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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데, 엄마는 강아지를 안고 따라 나왔다.

"지하철역까지 갈 거지? 마리 산책도 같이 하자."
"바빠 죽겠는데 얘랑 언제 산책을 해?"
"그냥 너는 가. 우리는 우리대로 갈게."

튼튼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난 뒤 그 곳은 공사를 했다. 이 곳을 지나갈 때 마다 기분이 묘하다.
▲ 튼튼이를 발견한 곳 튼튼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난 뒤 그 곳은 공사를 했다. 이 곳을 지나갈 때 마다 기분이 묘하다.
ⓒ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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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은 냈지만 내심 마리와 산책하며 역까지 함께 갈 생각에 기분은 좋아진다. 그렇게 당현천 뒷길을 걸어가는데 길가에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리는 잽싸게 소리나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리는 순간 고양이인줄 알고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마리는 온몸을 던져 나가갈 기세였다. 마리를 안으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본 순간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 강아지야!"

그것도 앞다리가 하나 없는 강아지였다. 다리 하나가 없으니 깽깽이 하듯 뛰기만 한다. 주변에는 강아지의 주인은커녕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고양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밤새 두려움에 떨어서인지 우리를 보고 놀라 도망쳤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고도 미친 듯이 도망가던 그 녀석과 100M 정도를 달린 끝에 지친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병원으로 갔다.

앞다리가 하나 없는 튼튼이... "데려다 키웁시다"

치아 상태를 보니 나이는 대략 한 살 정도. 우선 혈액 검사를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찾아갔다. 병원 의자에서 강아지를 품에 앉고 '너를 어찌해야 하나' 하고 울었다. 부모님은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도 벅차다며 반대를 하셨다. TV 프로그램 게시판에 사연도 올리고, 유기견 찾기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글들에 내 글을 파묻혀버렸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런데 아빠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보, 그냥 데려다 키웁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눈물바람도 있었지만 하여튼 강아지는 우리 집으로 왔다. 이름은 튼튼하게 살라고 '튼튼이'로 지었다. 산책 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튼튼이를 쳐다봤다. 다리가 셋인 강아지가 있다는 소문은 주변 동네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강아지를 버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다.

"아이고, 영심이 맞네. 이놈 주인이 강아지 새끼 쳐서 파는 사람인데 병신이 나왔으니 팔 수도 없었겠지. 집 안에 냅뒀다가 밤에 술 먹고 들어와서 애한테 소리지르다가 갑자기 덥석 집어들고 나갔다는데 살아 있었구나."

우리 튼튼이의 원래 이름은 영심이었나 보다.

"아줌마, 그 사람 어디 살아요? 동물학대로 신고해야겠어요."
"아이고, 그러지 말어. 없이 살아서 그러는 사람들이야."

없이 살아서, 더 없는 동물들을 새끼 쳐서 팔고, 하자가 나면 버린다는 사람들. 끝까지 가볼까 했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데 혹여 길 가다 튼튼이가 해코지라도 당할까 무서워 그러지는 못했다.

이제는 살이 너무 쪘다.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께서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신다.
▲ 이제는 포동포동한 튼튼이 이제는 살이 너무 쪘다.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께서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신다.
ⓒ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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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골 탈구'... 방법은 휠체어뿐인데

튼튼이가 튼튼하게 살아주면 좋겠지만 다리가 하나 없으니 사람과 똑같이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신체가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니 '쓸개골 탈구'가 생겼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운동을 하다 '쓸개골 탈구'가 생겨 여러 번 수술을 했는데, 뼈가 습관적으로 제자리를 이탈했다. 그리고 이탈할 때마다 세상이 노래지는 고통이 따른다.

계속 습관적으로 탈구가 되면 고통은 줄어들지만 연골이 비정상적으로 닳아 관절염이 생긴다. 나는 다리가 두 개니까 수술을 해도 회복하는 동안 목발을 짚고 다른 발을 쓰면 되지만 튼튼이는 한 쪽 앞발이 아예 없으니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장애동물연구협회에서 비영리로 장애동물을 위한 휠체어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후구마비용 휠체어만 만들기 때문에 앞 발이 없는 튼튼이는 쓸 수가 없다. 방법은 해외주문뿐인데 이마저 쉽지는 않다. 말이 휠체어지, 강아지들에겐 의족같이 몸에 붙여야 하는 형태의 휠체어라 치수측정부터 세심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불편함이 생긴다면 또 다시 미국으로 A/S를 보내야 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휠체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튼튼이에게 지금 최선의 방법은 미국에서 휠체어를 주문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사주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개 한 마리 때문에 미쳤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똑같고 불편함도 똑같다. 그리고 그 병을 똑같이 겪은 나는 튼튼이의 고통을 100% 공감할 수 있다. 그나마 튼튼이는 나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장애가 생긴 강아지는 주로 안락사의 길을 간다. 주인이 원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지만, 이 세상에 그 말이 적용되려면 백만 년은 걸릴 듯싶다.


태그:#장애견,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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