생산을 기대하는 모방 주술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 목욕재계

  제관들이 추운 겨울 골짜기 물속에 들어가서 목욕재계를 하면서 제물을 씻고 있습니다. 요즘 이렇게 목욕재계를 하면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들 제관은 10 분 정도 찬물 속에 있었습니다.
 제관들이 추운 겨울 골짜기 물속에 들어가서 목욕재계를 하면서 제물을 씻고 있습니다. 요즘 이렇게 목욕재계를 하면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들 제관은 10 분 정도 찬물 속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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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가미토야마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낼 때 마을 옆을 흐르는 곤제가와 강에 들어가서 몸을 씻고,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0년 전 가미토야마 마을에 JRA릿토트레이닝센터라고 하는 경주마 훈련장이 생기면서 이 강이 더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30년 전부터는 마을 남쪽에 있는 류오야마 산(龍王山, 해발 605 미터) 해발 250미터 정도에 있는 인공댐에 가서 목욕재계를 하고 제물로 사용하는 현미를 씻습니다.

제일인 29일이 되기 30분 전 집을 떠나서 산골짝으로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산 위에 있는 골짜기 빈터에 옷을 벗어놓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바깥 기온은 영상 1도, 수온은 영상 2도입니다. 제관 4명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목욕재계하고 제물로 사용할 현미를 씻습니다.

현미는 채에 담아서 물속에 7번 반 씻습니다. 그리고 1리터 들이 호리병에 물을 담아서 7번 반 씻어냅니다. 이렇게 10여 분 물속에서 제관들은 목욕재계하고, 제물을 씻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추위보다는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18. 현미 볶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욕재계를 마친 제관들이 다시 장로 제관 집에 모여서 부싯돌로 불을 붙여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현미를 볶고 있습니다. 다 볶은 현미는 둘로 나누어 그릇 채 톱으로 잘라서 츠도에 담고 있습니다. 츠도는 시가켄 산신제에서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 츠도는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볏짚을 뭉쳐서 그 안에 현미나 자갈을 넣기도 합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욕재계를 마친 제관들이 다시 장로 제관 집에 모여서 부싯돌로 불을 붙여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현미를 볶고 있습니다. 다 볶은 현미는 둘로 나누어 그릇 채 톱으로 잘라서 츠도에 담고 있습니다. 츠도는 시가켄 산신제에서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 츠도는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볏짚을 뭉쳐서 그 안에 현미나 자갈을 넣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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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계하고 씻어온 현미는 임시로 설치한 아궁이 위에 놓고 볶습니다. 불을 지필 때에는 부싯돌로 붙인 불을 사용합니다. 연료는 볏짚과 콩대를 사용합니다. 볏짚과 콩대를 때는 풍습은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뜻에서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을 콩을 수확하기 전 다 익은 콩대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임시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아궁이 위에 토기를 올려놓고 물로 씻어온 현미를 올려놓고 볶습니다. 다 복아지면 꺼내서 토기 위에 볶은 현미를 놓은 채 토기를 통으로 자릅니다. 그리고 볏짚을 뭉쳐놓은 츠도에 속에 볶은 현미를 넣습니다.

19. 산신당으로 이동

  제관이 제물을 얹은 몯코를 어깨에 메고 산신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관이 제물을 얹은 몯코를 어깨에 메고 산신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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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 준비가 끝나면 칡으로 엮어서 만든 몯코에 제물을 싣고 산신당으로 향합니다. 몯코는 두 사람이 대나무를 꿰어서 앞 뒤 두 사람이 어깨에 메고 갑니다. 산신당은 동쪽과 서쪽에 두 곳이 있기 때문에 두 조로 나누어서 각기 두 곳으로 갑니다. 

20. 산신제

제관이 제물을 몯코에 싣고 산산당에 도착하면 산신당 앞에 제물을 펼쳐놓고 제를 지냅니다. 이 때 제관 두 명은 각각 남성 신과 여성 신을 포개놓고 위쪽에 있는 여성 신을 잡고 옷타이 멧타이 와이와이라고 세 번 합니다.

이 말은 남성 신과 여성 신이 성교를 벌인다는 뜻으로 산신이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절을 합니다. 이것으로 산신제는 모두 끝납니다.

  제관이 산신당 앞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의식은 여성 신의 신체를 쥐고 성교를 흉내 내면서 옷타이 멧타이 와이와이라고 세 번 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을 하고 마칩니다. 산신제가 마치자 아침 두 시가 되었습니다.
 제관이 산신당 앞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의식은 여성 신의 신체를 쥐고 성교를 흉내 내면서 옷타이 멧타이 와이와이라고 세 번 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을 하고 마칩니다. 산신제가 마치자 아침 두 시가 되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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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음복

산신제가 끝나면 음력 1월 14일 점심 때 이번 산신제를 지낸 제관들과 내년 산신제를 맡아서 지낼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음복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제물로 올렸던 찹쌀떡이나 술을 나누어 마시는 음복을 합니다.

시가켄에서는 정월 1일부터 여러 날 동안 여러 곳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여러 날 동안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진지하게 지내는 곳도 있고, 그냥 간단하게 지내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마다 산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는 산신제 역시 언제 누가, 왜 시작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산신에게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뜻으로 지냈다고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가켄 여러 지역의 산신제 가운데 리토시 가미토야마 산신제는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제관 4명이 합숙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내기 전에는 지금도 찬 산골짜기 물속에 들어가서 목욕재계하고, 제물을 씻어서 지내는 것은 독특합니다.

과연 이곳 산신제도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알 수 없으나 산신에 대한 강렬한 신앙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산신제 그 자체를 정결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일 년 전부터 제관을 뽑고 일주일동안 제관들이 같이 합숙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큰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가미토야마 마을 산신제를 조사하는데 제관으로 수고하신 太田利秀, 中江榮二, 佐野正博, 西條智博 씨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가미토야마, #시가켄 릿토시(栗東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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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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