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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 책겉그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 상상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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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가 되면 다른 일을 내려놓고 <뿌리깊은 나무>를 본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니 인터넷을 이용해 재방송을 본다. 그것도 2회분에 달한 것을 연이어 본다. 16회째 방영된 것을 보니 정말로 그럴 것 같았다. 한글이 지닌 파급력이 온 세상을 개벽시키겠다는 것 말이다. 중화사상과 성리학에 덕을 입고 있던 양반과 사대부들은 그러니 한글 반포를 막아야 했을 것 같다.

그걸 보면서 얼핏 떠오른 게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개벽시키고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말이다. 배우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도 그런 파도를 타고 흘러갔었다. 그들 속에 들어 있는 '쉬운 말'과 의도하지 않은 '진정성'을 모두가 알아줬었고. 

신영복·백낙청·조국·오연호·박웅현·김여진 외 15인과 함께 하승창이 엮고 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상상너머)도 그런 참된 변혁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 우리사회가 끌고 가야 할 변화와 공존, 정의와 행복이라는 그 두 가지 축을 특정집단에게 맡겨두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그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를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 가톨릭의 횡포와 탄압에 맞서 일어났던 종교개혁도 그랬었다. 루터는 교황의 오류를 지적했고, 천국행 열차를 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반박했고, 라틴어로만 된 성경을 사제들만 독점하는 것도 반기를 들었다. 95개조 반박문에 그걸 똑똑히 새겨 넣었다. 그로부터 부패한 로마가톨릭에 맞선 새로운 물꼬가 트이지 않았던가. 물론 인쇄술의 보급이 그 흐름을 주도했었고.

이 책에서 신영복 교수는 우리사회가 변화해 가야 할 방향성을 말한다. 이른바 '정치적 주체성', '경제적 자주성', '문화적 자존심'이 그것이다. 그것은 친미(親美)를 너머 숭미(崇美)에 빠져 있는 중심부로는 힘들고 오직 변방으로부터라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원천적인 물꼬는 바로 소셜미디어에 있다고 하면서. 다만 민주화세대와 개혁세대와 N세대들의 하방연대방식에 대해선 심히 고민해 봐야 할 거라 말한다. 물처럼 흐르는 게 진정한 관건이란 이야기다.

백낙청 교수는 지금 우리사회는 '큰 원'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2007년 대선때는 도덕이나 정의 따위보다는 모두가 경제에 올인하던 상황이었단다. 그것 때문에 지금은 개털이 되었고. 또 2008년 총선때는 뉴타운이 활개치면 집값 덕에 살림까지 쫙 펼 것으로 기대했단다. 그 역시 지금은 헛빵질당했을 뿐이라고. 그래서 이젠 '통일'과 '복지'라는 큰 그림을 그려서 새로운 변혁사회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한다.

"'악법도 법이다'란 말과 소크라테스를 연관 지은 가장 오래 전의 학자는 일본의 오다카 도모오로, 그는 경성제국대학교, 동경대학교 법학부 교수이자 <실정법질서론>이란 책을 쓴 일본의 유명 법철학자였다. 1930년대 '번역의 빈곤'이 낳은 이 말은 그 후 우리나라로 건너와 군사독재 시절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 해석으로 악용되기도 했다."(본문, 143쪽)

조국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 중에 나오는 각 주 글이다. 과연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이야기한 배경이 어디에 있었는지, 중심부 권력자들은 그걸 어떻게 활용했겠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군부독재는 어떻게 그걸 써먹었겠는지, 그것들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부분이다. 그와 아울러 조국 교수는 현재의 실정법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건 온전한 법치(法治)가 아니라 치욕적인 법치(法恥')이라고 말한다.

어떤가? 이 책 속에 뭔가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들이 들어 있지 않겠는가? 광고쟁이 박웅현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고, 인권연대 사무국장인 오창익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만 아니라 사법권력도 국민이 뽑는 세상을 꿈꿔야 하지 않겠냐고 항변 하는데, 이 책에는 그만큼 무궁무진한 '시민적 상상력'이 깃들어 있다. 물론 분노 때문이 아니라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공부해 보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신영복.백낙청.조국 외 19인 지음, 하승창 엮음, 상상너머(2011)


태그:#신영복, #조국, #오연호, #하승창,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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