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티베트에 위치한 카일라스는 종교의 경계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다. 힌두교는 물론 티베트의 불교 그리고 예전 토착교인 뵌교와 자이니교까지 총 4개의 종교가 이곳 카일라스를 신이 사는 성지라고 이야기한다.

카일라스 코라 2일차. 나는 많은 순례자가 찾는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나 자신을 한꺼풀 벗어던진다.

뒤 돌아 본 카일라스. 세상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 산은 생명에 필요한 생명수를 제공한다.
 뒤 돌아 본 카일라스. 세상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 산은 생명에 필요한 생명수를 제공한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온 몸을 땅에 붙히며 기도를 하는 오체투지로 순례를 도는 티베트 인들
 온 몸을 땅에 붙히며 기도를 하는 오체투지로 순례를 도는 티베트 인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정말 이곳에 신이 사는 것일까? 풀 한 포기 쉽게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 티베트. 하지만 이곳 카일라스에서는 푸른 잎과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은 이 산을 신이 머물고 있는 산이라 말한다.

정말 그 안에 신이 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카일라스는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매주 중요한 산이다.

해발 6000m가 넘는 수많은 고봉에 얼어붙어 있는 만년빙하는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적당한 양의 물을 카일라스 아래로 흘려보낸다. 각 고봉에서 흘러내린 물은 서로 모여 물줄기를 만들고, 이 물줄기는 카일라스가 끝나는 지점에 거대한 호수를 만들어놨다. 이 호수는 중국과 동티베트 구간을 지나면서 더 많은 물을 끌어당기고, 더욱 강해진 물줄기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 대부분을 관통하며 생명의 근원인 물을 제공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많은 생명에서 생명수를 전해주는 카일라스는 신이 사는 산으로 알려져있어, 많은 순례자가 찾아와 기도를 한다. 바위 한쪽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나의 시야에 온몸을 땅에 붙이고 기도를 하는 오체투지로 카일라스 코라를 이어가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보인다.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이틀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걸어온 그 길을 도보도 아닌 오체투지로 온 그들의 모습에 나는 놀랐다.

세상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기원하는 티베트인들
 세상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기원하는 티베트인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티베트인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의 모든 만물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 어쩌면 이들은 조건 없이 많은 생명에 생명수를 전해주는 카일라스를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만히 서서 절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텐데...

돌과 거친 모래로 가득한 이곳을 오체투지로 돌며 세상의 모든 만물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속 감사함을 전한다.

티베트 카일라스에서 만난 누렁이
 티베트 카일라스에서 만난 누렁이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순례자들의 오체투지에 혹시 방해될까 싶어 그곳을 벗어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얼마 가지 않아 어디선가 나타난 개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와 길을 막으며 바닥에 주저 앉는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누렁이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어 누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인사를 건넨다. 배가 고픈 것일까? 갑자기 나의 곁으로 다가온 녀석에게 가방에 넣어두었던 간식을 꺼내줬지만 멍하니 나만 바라볼 뿐 먹을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누렁이가 방향을 틀어 산을 바라본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누렁이가 방향을 틀어 산을 바라본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먹을거리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도 않던 녀석이 천천히 일어나더니 길 한쪽으로 서서히 자리를 옮긴다. 갑자기 나타나 멍하니 나만 바라 보고 있던 녀석이 궁금해 녀석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미동조차 없이 누렁이는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미동조차 없이 누렁이는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녀석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저 멀리 산을 바라본다. 바로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나를 신경쓰지 않는 듯 미동조차 없이 저 멀리 산을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

산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는 걸까? 움직임조차 없는 누렁이의 뒷 모습에서 순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산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는 걸까? 움직임조차 없는 누렁이의 뒷 모습에서 순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누렁이의 시선을 끌어보려 했지만, 미동조차 없는 녀석은 여전히 산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누렁이도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를 그리워하며 아픔을 달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이유로 누렁이가 산을 바라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의 모습에서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산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는 누렁이의 뒷 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르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산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는 누렁이의 뒷 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르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티베트인들의 기도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일까? 갑자기 나의 앞에 나타나 멍하니 얼굴만 바라보고 자리를 옮겨 한곳을 응시했던 누렁이는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늘 남을 위해 기도하는 티베트인들과 달리 늘 자신만을 위해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 어쩌면 나의 속마음을 읽은 녀석이 그곳에서 나를 위한 기도를 했던 것은 아닐까?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누렁이의 뒷모습에  '미안하다' 속삭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티베트, #여행, #수미산, #카일라스, #누렁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