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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이 오전 6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마비됐습니다. 용의자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 공아무개  비서관입니다. 공씨의 의뢰를 받은 홈페이지 제작업체는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DDoS 공격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한 서울 지역 초선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디도스 한방'에 당 쇄신이고 뭐고 다 날아가게 생겼다."

 

장탄식이자, 절규 그리고 허탈감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식을 듣고 뒷머리를 망치로 두덜겨 맞은 충격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나 당원도 아닌 사람이 왜 망치로 뒷머리를 맞은 기분일까요. 바로 경남 진주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최 의원이 '진주갑'이라 '진주을'이 지역인 저와 선거로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진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입니다. 언로들도 경남 진주갑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진주시민 자존심도 한방에 날아가버렸습니다. 최 의원은 '진주중-진주고-서울대(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서울지역 사람들이 'KS'(경기고-서울대)를 최고 명문학교로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서부경남 사람들은 진중고-서울대를 최고 명문학교로 꼽습니다.

 

비록 지지하는 정당과 의원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 명문학교를 졸업한 사람이고, 국회의원이라 중앙정치 무대에서 잘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최 의원은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은 공아무개 비서관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최구식을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은 당연한 일입니다. 최 의원 누리집이 트랙픽 초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디도스 공격 목적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만약 젊은층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면 이승만 독재정권때 자유당이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단순히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게 치명상이고, 세계 10권 경제대국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리는 충격파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비판세력을 국가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했는데 이게 진짜 '국가명예훼손죄'입니다.

 

여당 의원 비서관이 공격한 것이 아니라 야당이나 일반 시민이 그랬다면 경찰-검찰-국정원이 다 동원돼어 '반국가단체'가 국가전복을 획책한 일로 반드시 발본색원하여 엄벌하겠다고 나섰을 것입니다.

 

그 동안 이명박 정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괴담 진원지라고 매도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 비서관은 국가기관인 선관위 누리집을 사이버 테러했습니다. 괴담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국가기관 사이버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당연히 모든 공권력이 동원되어 이번 사이버 테러를 철저히 수사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합니다.

 

최 의원은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이라며 "제 운전기사인데 이 사람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알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그리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습니까. 진주 시민인 저야 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입니다. 날벼락을 맞은 진주시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최구식 의원이 지난 2004년 11월에 한 말이 기억납니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려는 노무현 정부의 선의를 믿지만 그러나 정작 나라는 거꾸로만 가는 것이 늘 궁금했으며 관찰 끝에 얻은 결론은 정권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작 나라가 거꾸로" 가게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바로 이명박 정권이고, 최구식 의원 같은 분입니다. 이런 정권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진주시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관위, #디도스, #최구식, #사이버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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