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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뇌가 좋은 아이>(신성욱, 마더스북)이라는 책을 읽었다. 애정과 사랑을 듬뿍 담아 안아주면서 그 교감으로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2007년까지 KBS P.D 였음) 알아낸 뇌의 구조와 읽기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책이었다.

<뇌가 좋은 아이>를 11월 12일 영월도서관 북스타트 행사 강연으로 다시 만났다. 역시 글보다 말이다. 말로 들으니 글로 읽었던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뇌가 좋은 아이, 읽기와 뇌발달>강의를 기다리는 모습
 <뇌가 좋은 아이, 읽기와 뇌발달>강의를 기다리는 모습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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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씨도 딸(4살)의 인생을 바꿔놓은 경우다. 평범한 피디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이유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가 태어났고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다'를 넘어서 이 아이의 '뇌가 어떻게 생겼을까' '뇌가 어떻게 발달하나'가 궁금했단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카이스트에 다니면서 인간의 뇌를 탐색하며 그걸 사람들과 나눈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냥 믿어왔던 속설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역할을 했다. 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뇌가 좋다는 것은 지능이 좋다'라고 알고 있지요? 아닙니다. 지능은 뇌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지능지수(I.Q)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세요? 1920년대 미국에서 군대에 들어온 사람들 배정할 때 능력이나 재능을 조사하고 자리 배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어요.

1930년대, 지능지수 150 이상인 사람 이 천명을 대상으로 70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I.Q가 좋은 사람이 잘 살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시작했는 데 결과는 '아니다, 관련성이 전혀 없다'였습니다.

흔히 '저 사람은 머리가 참 좋아, 인간성은 좀 별로이지만'하고 '저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 머리는 좀 나빠도' 이렇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도 뇌의 문제입니다. 몸으로 기억한다는 말이 있지요. 이것도 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건 뇌가 보는 것입니다. 뇌가 고장 나면 눈으로 봐도 뭔지 몰라요.

누구나 똑같이 뇌 속에 100,000,000,000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이도 어른도 똑같아요. 쥐도 원숭이도 사람도 똑같아요.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점과 점으로 떨어져 있는 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가지를 누가 더 많이 만나게 하느냐, 엉키고 엉켜서 가지를 많이 뻗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뇌 사진을 보여주며) 깊이 들여다 본 적이 있나요? 신경세포가 뿌리처럼 보이지는 않나요?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적어도 12년 정도 걸려요.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느냐가 궁금하지요.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에 의해서입니다. 바로 경험을 통해서 연결 됩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뛰어 놀아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방방 뛰고 떠들고 놀고 탐색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뇌가 열려요.  그 시간에 고작 '문자'(글)을 넣어 준다구요? 들어가지 않습니다. 경험을 통해 눈으로 몸으로 느낌으로 터득을 해야 나중에 커서 공부할 때  무슨 뜻인지 알고 서로 연결하고 세포끼리 연락을 주고받아요.

길이 생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이 너무 좋아서 매일 다녀요. 그러면 길이 생기겠지요. 이게 뇌신경길입니다. 그 길은 편안해지고 익숙해집니다. 그게 자기 습관이고 뇌 발달입니다.

아이에게 동화책 한 권으로 50권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책 속에 나온 '나비'를 가지고 어제 본 나비, 오늘 노래한 나비 등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6살 전에는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냥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 해주고, 놀면서 춤추면서 말해주고 속삭여주고 같이 떠드는 게 중요해요.

이야기는 본능이고, 글자를 읽는 것은 본능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뽀로로에 집중하는 것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현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나온 현빈의 모습 때문입니다. 여자 친구 옆에서 유쾌하게 웃고 떠들고 이야기 해주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환호하는 겁니다.

집을 튼튼하게 잘 지으려면 기초 공사를 제대로 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골조도 세우기 전에 이쁜 벽지 바르고 장판 깔고 해야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책상 공부는 12살 이후에 하는 게 좋아요. 저는 제 아이가 12살 전에 공부하면 막 화 낼 겁니다. "이 녀석, 나가 놀아라"하구요.

6살 이전에는 글자를 가르치지 마세요. 글자에 집착하기보다 세상을 보여주세요. 친구들 많이 만나 뛰어 놀면서 감정의 뇌를 키워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사람 구실하게 되는 30년 후에는 자기만 아는 사람, 남과 이야기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살기 힘든 세상이 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고 팔고 사고 협력하는 그런 시대가 될 거에요.

서울 시장이 된 박원순씨는 세계 유례없는 제1호 정치인입니다. 시민들이 밀어 올려서 되었거든요. 요즘 미국에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증거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가 무척 많습니다.

<뇌가 좋은 아이, 행복한 아이>강의 쉬는 시간 모습
 <뇌가 좋은 아이, 행복한 아이>강의 쉬는 시간 모습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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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고 고민하는 신성욱씨
 질문을 받고 고민하는 신성욱씨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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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표정이 다들 눈 크게 뜬 토끼들이었다. 남아서 질문을 받는 데 예정된 강의 시간이 한 시간 지나도 돌아갈 생각들을 안 하신다. 대부분 이런 고민들이다.

- 강의를 듣고 나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 저희가 해온 방식이랑 너무 달라요.
- 도서업체나 아이들이 하는 홈스쿨에서는 책을 어려서부터 많이 읽어서 그림이나 문자로 사물을 먼저 익히고 나중에 실제로 보면 더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고 이해가 빠르다고 하던데요.
- 한 살 전부터 전집으로 책을 접하게 했습니다. 독서영재 되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옛날엔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에서 다 키웠습니다. 가족, 친척, 그리고 옆집 아줌마, 지나가는 마을 할아버지 등, 국가나 공적인 면에서 다 해결이 되었어요. 지금은 이상하게 엄마 혼자 다 해야 하지요. 매 순간 도전에 직면해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정확한 답(해결책)은 없어요. 그러니까, 모여야 합니다. 스스로 모여서 찾아야 해요. 자꾸 만나서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공부해서 문제에 접근해야 해요."

시원스럽지 않은 결론이었지만, 영월로 내려와 살면서 독서토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힘이 되었다. 혼자 끙끙대지 말고 모여서 같이 살 궁리를 하는 게 낫겠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내 생각을 글로 나타내고 글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서 같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서이다.

영월에 사는 아기 엄마들, 우리 모입시다! 그리고 같이 키웁시다. 30년 후에 당당하고 가슴이 따뜻하고 뇌 발달이 인간답게 된 사람으로 키웁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뇌, #육아, #신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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