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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텐 크리스천(이하 크리스천)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27세 여성이다. 크리스천은 최근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미국인을 움직인 '은행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 운동의 제안자이기 때문이다.

 

9월 29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의 거대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새로운 카드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직불카드를 사용한 사람에게 한 달에 5달러의 수수료를 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카드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정책이 실시되자,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수수료를 물려 은행의 '손실'을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크리스천은 화가 났다. "의식 있는 소비자로서" 견지하고 있던 원칙에 비춰볼 때 BOA의 "비윤리적인 사업 관행"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크리스천은 '소비자를 외면하고 영리만 추구하는 거대 은행'에서 '비영리적인 신용협동조합'으로 계좌를 옮기자는 제안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가 (대안으로) 택할 수 있는 것들을 조사한 결과, 신용협동조합은 명확하게 가장 논리적인 선택지였다. 난 (……) 신용협동조합이 지역 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봉사하고 있는지 미국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11월 5일을 '은행 옮기는 날'로 하자는 크리스천의 제안에 많은 미국인이 호응했다. ABC 방송에 따르면, 8만2000명 이상이 "(대형) 은행들이 11월 5일을 항상 기억할 수 있도록" 크리스천의 제안에 동참하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또한 미국신용협동조합협회에 따르면 9월 29일 이후 65만 명 이상이 신용협동조합으로 거래 금융 기관을 바꿨다고 ABC 방송이 5일 보도했다.

 

미국신용협동조합협회는 크리스천의 제안 이후 신용협동조합으로 이전된 금액이 모두 45억 달러에 이르며, 신용협동조합의 80퍼센트 이상이 '은행 옮기는 날' 운동의 혜택을 입었다고 밝혔다.

 

크리스천이 애초에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 500명과 이 계획을 공유할 때 이렇게 거대한 운동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천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운동에 놀란 거대 은행들, 직불카드 수수료 부과 계획 철회

 

크리스천의 제안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과도한 수수료 부과가 BOA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또 다른 거대 은행들도 직불카드 수수료 '신설 혹은 전국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9월 17일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도 크리스천의 제안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 의견이 미국 사회 전반에 확산된 상태였기에, 크리스천의 제안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퍼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천 본인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또한 크리스천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은행 옮기는 날' 제안에 호응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자신이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 옮기는 날' 제안에 호응하는 이들이 늘자 은행들은 한 발 물러섰다. BOA는 11월 1일, 직불카드 보유 수수료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던 다른 거대 은행들도 BOA와 마찬가지로 계획을 접었다.

 

이러한 가운데, 신용협동조합은 물론 지역은행들이 '은행 옮기는 날' 운동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역의 소규모 은행들이 트위터를 활용해 "(은행을) 갈아탈 생각을 하시나요? 우리 은행으로 오세요", "왜 11월 5일까지 기다리세요?" 등의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11월 5일 '은행 옮기는 날'에 동참해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사람 중 100명에게 100달러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곳도 있다.


태그:#수수료, #은행, #월가 시위, #카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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