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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에서 운항하는 여객선.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를 갈 수 있다.
 백야도에서 운항하는 여객선.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를 갈 수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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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끝자락 백야도에서 배를 기다린다

여수에서도 25km를 구불구불 들어가면 백야도가 나온다. 연륙된 백야도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여수시 화정면에 속해 있다. 선착장 한쪽에 있는 여객선터미널에 들러 배 시간을 확인한다. 배편이라고 해봐야 차도선 한 척이 하루에 세 번 다닌단다. 배 시간을 확인 안 하고 왔더니,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갯내가 코끝에 진하게 파고든다.

시간도 보낼 겸 마을로 올라선다. 백야마을은 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우체국도 있고, 파출소도 있고, 학교도 있다. 비탈에 자리 잡은 마을길을 따라 걸어간다. 문 닫은 이발소가 간판만 달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섬사람들의 사랑방이었을 텐데….

백야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고양이가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
 백야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고양이가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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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작은 고깃배가 분주히 오가고,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해녀가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해녀의 숨비소리는 아니더라도 삶의 애환이 짙게 배어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마을까지 들린다.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섬마을의 정이 그리운가 보다. 머리를 만져주니 배를 바닥에 깔고 눕는다. 일어나 가려하니 아쉬운 눈빛을 보낸다. 미안! 오래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오감이 즐거운 아름다운 몽돌해변

배는 11시 30분에 출발한다. 처음 백야도에 올 때는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그냥 섬에나 가볼까' 하고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고민이다. 여객선은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를 거쳐서 간다. 가장 가까운 개도를 목적지로 정했다. 섬 이름이 개도? '수많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덮을 개(蓋) 자를 써서 개도란다.

개도까지 뱃삯은 2200원이다. 여객선은 30분 정도 차가운 바다를 달렸다. 개도 모전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내리면서 오는 배편에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니, 안된단다.

"예?"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이따가는 위험해서 못 대. 20분 정도 살살 걸어가면 여석마을이 있으니 그리 와."

배에서 내리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게된다. 길가에는 추운 겨울인데도 방풍나물이 푸릇푸릇 싱싱하다. 벌써 보리가 피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전마을이 나온다. 마을은 20가구 정도. 작은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바닷가로 나간다.

여수 개도 모전마을 풍경
 여수 개도 모전마을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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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마을 앞 호녁개 몽돌해변
 모전마을 앞 호녁개 몽돌해변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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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름답다. 호녁개 해변이다. 흰 해변은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담고 있다. 먼바다로 향하는 입구는 항아리처럼 좁은 목을 만들고 있다. 그 목 가운데에 작은 섬이 떠있다. 해변은 반질반질한 몽돌들로 가득하다. 지그럭거리는 몽돌을 밟으며 해변으로 간다. 바닷가에 서니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밀려오는 파도소리는 싸라락 싸라락.
밀려나가는 파도에 갯돌 구르는 소리는 짜라락 짜라락.

반짝거리는 해안 때문에 눈이 즐겁고, 갯돌과 파도가 만들어낸 소리 덕분에 귀가 즐겁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에서 마음이 즐겁다.

섬에서 평생을 살아 온 안타까움

해변 끝에는 노부부가 몽돌 위에 멸치를 말리고 있다. 인사를 하니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어온다.

"이런 곳은 부부가 같이 다녀야지."
"처가 혼자 놀러가서요…. 저도 혼자 왔어요."

마을이 너무 좋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마을 자랑을 한참동안 하신다. 개도는 여섯 개 마을이 있단다. 건너편 마을은 호령마을이고, 앞에 보이는 산에는 시에서 등산로를 잘 닦아놔서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몽돌해변이 아름다운 모전마을.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몽돌해변이 아름다운 모전마을.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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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마을 호녁개 해변
 모전마을 호녁개 해변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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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여름이면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와. 근디 파도가 세. 여름에 한번 놀러와. 낚시꾼은 하나도 안 반가와. 그냥 가면 좋은디 쓰레기를 몽땅 버리고 가. 여름에 태풍불면 온갖 쓰레기들이 다 떠내려 와. 어디서 그런 것들이 오는지 몰라."

할아버지는 모전마을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있었고, 낭장망을 갖고 낚시를 하면서 조금씩 벌어 살아가신다고 한다.

"애들한테 '여기서 살아라'고는 못 해. 인천 살고 광주 살고 그래. 가끔 여수에 한번씩 나가는디 여객선 요금이 많이 싸졌어. 섬사람들 지원해 준다고 해서…. 다리나 나지면 좋은 디. 나 살아서 될랑가 모르것어."

국도 77번 도로가 한창 건설 중이기는 하지만, 개도까지 연결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의 말 속에서 섬에 살아가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특이한 해안 길

바닷가를 뒤로하고 숲으로 들어선다. 개도에는 촉수처럼 길게 나온 곳이 있다.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길이 없어도 좋고, 있으면 더욱 좋고. 작은 풀들이 발목을 스치는 숲길로 들어선다. 양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말 그대로 바다 사이로 걸어간다. 길은 좁다. 길은 있는데, 정비는 돼 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나 낚시꾼들이 다니는 길인가 보다.

길로 들어서면 경치가 좋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아름다운 섬들이 바다에 떠있는 풍경도 좋다. 파도가 세차게 바위를 치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바람에 풀이 눕는다. 풀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까슬한 바람이 얼굴에 불어온다. 차갑지만 싫지만은 않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다.

해변길에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하화도다.
 해변길에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하화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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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길을 따라 가다 만난 풍경. 해안가 쓰레기도 풍경이 된다.
 해변길을 따라 가다 만난 풍경. 해안가 쓰레기도 풍경이 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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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 해변길 끝에서 만난 풍경. 반짝이는 바다와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뒤돌아 선다.
 모전 해변길 끝에서 만난 풍경. 반짝이는 바다와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뒤돌아 선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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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해변으로 나있다. 양쪽 다 해변이다. 파도가 높으면 양쪽으로 바닷물이 넘어 다니겠다. 코발트 빛인 바닷물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해변에 쓰레기들이 모여 있다. 아까 할아버지가 말한 쓰레기들인가 보다. 치워지지 않고 몇 년을 보냈을 지도 모를 쓰레기들이 아름다운 해변풍경에 얹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 탓인가.

다시 숲길로 들어서기를 몇 번 반복하다 바다와 마주한다. 해안 절벽 아래로 파도와 부대끼는 바위들이 보인다. 햇살은 바다에서 잘게 부서진다. 눈이 부시다. 수평선을 그리고 있는 바다가 가물가물 흔들린다. 걸어보고 싶은 호기심에 이곳까지 왔는데…. 사실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뿐이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길, 허전함이 밀려온다.

오렌지색이 개도 모전 해변길. 초록색은 등산로.
 오렌지색이 개도 모전 해변길. 초록색은 등산로.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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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백야도 여행정보

백야도에서 개도 모전으로 가는 여객선은 하루에 세 번 운항한다. 배 시간은 오전 8시, 11시 30분, 오후 2시 50분이다. 섬 여행 전에는 여객선 운항여부 확인이 필수다. 문의는 태평양해운(061-686-6655)에 하면 된다.

개도 봉화산(338m) 등산로는 잘 정비돼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섬들과 어울린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섬마을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개도에는 막걸리가 유명하다. 백야도 선착장 입구에 직접 만든 손두부집이 있다. 손두부에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태그:#개도, #모전, #백야도, #몽돌해변,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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