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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에 있는 국보 제4호 고달사지 승탑
▲ 고달사지 승탑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에 있는 국보 제4호 고달사지 승탑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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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국보나 보물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다.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1-1에 있는 사적 제382호 고달사지. 고달사지에서 조금 산 위로 오르면 만나게 되는, 국보 제4호 '여주 고달사지 승탑'은 고려 초기의 승탑 중 걸작 중 걸작이다.

고달사는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23년인 764년에 창건된 절로 고려 광종 이후에는 왕들의 보호를 받아 큰 사찰로서의 면모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 사찰 문을 닫게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임진왜란 이후 정도로 추정된다.

고려시대의 승탑, 주인은 몰라

귀꽃을 아름답게 조형한 고달사지 승탑의 머릿돌
▲ 머릿돌 귀꽃을 아름답게 조형한 고달사지 승탑의 머릿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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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으로 조형한 사리를 모신 몸돌. 문비형과 사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하였다
▲ 몸돌 팔각으로 조형한 사리를 모신 몸돌. 문비형과 사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하였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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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4호로 지정이 돼있는 이 승탑은 신라부도의 기본형을 따르면서, 세부적으로는 고려시대의 양식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 부도는 누구의 것인지 확실치 않으나, 조각이나 꾸밈 등의 각부 양식 수법으로 미뤄 봤을 때, 고려 광종 9년인 958년에 입적한 원종대사의 혜진탑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3.4m의 이 승탑은 바닥의 형태가 8각을 이루고 있다. 이 탑은 상륜부인 꼭대기의 머리장식이 약간 파손이 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 형태가 온전하게 잘 남아 있다. 탑의 구성은 상륜부와 팔각으로 된 몸돌, 그리고 상, 중, 하 세단으로 꾸며진 기단부로 구분이 된다.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승탑

기단의 중대석에는 화려한 조각을 하였다
▲ 기단석 기단의 중대석에는 화려한 조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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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석에도 연꽃과 안상을 새겼다
▲ 기단석 하대석에도 연꽃과 안상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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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륜부인 지붕돌은 꽤 두꺼운 편이다. 각 모서리를 따라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그 끝에는 큼직한 꽃 조각이 달려 있다. 크기에 비해 조각이 얕아서 장식 효과는 떨어진다고도 하지만, 귀꽃 중에서는 상당히 크고 장중한 멋을 보인다. 지붕돌의 꼭대기에는 둥그런 돌 위로 지붕을 축소한 듯한 보개가 얹혀 있다. 중앙에서 귀꽃으로 흐르는 선은 마치 손을 베일 듯하게 선을 살려놓았다.

지붕돌의 밑면에는 비천인상과 구름을 조각했는데, 비천인상은 금방이라도 탑을 떠나 승천을 할 듯한 조각이다. 작은 비천인상의 휘날리는 천의가 부드럽기가 한이 없다. 어찌 이리 돌이 조각했으면서도 그 부드러움이 마치 그려낸 듯한 것일까?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고려 승탑의 아름다움을 한껏 맛볼 수 있어,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몸돌과 기단의 조화가 뛰어나

머릿돌의 밑면에 조각한 아름다운 시천상
▲ 비천상 머릿돌의 밑면에 조각한 아름다운 시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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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돌의 밑면에 조각한 아름다운 시천상
▲ 비천상 머릿돌의 밑면에 조각한 아름다운 시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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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를 모셔둔 승탑의 몸돌에는 문짝 모양과 창살인 문비형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사면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는데, 문에 새겨진 자물쇠 모양의 조각은 밋밋해 형식적으로 흐른 감이 있다. 구름 위에 서 있는 사천왕상은 돋을새김을 했는데, 그 힘이 넘치는 듯하다. 몸돌 밑으로는 세단으로 꾸민 기단을 마련했다.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기단 중에서 가운데 돌에 새겨진 조각들에 눈이 번쩍 띈다. 가운데 돌은 팔각이라기 보다는 거의 원을 이루고 있으며, 표면에 새겨진 두 마리의 귀부는 입체적으로 표현돼 사실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귀부의 형태는 바로 통일신라 시대에서 고려로 넘어오면서 표현되는 독특한 형태다.

몸돌에 부조로 새겨넣은 사천인상, 힘차게 표현하였다
▲ 사천왕상 몸돌에 부조로 새겨넣은 사천인상, 힘차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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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의 중대석에 조각한 귀부. 고려시대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 귀부 기단의 중대석에 조각한 귀부. 고려시대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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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의 중대석에는 용을 조각하였다. 섬세한 용의 조각이 뛰어나다
▲ 용 기단의 중대석에는 용을 조각하였다. 섬세한 용의 조각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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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부의 형태로 봤을 때, 이 승탑은 10세기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 거북을 사이에 두고 네 마리의 용을 새겨 뒀으며, 나머지 공간에는 구름무늬가 채워져 있다. 용은 비늘까지 섬세하게 조각돼 탑을 감고 있는 용트림이 최고조의 멋을 보여준다. 돌에 꽉 차게 새겨진 무늬들이 과장되지 않고 세련돼 능숙하면서도 대담한 힘이 느껴진다. 가운데 돌을 중심으로 그 아래와 윗돌에는 연꽃무늬를 둬 우아함을 살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라의 기본형을 잘 따르면서도, 각 부분의 조각들에서 고려 특유의 기법을 풍기고 있는 고달사지 승탑. 돌을 다듬은 솜씨도 깨끗하지만, 조각에서도 세련미가 묻어나오는 작품이다. 고달사지의 산 위에 자리를 하고 있는 승탑. 조각 하나하나에서 보이는 아름다움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 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는 중복 송고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태그:#고달사지 승탑, #국보 제4호, #여주, #고려, #상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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