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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 원이라고 발표하면서 2009년보다 천원(0.8%)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평균통계일 뿐 월소득 700만원 이상 고소득 계층은 1인당 사교육비가 월 48만4000원으로 100만원 미만 계층의 6만3000원과 비교하면 8배 가량 차이가 나 교육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었다.

한 달에 24만 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1년이면 약 300만원이고, 20년이면 6천만 원이다. 하지만 여기는 공교육비가 들어가지 않았다.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를 감안하면 대학 졸업하면 1억원은 쉽게 넘어간다. 지역에 사는 사람이 서울 소재 대학에 보냈을 경우 집값과 생활비까지 더하면 웬만한 월급쟁이 벌이로는 가기 힘들다.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은 결국 부모들 등골을 휘게 하고 아이들까지 돈에 목마르게 한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친구 돈을 빼앗은 학생이 징계를 받았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릴 때부터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자기에게 이익된다면 '뇌물'을 주겠다는 아이들도 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그리고 돈을 관리하고 쓰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조금 빠를 수 있지만 돈을 관리하고 쓰는 방법은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셋인데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다. 할머니와 친척들에게 용돈을 받으면 그냥 다 썼다. 한발짝만 뛰면 마트가 있어 언제든지 군것질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 용돈, 스스로 저축하게 만들어

특히 설날과 추석 때 친척에게 받은 세뱃돈이 많게는 10만원이 될 때도 있었다. 문제는 이 돈을 나와 아내가 갑자기 돈이 필요한 경우 써버릴 때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한 돈인데 아이들이 너무 쉽게 쓰는 데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우리도 세뱃돈을 그냥 써버리잖아요."
"통장을 만들어 저축을 하면 돈을 함부로 안 쓸 것 같은데."


결국 아이들 통장을 만들었다. 몇 천 원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우리 선조들 말씀이 틀린 말씀이 아니었다. 3년을 모았는데 아이 한 사람 당 100만원이었다. 3년 모은 돈이 겨우 100만원이냐고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적은 돈이 결코 아니다.

지난 5월 3일 <재벌닷컴>은 3일 현재 상장사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중 1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가진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8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었다. 한 아이는 681억원이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 통장에 든 100만원은 '조족지혈'도 안 된다.

아이들은 3년 동안 300만원, 한 사람이 100만원씩 모아 소를 샀다.
 아이들은 3년 동안 300만원, 한 사람이 100만원씩 모아 소를 샀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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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2천원을 모아 소를 샀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천원, 2천원, 1만원을 꼬박꼬박 모아서 만든 100만원이다. 그런데 이 돈으로 지난 2월에 소를 샀다. 삼촌이 한우를 키우고 있는데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휠씬 낫다는 말을 듣고서다. 300만원을 통장에서 빼는 날 얼마나 아이들이 좋아했는지 모른다. 자기들 코묻은 돈으로 소를 산 것이다.

"'인서체'(아이들 이름) 너희들 지난 3년 동안 모은 돈으로 소를 사는 것이 어떠니?"
"소를 산다구요?"

"응. 삼촌이 소를 키우고 계시잖아."
"삼촌에게 소를 사 무엇하게요."

"응 나중에 너희들 대학 갈 때 등록금하면 되잖아."
"대학 등록금을 할 수 있다구요. 몇 마리 살 수 있어요."

"아빠는 몇 마리를 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 좋아요. 우리가 모은 돈으로 소를 살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너희들이 알 것은 소를 사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함이 아니다. 할머니와 큰 아빠, 삼촌, 고무부들이 주신 용돈을 아주 귀하게 여기라는 것이야. 돈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겠니."
"알았어요."


돈을 귀하게 여기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돈을 바르고 정직하게 번다. 재벌가 손자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수백억원 대 주식을 갖고 있다면 돈 귀한 줄 모르고, 그 돈이 누구의 피와 땀에서 나온 것인지도 잘 모른다.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저축습관을 들이고 위해 통장을 다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저축습관을 들이고 위해 통장을 다시 만들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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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으로 다시 시작한 저축

돈을 귀하게 여기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돈을 바르고 정직하게 번다. 몇 달 동안 적금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통장을 새로 만들었다. 3천원에서 시작했다. 3천원에서 출반한 통장에 나중에 100만원이 되면 또 소를 살 것이다. 소 한 마리가 두 마리, 두 마리가 네 마리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자랄 것이다. 자기가 직접 번 돈은 아니지만 한푼 두푼 씩 모으면 나중에 커서도 아무렇게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정직하게 돈을 벌고, 그것을 나중에 같이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냥 앉아서 수백원 주식을 가진 아이들보다 1천 원, 2천 원을 정직하게 모은 우리 아이들이 더 떳떳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이 세상은 많고 많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태그:#통장, #소, #저축,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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