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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도로환경미화원 이 아무개씨(사진)가 지난 8일 인천 서구청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고된 도로환경미화원 이 아무개씨(사진)가 지난 8일 인천 서구청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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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및 정신상의 장애로 그 업무를 감당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

인천광역시장을 비롯 인천광역시내 인천 서구청 등 10개 시 군 구청장(웅진군수 제외)이 한국노총 산하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인천광역시청 노동조합' 간에 체결한 현 단체 협약서에 담겨 있는 해고가능 사유(10조 2항)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지역 진보정당 및 시민단체가 '힘없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권익을 침해하는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단체 협약안은 인천 서구청(구청장 전년성, 이하 서구청)이 청각장애(2급)와 지적장애가 있는 도로환경미화원을 해고한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확인됐다. 서구청은 지난 2월 13년간 도로환경미화원으로 일 해온 이 모씨(48)를 금품수수 등 이유로 해고했다. 서구청은 주된 해고 이유로 이 씨가 자신이 맡은 구역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에게 공공용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박카스 등 음료수를 받아 마셔 '금품수수'가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신체-정신상 장애 해고사유? "명백한 장애인 차별"

이에 대해 진보신당 인천시당(이하 인천시당)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이하 인천지소)는 '해고처분은 행위에 비해 지나치다'며 원직복직을 요구해 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9월, 판결을 통해 "다른 징계를 통해서도 충분히 징계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해고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며 "30일 이내에 원직에 복귀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서구청이 중노위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지역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인천지소는 최근 서구청과 인천광역시 등 10개시군구 자치단체장들이 한국노총 산하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인천광역시청 노동조합' 간에 체결한 현 단체 협약서 10조 2항에 대해 "사용자의 악의적이고 편의적인 조항 해석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 여지를 심각하게 내포 하고 있다"며 "각 자치단체장들이 장애인 차별을 자인하는 것으로 즉시 수정 삭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의 김진희 팀장은 "해당 조항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차별금지(10조) 조항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근무기간 13년, 조사에서 해고처분은 15일

인천 서구청 전경
 인천 서구청 전경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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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최완규 위원장도 "이같은 문제를 얼마 전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에게 제기했더니 사실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이 같은 차별적 단체협약이 10여 년 동안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공직자들의 낮은 인권지수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당과 인천지소 등은 서구청이 이 씨를 해고한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이 씨를 신고한 사람이 같은 노조원이자 동료직원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노조의 한 간부는 인천 서구청 측이 요청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용자 측 참고인으로 참여해 진술하기까지 했다.

서구청 측은 이 씨가 공공용 쓰레기봉투를 식당에 제공하고 음료수를 받아 마셨다는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사와 함께 해고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실조사와 해고통보까지 걸린 시간은 15일. 해고된 이 씨의 남동생은 "형님이 지적장애가 있는데도 구청 측이 가족들에게는 연락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해고 전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노위 심의위원 "노조간부가 사용자 측 참고인? 단체협약 손질 왜 안했나" 훈계

이어 "조사과정에서도 형님이 식당주인에게 준 쓰레기봉투 수량을 30장이라고 말했지만, 구청 측이 '봐줄 테니 자필로 120장 줬다고 쓰라'고 강요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심리과정에서는 150장(약 15만원 상당)으로 늘어났다"며 강압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서구청 측은 또 이씨를 해고 직후 후임 도로환경미화원을 공모 절차를 밟아 지난 4월 신규인력을 배치했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최완규 위원장은 "노조원이 비상식적인 이유로 해고됐는데도 노조 측이 사용자 편을 들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며 "물증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각본에 의해 해고절차가 진행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심의위원도 심리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어떻게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 측 참고인으로 와서 진술할 수 있느냐"며 "노조에서 (부당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합리한 단체협약서부터 개정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훈계했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최완규 위원장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최완규 위원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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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관계자는 강압조사 의혹 등에 대해 "노조 간부 입회하에 진술서를 작성을 해 문제가 없고 단체협약서상 '금품수수'는 무조건 해고하도록 돼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서구청 측은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결로 비난이 일자 이 씨에게 행정소송을 무기로 '임금 포기'와 '근무지 전환'을 종용했다. 해고된 이 씨의 남동생은 "인천 서구청장과 간부들이 '해고기간동안 임금을 포기하고 기존 도로환경미화원대신 쓰레기 선별작업장에서 일한다면 행정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제의해 왔다"며 "중노위 판결대로 원직복직과 임금지급을 요구하자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대법원까지 갈 것이니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말했다.

서구청, "임금포기-근무지 전환' 하면 소송취하" 회유   

서구청 관계자도 "해고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해고기간 동안 임금 포기와 타 근무지 배치를 제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 행정소송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노동위원회는 서구청이 원직복직과 임금지급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자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 부과예정 통지서를 발부한 상태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최완규 위원장은 "이씨가 청각 및 지적장애가 없었다면 구청 측이 쉽게 해고하지도, 노조 측이 사용자 편을 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잘못을 인정하면 될 일을 이행강제금과 소송비용까지 물어가며 시간을 끄는 것은 권한남용이자 장애인에 대한 횡포"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고된 이 씨와 이씨의 가족들은 지난 8일 부터 서구청 정문 앞에서 '꼭두각시 어용노조 집행부 물러가라' '해고절차 소명기회도 없는 엉터리 단체협약 개정' 등을 새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진보신당 인천시당과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 등도 오는 12일부터 1인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다.


태그:#인천 서구청, #부당해고, #도로환경미화원, #진보신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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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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