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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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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경선 룰 협상 들어갈 때 상대방에서 '봐 주는 것 없으니깐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게 '서로 열심히 하자'는 좋은 뜻인지 알았다. 아마추어라서 그런 거다. 상대방은 진검을 들고 있는데 우리는 목검으로 대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탄생시킨 '희망캠프'는 아마추어 집단이었다? 송호창 전 희망캠프 대변인이 고백한 바에 따르면 맞는 얘기다. 송 전 대변인은 치열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전개됐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단일화 경선 룰 협상 과정 당시를 이같이 기억했다.

하승창 전 희망캠프 총괄기획단장도 선거 초기 난감했던 건 마찬가지였다. 하 단장은 "선거를 치러본 적 없으니 선거법부터 숙지하자고 했다"며 "사무실이 없어 초반 며칠은 카페에서 회의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당선시키는 선거운동을 해본 적 없던 이들이 50일간 좌충우돌하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승창 전 단장과 송호창 전 대변인은 4일 저녁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56번째 10만인클럽 특강 '희망캠프 뒷담화 - 결심에서 당선까지'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 탄생 비화'를 풀었다. 

[뒷담화 하나] "안철수 양보 안 하더라도 박원순 출마해야 한다고 이 악물었는데"

5% 지지율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50% 지지율을 자랑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으로부터 양보를 받았을 때, 두 사람은 안 원장의 결단을 예측했을까. 결론은 '아니다'다.

하 전 단장은 "박 시장의 출마결심을 확인하기 위해 산에 올라갔을 때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결심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왔다"며 "박 시장은 몰랐던 상태여서 그때서야 이메일을 주고 받고 6일 만나기로 했다, 하루 사이의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26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하승창 기획단장(오른쪽 위) 등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박 후보가 자리에서 일어나 캠프 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26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하승창 기획단장(오른쪽 위) 등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박 후보가 자리에서 일어나 캠프 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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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변인은 "박 시장 본인도 '같이 만나서 세종문화회관으로 들어갈 때 낌새가 이상했다'고 할 정도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은 기성 정치인을 보는 잣대로는 전혀 이해 못한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나 소명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으로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안 원장이 양보 못하더라도 박 시장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송 전 대변인은 "사전에 어떻게 하자고 논의해야 할 겨를이 없었다"고 전제한 뒤, "저는 개인적으로 (박 시장이) 출마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부터 5%가 50%를 이겨야 하니 머리가 상당히 아팠다"며 "각오와 결의를 새롭게 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 차에 (안 원장이) 양보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 전 단장은 "두 분 중 한 분만 하지 않았겠나, 박 시장은 (안 원장이 출마한다고 했다면) 양보할 수도 있다"면서도 "아마 (박 시장을 도우려했던) 이들은 다 나가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뒷담화 둘] "밖에서는 '질 수 없는 선거'였지만 이대론 KO패 한다고 생각"

민주당·민주노동당 후보와의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박원순 검증 1라운드'는 희망캠프의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첫번째 난관이었다. 경쟁자들은 박 시장의 '아름다운 재단' 활동을 거론하며 '재벌 후원 후보'로 박 시장을 공격했다.

하 전 단장은 이 문제에 대해 "실제로 부끄러운 일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후보 본인은 물론 우리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참 묘하게 그 돈을 받아 다른 데 쓴 것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초반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오해 아닌 오해'를 고백했던 송 전 대변인은 "다들 (하 전 단장과 같은) 생각을 해서 대변인인 제가 제일 힘들었다"며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가게 활동을 잘 알고 있던 우리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시민들은 우리가 해명하지 않는 것을 보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26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송호창 대변인의 입가에 미소가 퍼지고 있다.
 26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송호창 대변인의 입가에 미소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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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변인은 이어, "시민들의 의문까지 읽어내고 어디까지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정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며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섬세하게 대응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때문에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뛸 수 있는 전문가, 정당 조직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며 "밖에서는 '질 수 없는 선거'라고 했지만 캠프 내에서 볼 땐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간다면 링 위에 올라가는 족족 KO패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로 상처받지 않고 본선에 올라가는 게 더 중요했다. 우리도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지만 서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경선과정의 노력 덕분에 민주당·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빠르게 단일 선거본부를 꾸려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본다."

[뒷담화 셋] "지뢰 던져진 TV토론, 딱 한 번 상대방 수 읽었다"

50여 일의 선거운동 동안 희망캠프가 가장 많이 질타를 받은 점은 TV토론이었다. 두 사람 모두 깨끗이 이 점을 인정했다.

송 전 대변인은 "토론준비팀을 만들어 전문가를 모시고 쟁점과 표정, 말투까지 준비했지만 후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더라"며 "박원순을 나경원으로, 아나운서처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상대방 후보는 대변인을 수년 했고 아나운서 뺨칠 정도로 말도 잘 하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하는데 우리는 '이미지가 뭐 중요하겠나, 내용으로 승부하자'고 했다. 역시 아마추어임이 드러난 거다. 막상 토론회에 가면 내용을 얘기할 시간도 없더라. 막 쏟아지는 질문에 해명하라고 하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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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변인은 또 상대방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말려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나 후보가 차분하고 착하게 지뢰를 툭툭 던졌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의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 축소' 공약을 듣고 성급하게 '제2의 뉴타운 계획', '난개발 공약'이라고 공격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나 후보가 언급한 도봉구·노원구 등의 지역주민들은 우호적으로 공약을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만을 언급한 박 시장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송 전 대변인이 토론회 전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고 들어간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두 후보가 마지막 방송토론 때 노래를 불렀을 때였다. 당시 박 시장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의 한 소절을 불렀고 나 후보는 '서울의 찬가'를 불렀다.

"토론회 직전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아마 상대방 후보 쪽에서 제안을 했거나 압력을 넣은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생기고. 그래서 제안 수용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 긴급히 토론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쪽의 노래가 감이 오더라. '서울의 찬가' 그 노래를 한다면 우리 표가 오히려 온다. 받자고 했다. 선거기간 중 단 한 번 상대방의 수를 읽은 순간이었다." 

[뒷담화 넷] "남 듣기 좋으라고 한 말 아니다, 야당 도왔기에 박원순 승리했다"

선거는 이처럼 어려운 고비를 넘어 승리로 끝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 친환경 무상급식 ▲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 서울시 및 산하기관 비정규직 단계적 정규직화 등 선거기간 약속했던 것을 곧장 실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야권통합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박원순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승창 기획단장과 송호창 대변인이 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원순, 결심에서 당선까지' 희망캠프 뒷담화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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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전 단장은 "선거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정당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정말 시민의 힘이 컸다"며 "박 후보의 20~40대 득표율을 보면 사실상 거의 몰표였다, 저희가 지금 재미있게 얘기했던 미숙함과 모자람을 모두 덮어버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기존 정당을 다 합친다고 해서 새로운 정치가 실현되기엔 모자른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며 "서울시장 선거는 승리했지만 힘을 합쳤더라도 진 곳도 있다, 야당들이 힘을 다 모으고 박원순, 안철수 등 다른 무엇이 있었기에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변인은 이번 선거결과를 정당 정치의 패배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을 만든 건 시민사회의 힘, 정당의 힘 모두가 합쳐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남들 듣기 좋으라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힘을 얻기 위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민노당 당원들이 없었다면 유권자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야권통합과 후보단일화의 전망이 밝다고 해야 하는데 반대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무지개연합군은 서로 신뢰하게 됐다. 이런 신뢰가 경선의 '밀당' 과정이나 상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야당들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


태그:#박원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하승창, #송호창, #희망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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