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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리 앉은 바위 이야기

좌석리 마을 표지석
 좌석리 마을 표지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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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저수지 옆으로 난 길은 좌석리를 거쳐 마락리로 이어진다. 좌석리와 마락리 사이에는 유명한 고치령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은 마락리를 지나 영춘면 의풍리로 이어진다. 우리는 길을 따라 좌석리로 향한다. 중간에 커다란 좌석리(坐石里) 마을 표지석이 서 있다. 요즘 동네 앞에 대형 표지석을 세우는 게 유행이다. 그렇지만 크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역사성과 예술성을 생각해 만들었으면 좋겠다.

좌석은 앉은 바위의 한자식 표현이다. 표지석 아래에는 앉은 바위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보니 후대에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을 한 가운데 앉은 바위가 있어 마을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전설을 적어 놓았다.

앉은 바위
 앉은 바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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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마귀할멈이 소백산에서 반지를 잃어버렸다. 할멈은 반지를 찾으려고 산을 파내려 갔다. 할멈이 지나간 자리에 골짜기가 생기고, 튀어 나온 큰 바위가 골짜기를 따라 굴러 내렸다. 그러다 그 바위가 들 가운데 멈춰 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바위를 앉은 바위라 부르게 되었고, 마을 이름도 앉은 바위가 되었다. 이 바위는 현재도 신성시 여겨져 옆에 당집을 짓고, 매년 정월 보름에 당고사를 지낸다.

현재 좌석리는 위로 올라가면서 독점, 조작동, 세거리, 하좌석, 상좌석, 연화동의 여섯 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독점과 조작동을 지나 세거리로 간다. 세거리에는 옛날에 좌석초등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1986년 3월 1일 옥대초등학교 좌석분교로 축소되었다가, 1994년 3월 1일 폐교되었다. 학교는 없어졌지만 지금도 5회 동문들을 중심으로 좌석초등학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들어가 보니 1981년 2월에 졸업한 5회 졸업생 사진이 있다. 그때만 해도 교사가 8명이나 되고, 졸업생이 40명을 넘었다.

좌석초등학교 5회 졸업사진
 좌석초등학교 5회 졸업사진
ⓒ 좌석초등학교 5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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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거리는 작게 보면 조작동, 하좌석, 연화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라는 뜻이고, 크게 보면 옥대리, 좌석리, 마락리가 갈라지는 삼거리라는 뜻이다. 이 세거리를 삼가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옥대리(玉帶里)는 좌석리 아래 단산면 소재지고, 마락리(馬落里)는 고치령 넘어 산골짜기 마을이다.

마락리의 순 우리말은 말굴이다. 말이 굴러떨어진 마을이라는 뜻이다. 옛날 고치령이 하도 험해 경상도 세곡을 싣고 이곳을 넘어 영춘으로 가던 말이 자주 굴러 떨어져 그런 이름이 생겨났다.  

자재기재 넘는 길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들

시냇가로 이어지는 자락길
 시냇가로 이어지는 자락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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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거리에는 농·임산물 판매장, 노인회관, 매점이 있다. 우리는 세거리에서 단산천을 건너 하좌석 방향으로 간다. 그러나 길은 금방 도로를 벗어나 밭둑길로 이어지고, 이내 자재기재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그곳에는 '앗! 위험 – 미끄럼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 갑자기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길을 자재기길이라 부르며, 길이 고개 넘어 두레골까지 이어진다.

두레골로 가는 자재기길은 호젓한 산길이다. 사람 하나 만날 수 없다. 아, 그런데 고갯마루가 멀지 않은 곳에 이르자 앞에 가는 사람이 보인다. 복장이나 신발 등으로 보아 우리 같은 걷기꾼들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주머니들이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좌석리 아주머니들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가끔 이렇게 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세 분인데, 모두 70대 중후반으로 이름이 고문자, 정기순, ○○○씨다. 한 분은 이름 밝히길 사양한다.

좌석리 아주머니들
 좌석리 아주머니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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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자씨와 정기순씨는 영월과 정선에서 시집와 이곳에서 살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인근에서 시집을 온 것 같이 말한다. "강안도 감자바우가 경상도 문디한테 시집와 이래 살고 있제"라면서 농담을 한다. 두 아주머니는 이름뿐 아니라 본까지 말해준다. 고문자씨는 홍성 고씨고, 정기순 씨는 청주 정씨다. 나는 자재기재 고갯마루까지 그분들과 함께 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칠팔십년대만 하더라도 자재기길은 애들의 등·하굣길이었다고 한다. 두레골 애들이 자재기재를 넘어 좌석초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들은 함께 모여 도란거리며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혼자 다니기에는 좀 무섭고, 높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가 자식과 함께 넘기도 했을 것이다. 그 고개가 이제는 인적이 끊어진 옛길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일부 마을 주민과 소백산 자락길을 찾는 우리 같은 사람들만 찾는 산길이 되고 말았다.

장안사 절을 새로 짓고 있군요

장안사
 장안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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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재기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한 5분쯤 내려갔을까, 두레골이 눈에 들어온다. 골짜기 사이 평평한 곳으로 건물이 서너 채쯤 보인다. 두레골은 행정리 상으로는 단산면 단곡3리로 불린다. 마을에 도착해 보니, 이곳은 두레골에서도 산골짜기로 서낭당과 장안사라는 절이 있다. 장안사는 지은 지가 오래되지 않았고, 현재도 불사를 계속하고 있다.

장안사는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요사채가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극락보전은 뒤의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법당 안에는 아미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셨다. 원만구족한 상호에 금칠을 해서인지 친근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이 든다. 부처님이나 내·외부 단청 그리고 기와가 잘 어울린다. 최근에 만든 절집치고는 아주 훌륭하다.

포도밭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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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는 목재를 가공하느라 쇠톱의 기계음이 들리고, 바닥에는 톱밥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아마 법당을 한두 동 더 지으려는 모양이다. 두레골의 본 마을은 이곳에서 골짜기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소백산 자락길은 두레골로 이어지지 않고, 서쪽으로 산길을 따라 다시 고개를 넘어 점마로 이어진다. 이 고개의 이름은 특별히 없지만 점마재로 부를 수 있겠다.

산길을 오르면서 보니 포도밭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단산면이 영주시에서 포도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다. 지주대에 포도넝쿨이 고정되어 있고, 그 위로 비닐이 쳐져 있다. 여름에 햇볕을 받아 당도를 높이려는 시설이다.

길은 다시 산길로 접어들고 경사가 조금씩 급해진다. 이곳 점마재는 소백산 자락길 제11,12코스 중 해발이 가장 높아 600m 정도가 된다. 길에는 낙엽이 켜켜이 쌓여 푹신하고 걷기는 좋다. 그러나 경사 때문인지 함께 하는 우리 회원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고갯마루로 오르는 우리 회원
 고갯마루로 오르는 우리 회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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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백산 자락길은 순흥 땅으로 들어선다

이 점마재 고개가 단산면과 순흥면을 경계짓는다. 해발이 높아선지 고개 주변에는 약간의 눈이 보인다. 아침나절 산자락에 눈이 조금 온 모양이다. 고개를 넘어 우리는 순흥면 덕현리로 넘어간다. 고개 처음 만나는 마을이 점마고, 다음 만나는 마을이 덕고개다. 고개를 넘자 다시 사과 과수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너머로 조림한 낙엽송과 전나무 군락이 보인다.

옛날 산이 황폐했을 때 심었던 대표적인 수종이 아카시나무와 낙엽송이었다. 최근에 이들 조림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낙엽송이 현재 입장에서 보면 경제성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산림녹화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뻘건 동산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과거의 일을 현재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선조들에 대한 지나친 부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마로 내려가는 길
 점마로 내려가는 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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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마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경사가 급하다. 그럼에도 그곳 경사지에도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다. 순흥면은 사과, 복숭아 등의 과수재배와 인삼 등 특용작물 재배가 많은 곳이다. 사과와 인삼은 영주시의 대표적인 특산품이고, 복숭아는 최근에 새롭게 재배되기 시작한 작목이다. 복숭아는 재배기간이 짧고, 병충해도 적어 농부들이 최근에 선호하고 있다. 또 소득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태그:#좌석리, #앉은 바위, #자재기재, #장안사, #점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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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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