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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민속공예촌을 뒤로하고 저희 일행은 감포로 넘어가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물론 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이 최종 목적지이긴 하지만, 그전에 '골굴사'라는 사찰에 가볼 겁니다. '골굴사' 절 이름도 참 특이하죠. 하지만 이 절은 우리나라 선무도의 총 본산으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선무도는 옛날 화랑들이 심신을 수련하기 위해 수행하던 무예이지요.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에 큰 이정표가 있어서 이곳을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일단, 저희도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서 제일 밑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 둘째 딸(15개월)이 걱정입니다. 이젠 유모차에도 잘 안타려고 하니, 제가 안거나 집사람이 업고 가야하는데, 문제는 추운 날씨랍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이지요. 그래서 결국 아내가 아이를 포대기로 등에 업고, 담요로 아이를 폭 씌우기로 했습니다.

친구 아이는 유모차를, 제 아이는 엄마 등을 선택했습니다.
 친구 아이는 유모차를, 제 아이는 엄마 등을 선택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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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걷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길이지요. 아이를 업은 아내가 무척 힘들어합니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플 텐데 내색을 안하네요. 어른들 빠른 걸음이면 주차장에서 약 5분 정도면 골굴사에 도착을 합니다만, 저희는 아이들도 있고 해서 한참 만에 도착을 했습니다.

노약자는 더 이상 오르면 안 됩니다. 좀 위험하거든요.
 노약자는 더 이상 오르면 안 됩니다. 좀 위험하거든요.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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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격적인 사찰 탐방에 들어갑니다. 이제 정말 아내와 둘째아이는 이곳에서 기다려야합니다. 절벽에 굴을 파서 불상을 모셔놓은 골굴사는 노약자에겐 관람 자체가 무리거든요. 결국 친구 막내딸(34개월)과 제 아이를 아내가 혼자 떠맡고, 다른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좀 험난한 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목적지는 마애아미타불입니다. 깎아지른 절벽 제일 꼭대기에 모셔진 마애불이지요. 보물581호로 지정된 웃음이 매력적인 불상입니다.
 목적지는 마애아미타불입니다. 깎아지른 절벽 제일 꼭대기에 모셔진 마애불이지요. 보물581호로 지정된 웃음이 매력적인 불상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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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골굴사는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온 광유스님 일행이 함월산 지역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사원 양식을 본 떠서 창건한 전형적인 석굴사원으로 지장굴을 비롯해, 약사굴, 라한굴, 칠성단, 신성단 등 여러 개의 동굴 군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신중단. 불법을 옹호하는 신들을 모신 단을 말합니다.
 신중단. 불법을 옹호하는 신들을 모신 단을 말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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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굴. 지장보살이 모셔진 굴. 지장보살은 죄에 빠진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보살입니다.
 지장굴. 지장보살이 모셔진 굴. 지장보살은 죄에 빠진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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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굴. 약사여래를 모신 굴.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님이시죠.
 약사굴. 약사여래를 모신 굴.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님이시죠.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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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오른 일이 왜 이리 힘이 들까요? 겨우 눈앞에 빤히 보이는 높이인데 말이죠. 아마도 너무 나태한 생활이 주범이지 싶습니다. 정말 평소에 운동 좀 꾸준히 해야겠어요. 그런데, 사실 저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참배객들도 여럿이 오르고 있는데, 다를 숨을 몰아쉬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은 힘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른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결국 아이들이 넘지 못하는 고비가 나타났습니다. 길 중간에 뚫린 구멍을 통과해야하는데, 아이들이 혼자 넘기엔 높아서 좀 위험합니다.

먼저 간 아이들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고, 어른들을 기다립니다.
 먼저 간 아이들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고, 어른들을 기다립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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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들과 마애아미타불 앞에 섰습니다.  이 마애불의 미소는 참 천진난만합니다. 꼭 아이가 웃는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미소도 그렇지만, 불상 옆으로 멋지게 조각한 문양은, 이 불상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형태의 조각들이 하늘을 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느니 참 신기하죠?

골굴사 마애아미타불. 보물581호로 지정되어있고. 9세기 신라불상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골굴사 마애아미타불. 보물581호로 지정되어있고. 9세기 신라불상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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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기다리던 아내가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제 딸아이와 친구 딸내미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답니다. 아내 혼자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친구와 저는 서둘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곤 아내 등에서 울고 있던 딸아이를 제가 안았죠.

제 딸아이는 엄마 등에서 울고, 친구 딸은 유모차에서 울고! 대략 아내 혼자 난감한 상황입니다.
 제 딸아이는 엄마 등에서 울고, 친구 딸은 유모차에서 울고! 대략 아내 혼자 난감한 상황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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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 울음은 좀처럼 그치질 않습니다. 이제 막 이곳 스님들의 선무도 시범이 시작되는데. 절이 온통 아이 울음소리로 시끄럽네요. 할 수 없이 저는 아이를 안고 좀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선무도 시범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곳 골굴사에서는 시간에 맞춰 선무도 시범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이렇게 하루 두 차례 볼 수 있답니다.
 선무도 시범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곳 골굴사에서는 시간에 맞춰 선무도 시범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이렇게 하루 두 차례 볼 수 있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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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선무도 시범을 보며, 저는 아이를 달래줍니다. 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먼저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따뜻한 우유를 주었지요. 그제야 아이도 웃기 시작 합니다. 아마 춥고 배가 고파서 더 울었나봅니다. 에고, 미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경주, #골굴사, #선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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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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