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설날을 앞두고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선 한과를 만들고 포장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설날을 앞두고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선 한과를 만들고 포장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호남고속국도에서 창평 나들목으로 들어선다.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 가는 길이다. 단아한 옛집이 떠오른다. 선조들의 그윽한 숨결이 배어있는 고택이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돌담길도 S라인 따라 굽어진다.

그런데 웬걸? 요금소를 통과해 가장 먼저 만나는 게 고택과 돌담길이 아니다. 조그마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과를 만드는 집이다.

맞다. 창평은 한과의 고장이다. 한과는 쌀엿, 된장 등과 함께 창평을 슬로시티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창평의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옛 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 만든 창평한과.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조상님들도 군침을 꿀꺽 삼키게 생겼다.
 옛 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 만든 창평한과.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조상님들도 군침을 꿀꺽 삼키게 생겼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모든 게 느릿느릿 돌아가는 '슬로시티' 창평이다. 하지만 설날을 앞둔 요즘은 한과를 만들고 포장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모든 게 느릿느릿 돌아가는 '슬로시티' 창평이다. 하지만 설날을 앞둔 요즘은 한과를 만들고 포장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전통의 향기가 묻어나는 한과는 찹쌀로 만든다. 창평한과는 창평땅에서 난 찹쌀로만 만든다. 순수 우리 농산물이다. 그것도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다.

이 찹쌀을 물에 불렸다가 발효시킨다. 그것도 강제 발효가 아니다. 서늘한 곳에서 천천히…. 제 스스로 알아서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린다. 방부제나 색소 같은 화학첨가제는 일절 넣지 않는다. 정성만 듬뿍 부어 넣는다.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지도 않는다. 주문을 받은 다음 그만큼만 생산한다. 기계로 하는 것도 아니다. 전통방식 그대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

방금 튀겨낸 한과. 속이 꽉 차 있다. 씹는 맛도 부드럽다.
 방금 튀겨낸 한과. 속이 꽉 차 있다. 씹는 맛도 부드럽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방금 튀겨낸 한과. 속이 알차고 모양도 색깔도 곱다.
 방금 튀겨낸 한과. 속이 알차고 모양도 색깔도 곱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한과 만들기는 찹쌀을 물에 씻는 것으로 시작된다. 10∼15℃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발효시킨다. 이렇게 발효시킨 쌀을 빻아서 가루로 만든다.

이 쌀가루에 콩물과 소주를 섞어 반죽하고 가마솥에 찐다. 이것을 꽈리가 일도록 치댄 다음 원하는 크기로 잘라 숙성과정에 들어간다. 그걸 튀겨내는 게 한과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과는 두텁다. 속도 꽉 차 있다. 씹는 맛이 부드럽다. 깊고 그윽하다. 모양과 색깔도 고아하다. 품위도 단아하다. 창평땅에서 난 토종 원료에다 전통의 손맛이 온전히 스며든 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과는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빛깔도 곱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눈과 입이 호사를 누린다. 명절날 차례상으로 받아볼 우리 조상님들도 군침을 꿀꺽 삼킬 것만 같다. 

창평한과. 창평땅에서 난 토종 원료에다 전통의 손맛이 온전히 스며들어 맛있다. 눈과 입도 호사를 한다.
 창평한과. 창평땅에서 난 토종 원료에다 전통의 손맛이 온전히 스며들어 맛있다. 눈과 입도 호사를 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쌀엿, 한과와 함께 창평을 슬로시티로 만든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였던 강정.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쌀엿, 한과와 함께 창평을 슬로시티로 만든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였던 강정.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안복자(57)씨도 한과를 만들고 있다. 대처에서 살다 1980년대 이곳 창평으로 들어왔다. 창평은 남편의 고향이었다. 안씨 부부는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내 땅 한 뼘 없이 농사짓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근근이 먹고살기 벅찼다. 아이들의 주전부리를 대는 것도 힘들었다. 한과를 만들었다. 폐백을 위한 음식의 하나였다. 아이들의 주전부리로도 좋았다.

맛을 본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아이들 교육비에 보탬이 되겠다 싶었다. 부업 삼아 시작했다. 1999년이었다. 한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들어왔다. 가까운 광주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아예 농사일을 제쳐두고 한과 만들기에 나섰다. 그만큼 맛에서 자신감이 있었다. 정직하게 만들었다.

창평한과를 만들고 있는 안복자씨. 주전부리로 만들기 시작한 한과 만들기가 지금은 직업이 됐다.
 창평한과를 만들고 있는 안복자씨. 주전부리로 만들기 시작한 한과 만들기가 지금은 직업이 됐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파래한과. 남도의 바다에서 난 파래를 얹어 색다른 맛을 낸다.
 파래한과. 남도의 바다에서 난 파래를 얹어 색다른 맛을 낸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소비자들도 좋아했다. 맛 좋은 한과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산자 역시 중간유통 마진을 줄여 이익이 더 컸다. 수출도 하고 있다. 우리 전통의 맛을 미국과 독일까지 전파했다. 호주와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도 나간다.

안씨는 "지금까지 내 돈 들여 광고 한번 하지 않고도 맛있다는 입소문 하나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잊지않고 매번 찾는 고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정성껏 한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통의 방식대로 만든 창평한과. 설날을 앞둔 요즘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의 방식대로 만든 창평한과. 설날을 앞둔 요즘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창평한과, #한과, #슬로푸드, #슬로시티, #창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