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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교육단체들과 '서울교육희망정책협약식'을 맺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지난 10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교육단체들과 '서울교육희망정책협약식'을 맺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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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될 거라고 확신했었어요. 박원순 시장한테 2번이나 직접 확답을 들었거든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다음 날인 11월 4일. 서울시립대 학생회관에서 만난 김종민 시립대 총학생회장(국사학과 4)의 말이다. 김 회장은 "어제 방송국에서도 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어리둥절하고 정신이 없다"면서 "정말 반값등록금이 되는구나 싶다"라며 웃었다.

"지난 10월 17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시립대 총학의 경우 한대련은 아니고, 회장단으로 참여했는데 후보에게 '지지율이 왜 떨어지냐, 민심 못 대변하는 것 아니냐, 대학생들이 원하는 건 반값등록금이다, 시립대 시작으로 다른 대학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이왕하시는 김에 내년부터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당시 후보 공약은 '2013년부터 반값등록금 시행'이었다. 그러니까 후보가 '내년부터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후 10월 23일 교육단체들이 초중고, 대학까지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 때 1순위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시행에 대한 협약이 있었고 싸인을 했었다."

"'돈 때문에 친구도 사치'라던 학우의 죽음...오세훈은 말이 없었다" 

7월 10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이마트 탄현점 앞에서 고 황승원군 등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신세계 이마트쪽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7월 10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이마트 탄현점 앞에서 고 황승원군 등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신세계 이마트쪽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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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당시 시립대 총학생회는 박원순·나경원 두 후보에게 반값등록금 실현,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동대문구 대학생 주거대책마련 등 5대 요구안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답변서를 보내온 반면, 나경원 후보는 선거일을 단 며칠 앞둔 지난 10월 21일까지도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이날 시립대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128명 가운데 108명. 시립대 부재자 투표율은 84%를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던 날, 김종민 회장은 트위터(@26mipi)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서울시민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요. 등록금 고지서 100만원대를 찍게 됐습니다. 서울시립대를 시작으로 전국대학생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시립대생들에게 '반값등록금 실현'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여름 한 학우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이다. 지난 7월 시립대 경제학과 황승원씨는 학자금 대출금 1000만 원을 갚기 위해 이마트 탄현점에서 심야 냉동 창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질식사했다. 발주처인 신세계 이마트와 원청인 트레인코리아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황씨의 시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한 달 넘게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어야 했다.

당시 시립대 총학생회는 분향소를 지키면서 이마트 측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학자금 대출금 1000만 원을 모금을 통해 대신 갚아주었다.

"황승원 학우는 '돈 때문에 친구가 사치였다'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친구였다. 사실 처음 반값등록금 논쟁이 있었을 때 학내에서도 '무슨 반값등록금이냐'라는 여론이 있었다. 그런데 황 학우 사건을 계기로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아, 어려운 친구들이 많구나.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구나. 1000만 원 모금액 가운데 시립대생들이 700만 원 정도를 냈다. 49제도 학교에서 치렀고. 그런데 당시 서울시립대 이사장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무런 지원도, 심지어 멘트도 없었다. 추모의 말이라도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고, '시립대는 (등록금이) 이미 반값이니까 반값 필요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반값등록금 '물꼬'..."내년 총·대선 20대 투표율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것"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에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에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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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립대 반값등록금 시행'이 발표되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시립대생의 60%가 지방출신인데 서울시민 세금으로 타 지역 학생 등록금을 내줘야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지역감정을 조정하는 비열한 논리"라고 일갈했다.   

'복지포퓰리즘' 논란 역시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182억 원이라는 게 큰돈이 아니다, 서울시 전체예산의 0.1%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이라면서 "결국 이 돈을 4대강과 한강르네상스에 투자할 것인가, 대학생에게 투자할 것인가는 대학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는데 있어서 주요한 화두가 복지였다, 복지는 국민들의 권리, 시민들의 권리"라면서 "이명박 정부는 민심이반이 왜 일어나고 있는가, 나경원 후보가 왜 떨어졌는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20대 투표율이 35% 나왔다. 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면서 내년 총선,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거다. 사실 20대가 정치인이 자기문제를 해결해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박원순 후보가 그걸 해줬다. 내년에 시립대 근처에 있는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학생들이 가만히 있겠나. 사립대생들이 가만히 있겠나. 박원순 시장도 이걸 알고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우리도 등록금에 '반값' 찍혀 나오는 그 날까지 지켜보겠다."


태그:#반값등록금, #서울시립대, #김종민, #박원순, #황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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