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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사람에겐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타고난 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 손을 뻗게 만든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무력감에, 패배의식에, 눈앞에 닥친 하루하루의 고된 일상과 끊임없이 강요되는 경쟁의식에 내몰려 이런 마음을 잊거나 혹은 애써 모른 체해왔다.

 

이런 때에, 이런 절망의 시대에 "아직 희망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절망의 벽을 넘어서자"라며 희망의 불꽃을 쏘아올린 이들이 있었고, 그 희망의 빛나는 상상력과 애써 억눌렀던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만나 파바박 더 큰 불꽃을 피워낸 것이 바로 희망버스다.

 

'그래,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어. 사람이 사람에게 어쩌면 그래. 저들의 절망이 나의 절망이야. 저들이 희망으로 일어설 때 나 또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거야.'

 

지난여름과 가을, 한진 해고노동자들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을 하고 있는 85호 크레인 앞으로, 고립된 영도로, 부산 시내 곳곳으로 모여든 건 바로 이런 마음들이었다.

 

그 마음에 죄를 물을 수 있는가?

 

함께 모여 환호하고, 문화난장을 벌이고, 손잡고 연대했던 마음들. 그 마음이 커지고 커져 천 명이 만 명이 되고, 만 명이 삼만 명이 되었던 희망버스. 그 마음들은 누구의 선동이나 부추김이 아닌 자기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마음이었다. 현장밖에 모르고 살았던 해고노동자들을 다시 그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최소한이나마 지키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 마음.

 

그 마음에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어른, 아이,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비장애인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희망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부산으로, 영도로, 한진중공업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던 마음들. 더는 이기주의, 경쟁주의, 탐욕주의 이데올로기에 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마음에 마음을 보태며 함께 연대했던 희망버스.

 

이러한 희망버스에 죄를 물을 수 있는가?

 

다섯 번째 희망버스를 마지막으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네 명의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가 마침내 85호 크레인에서 두 발로 걸어 내려왔다. 단 하나의 희망을 품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의 마음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이제 또 다른 절망의 현장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은 현장으로, 우리 사회를 환멸하게 만드는 현장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이 하나하나의 촛불에, 촛불을 들었던 마음에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죄를 묻고 모두 구속할 수 있는가? 없다면 희망버스의 배후라 지목하며 구속한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에게 죄를 묻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들을 구속할 명분 따윈 없다. 어떤 형태로든 희망을,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좀 더 살 만한 사회를 향한 상상력을 철창에 가둘 수는 없다.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을 즉각 석방하라.

덧붙이는 글 | 류현영(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


태그:#송경동,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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