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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반납하라" 동작구의정감시단이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0분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동작구의원 세비반환을 위한 동작구민 4000인 서명운동'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작구의정감시단은 동작구가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자 세비반환 대신 구의원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 "세비 반납하라" 동작구의정감시단이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0분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동작구의원 세비반환을 위한 동작구민 4000인 서명운동'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작구의정감시단은 동작구가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자 세비반환 대신 구의원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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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가 준예산 집행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작구의회는 1월 6일 오후 1시 올해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구의회의 뒤늦은 예산 처리로 동작구는 새해 첫 주를 준예산 체제로 보내야 했다. 동작구는 예산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1월 9일부터 준예산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이번 동작구의 준예산 체제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통합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창원시의회도 한때 준예산 편성 위기까지 갔으나 지난해 12월 31일 극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창원시의회가 막바지에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동작구의회는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한 유일한 의회가 됐다.

지방자치법 127조는 시·군 및 자치구의회의 예산 처리 기한을 회계년도 시작 10일 전까지로 잡고 있다. 지키는 의회가 거의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지만 지금까지 어떤 의회든 예산안 처리를 못해 준예산으로 넘기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국회도 날치기를 감수하면서까지 회계년도 전에 예산안을 처리한다. 준예산의 부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동작구 구의원 월권, 도 넘었다

"예산은 주민의 것입니다" 유호근 동작구의정감시단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의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예산은 주민의 것입니다" 유호근 동작구의정감시단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의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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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예산은 예산 처리가 회계연도를 넘어서도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임시로 편성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준예산 체제에서는 기관이나 시설의 운영비, 법적 의무적 경비, 계속 사업비 등 경직성 경비만 지출할 수 있다.

준예산 집행이 길어지면 차상위 계층, 장애인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부 주민에 대한 지원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동작구 지역 주민과 단체들은 이번 일을 "주민을 담보로 게임을 했다"며 '준예산 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동작구 국회의원은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 각각 한 명씩 있고, 동작구청장과 시의회는 민주통합당 소속이다. 상황이 이러니, 아무래도 예산안에 민주통합당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다. 그러나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동작구의회는 민주통합당 의원이 9명, 한나라당 의원이 8명으로 수가 비슷하고 진보 정당 소속 구의원이 없어 구조상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

동작구의 준예산 체제는 헌정 사상 처음이지만 예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2010년에도 동작구의회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늦은 12월 30일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단체와 진보 정당은 1인 시위를 하는 등 항의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때가 연내 예산안 처리를 못한 지난해보단 그나마 나았다.

동작구의회가 2년 연속 파행으로 운영된 가장 큰 이유로는 구의원의 월권이 꼽힌다. 일부 의원들이 예산안에 대해 권한 이상으로 간섭을 하고 있어 제때 의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작구의회를 5년째 감시하고 있는 유호근 동작구의정감시단 집행위원장은 "의회는 예산을 심의하면서 삭감할 권한 밖에 없는데 편성까지 하려 드는 게 문제"라며 "집행부에서 올라온 예산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없진 않겠지만 한나라당 구의원들의 예산 편성 요구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회 회기 중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는 예산과가 아니라 구의원들에게 예산 편성 권한을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말도 나왔다.

예산 심의는 거북이, 의정비 인상은 일사천리

2010년 6.2 지방선거로 출범한 6대 동작구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예산안에 없던 '목욕탕 예산'을 새로 편성해 반영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야간 합의 없이 목욕탕 예산인 사당노인종합복지관 신축에 따른 민원요구사항 이행촉구 결의안을 기습 상정해 강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표결에 부친 결의안이 끝내 부결되면서 심한 갈등도 빚었다.

동작구의원들은 해가 지나 경험이 쌓였지만 반성은 사라지고 나쁜 습관만 더 늘었다.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주력 사업을 두고 회의에서 두 차례나 특정 국회의원의 이름을 들먹이며 '총선용'이라고 규정하고 추진을 못하게 하는데 주력했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국비도 따오지 못하면서 구비로만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려 한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은 예삿일이었고 의회 일정은 엿가락처럼 구의원들의 입맛에 따라 바뀌었다. 휴가를 내고 의회를 방청한 한 주민은 하루 내내 구의회에 있었음에도 싸움만 하다 오후 4시가 넘도록 회의를 계속 미루는 의원들 때문에 큰 실망을 안고 돌아가기도 했다.

동작구의회 2012년 예산안 심의 파행일지
2011년 12월 6일 - 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첫날부터 상임위 존중과 회의 진행을 두고 고성과 막말 오감.
12월 7일 - 예결위 도중 한 한나라당 의원이 "회의 이렇게 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석 못한다"고 엄포. 한나라당 의원들 저녁 회의 무단 불참.
12월 8일 -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4시로 두 차례 회의 연기. 오후 4시 22분에야 개회. 오후 9시 40분까지 진행해 관계 공무원들 뒤늦게 퇴근.
12월 9일 - 예결위 13일까지 연장.
12월 14일 - 본회의 구정질의를 앞두고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 나옴.
12월 16일 - 2차 정례회 회기 20일까지 연장.
12월 20일 - 본회의가 오후 5시 예정이었으나 6시 10분 개회.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장 불신임안, 동작구 자원봉사센터 직영 반대 촉구 결의안을 놓고 입씨름. 몇몇 의원 고성 나오면서 오후 8시 산회. 관계 공무원들 저녁도 못먹고 대기하다 퇴근.
12월 26일 - 예산 처리를 위해 29일까지 임시회 소집.
12월 29일 -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5시, 10시로 회의 연기했으나 밤 12시 넘어서도 본회의는 열리지 않음. 자리 지키던 40여 명의 관계 공무원들 자정 지나 뒤늦게 퇴근. 준예산 편성 예고.
2012년 1월 1일 - 동작구 헌정 사상 최초 준예산 체제 돌입.
1월 6일 - 오전 11시 임시회 소집해 오후 1시 예산안 의결.

일정이 늘어지자 수시로 대기해야 하는 구청 공무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행정 공백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회기 120일째로 예산안 심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12월 29일엔 공무원 40여 명이 기약 없이 대기하다 끝내 회의가 열리지 않아, 밤 12시가 넘어 준예산 통보를 받고 자리를 뜨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작구의원들의 의정비는 더 올라가 빈축을 사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한 동작구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서울특별시 동작구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및 여비지급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해 12월 19일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에서 구의원 의정비는 3844만 원에서 3959만 원으로 약 3% 올랐지만 큰 잡음 없이 원안 가결했다. 구민의 생활이 직결된 구 예산안의 뒤늦은 처리와 비교된다.

연내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은 해를 넘겨 1월 6일, 그것도 마지막까지 마찰을 빚으며 간신히 통과했다. 구 예산 약 3000억 원이 1000배가 넘는 국가 예산 약 325조 원보다 더 심의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일반 폐기물 집하장 이전 비용 7억 원과 도심발전추진단 관련 계획에 드는 2억 원을 포기하는 대신 교육경비보조금을 7억5000만 원 추가 배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어르신 독감예방접종 민간 위탁에 들 3억8000만 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올해도 벌써부터 파행 예상, 주민들이 나선다

환한 동작구청 동작구의회가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29일에도 예산 심의를 계속 미루자 밤 늦게까지 동작구청 공무원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
▲ 환한 동작구청 동작구의회가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29일에도 예산 심의를 계속 미루자 밤 늦게까지 동작구청 공무원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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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예산 체제라는 사태를 겪었지만 동작구의회는 올해도 크게 나아질 게 없을 거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주민과 공무원은 물론 일부 구의원까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작구의원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살림 사정이 어려워 예산이 다 깎이는 형편이라 주민 모두의 요구를 우선순위를 매겨서 집행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힘들었지만 각자가 자기 목소리만 내면 연말에 있을 예산 심의는 더 심각한 파행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이번 준예산 체제는 동작구민이 회비 2만 원을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작구의정감시단이 전 회기를 감시하는 동안에 일어나 더욱 충격을 준다. 의정감시단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를 주민이 직접 감시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의정감시단이 있는 자치구는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흔치 않다.

이번에 출범한 5기 동작구의정감시단은 지난해 말부터 예산 심의 기간 내내 방청석에서 일평균 5명씩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의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고성을 지르거나 자신의 생각을 앞세워 "주민을 무시하냐"고 말하는 볼썽사나운 의원도 있었다.

준예산 체제에 앞서 동작구의정감시단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0분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세비반환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산안을 빨리 처리하라는 항의 서한을 구청과 의회에 각각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의회가 예산 처리를 못해 준예산 체제에 돌입하자 동작구의정감시단은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유호근 동작구의정감시단 집행위원장은 "구의원들이 고성과 막말을 앞세워 구의회를 초등학생 놀이터 같이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이 없다"며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면서 의정비를 슬쩍 올린 의원들은 세비반환이 아니라 주민소환 등으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 정당들도 이 흐름에 동참할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27일 낮 12시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김종철 진보신당 동작구당원협의회 위원장(당 부대표)은 "2년 연속 법정 기한을 어겨가며 예산을 처리하는 등 늑장 파행 운영을 하는 동작구의회에 이제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철 통합진보당 동작구위원회 공동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구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구의원들에게 세금을 그냥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성'하는 일부 구의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불 꺼진 본회의장 지난해 12월 29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기 마지막 날 본회의는 밤 12시가 되도록 열리지 못했다. 결국 동작구는 연내 예산 처리를 못해 준예산 체제로 들어갔다.
▲ 불 꺼진 본회의장 지난해 12월 29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기 마지막 날 본회의는 밤 12시가 되도록 열리지 못했다. 결국 동작구는 연내 예산 처리를 못해 준예산 체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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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체제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연 동작구의원(한나라당)은 예산 심의가 늦어지자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이제 당대 당의 대립이 아니라 구민을 위해 예산 심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태철 동작구의원(민주통합당)도 5분 발언으로 "이견은 서로 조정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하다"며 "40만 구민을 바라보며 부끄럽지 않은 의회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계수 조정이 난항에 빠져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던 강한옥 동작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민주통합당)은 "주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막다 예산안 심의에 해를 넘긴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제 의원들끼리 서로 이름을 부를 때 '존경하는'이라는 말을 빼자"고 예산 심의 마지막 날 제안한 박원규 동작구의회 의장(민주통합당)도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회초리를 때려 주신다면 기꺼이 달게 받겠다, 주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호영 기자는 동작구 주민 자격으로 5기 동작구의정감시단에 참여해 예산 심의 일정 대부분을 방청석에서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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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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