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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국대가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을 강제해산 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벽시간에 기습적으로 학생들을 밖으로 내몬 대학 측의 행태에 학생들은 "동국대가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오후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생조직들의 대표단체인 '우리의 학문을 지키기 위한 동행'(이하 동행)은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구조조정과 폭력적인 강제해산 조치를 규탄했다.

 

"총장실 나갈 명분 없어 보이니 만들어 주겠다"

 

 

동행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0분께 교직원과 학교 경비용역 직원 등 학교 측 사람들 100여 명이 본관 4층 총장실에 들어가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 직원들이 "(사진 못 찍게) 휴대폰 다 뺏어", "총장실 나갈 명분을 못 찾는 거 같으니 우리가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라는 등의 말을 학생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총장실에는 학생 10여 명이 잠을 자고 있었고, 학생들은 "강제해산 과정에서 교직원들이 여학생의 사지를 들고 입을 틀어막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직원들이 "가중처벌 받기 전에 당장 나가라"고 하는 등 "다수의 인원으로 위협해 스스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자신의 휴대전화도 챙겨 나오지 못한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강제해산 직후 동국대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소수의 학생들이 명분도 없이 점거를 하고 있어 직원들을 들여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직원들은 자진 해산을 권고했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해산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과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 8일간 농성을 벌여왔다. 동국대는 2013학년도부터 5개 단과대 11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학문구조 개편안을 추진해 학생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북한학과, 문예창작학과, 윤리문학학과 등 인문계열 주요학과들이 폐과나 정원이 대폭 축소될 계획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CEO 총장님, 제대했더니 우리 과 사라졌어요).

 

총장실 점거 참여한 학생 21명 징계예정

 

 

동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21세기고 여기는 대학이다, 아무리 세상이 막나간다 해도 대학까지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비싼 등록금을 내고 동국대의 주인이자 당신들의 제자이고 후배인 학생들을 어떻게 거리의 부랑자에게 하듯이 내쫓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7개월간 학교의 태도는 동국대가 더는 교육기관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교육보다 경영에 치중하는 동국대기업임을 보여줬다"며 "학과 구조조정 전면 철회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행 소속의 학생들 이외에도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몰려 학과구조조정 문제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동행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한편 본관 맞은편에서 24시간 천막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총장실 재점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동국대는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 21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밝고 있다. 학교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학생들이 새벽 상황을 말하는 가운데 "거짓말 하지 마라"며 끼어들어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학생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을 한다"며 "학생들은 전부 자기 발로 걸어 나갔고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말을 하면 학생들이 자꾸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동국대, #문예창작학과, #북한학과, #점거농성, #윤리문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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