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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폭탄'이 좋을지 몰라도, 기름은 섞으면 큰일 난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회사 업무용 차량이 경유를 사용하는 신형차로 바꾼 지 3일째, 인근 주유소에 들렀다가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주유 시 "경유로 넣어 주세요!"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디젤 차량이었고 주입구에도 '경유'라는 표시가 있어 걱정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을까?

주유를 마치고 경유 쪽 주유 표시기를 보니 내가 말한 금액과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휘발유 주유기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2만 원이요!"하고 말한 그 금액이 표시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유원을 불러 확인한 결과 우려했던 사건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주유소의 주유기
 주유소의 주유기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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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차 휘발유 차 아닌가요?"

주유원의 실수로 경유차에 그만 휘발유를 넣고 만 것이었다. 놀란 주유원은 연신 "죄송하다"며 곧바로 견인차를 불렀고, 인근 정비업체에서 연료통을 세척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혼유사고, 경유차 주입구 모양을 바꿉시다

혹시라도 내가 주유기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후에 펼쳐졌을 상황이 그저 아찔하기만 했다. 다행히 시동을 걸지 않아 연료통만 청소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무심코 시동이라도 켰다면 엔진계통으로 휘발유가 들어가 연료통뿐 아니라 엔진과 연료 관련 부품까지 수리해야 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로 인해 수백만 원의 수리비는 물론 신차 수리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까지 이어졌으리라.

혼유사고란 한마디로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었다는 이야기다. 주유 직후 주행 시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증가하지 않고 출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울컥거린다면 십중팔구는 혼유사고다. 예전에는 혼유사고를 내면 주유원들이 피해액을 직접 다 물어 주어야 했다. 특히 몇 푼 벌자고 일하는 학생들에게 수백만 원씩 물리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요즘은 주유소 마다 혼유배상책임보험이 별도로 가입되어 있어 혼유사고로 수리비가 수백만 원이 나오더라도 자가 부담금 일부만 부담할 뿐이다. 어찌되었든 누가 수리를 해주든지 혼유사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지난 2009년 인천지법은 "주유소 직원이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해 승용차가 고장 났다면 운전자도 20%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인천지법은 A(여)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차량이 휘발유를 사용하는 승용차와 유사, 주유소 직원이 오인할 우려가 있었으므로 운전자가 연료 종류를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주유소 측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혼유로 의심되는 차량 고장이 발생해도 성분 분석, 영수증 확인 등을 통해 명백하게 특정 주유소에서 혼유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운전자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

피해를 입은 차량의 주입구에는 'DIESEL'과 '경유'라는 표시가 3곳이나 있었다. 노란색의 경유주입구 캡 색상이 휘발유 주유기 색상과 같아 자칫하면 혼동할 가능성도 있었다.
 피해를 입은 차량의 주입구에는 'DIESEL'과 '경유'라는 표시가 3곳이나 있었다. 노란색의 경유주입구 캡 색상이 휘발유 주유기 색상과 같아 자칫하면 혼동할 가능성도 있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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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차량의 주입구를 살펴보니 캡에 분명히 'DIESEL'과 '경유'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럼에도 왜 혼유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혼유사고는 주로 경유차에서 많이 발생한다. 휘발유주유기가 경유 차량의 주입구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유 차량의 연료 주입구는 휘발유와 경유 주유기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당연히 쉽게 부주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주유원들의 혼유사고가 끊이지 않자 사업자들은 혼유 방지장치 도입이나 주유 차량에 직접 유종 구별 스티커를 붙이는 등 자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주유원이 자주 바뀌는 특성상 자체 교육을 해도 사고를 피할 수 없다. 또 손님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미처 확인할 겨를도 없이 무심코 휘발유를 주유하는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혼유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월간 주유소>에 따르면 혼유사고의 연간 피해액은 액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고 통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빈번하게 일어나는 혼유사고는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국가적인 낭비다.

"혼유사고 제로에 도전한다" 주유소에서 자체적으로 고객차량의 주입구에 부착한 혼유방지 스티커.(사진출처 : <월간 주유소>)
 "혼유사고 제로에 도전한다" 주유소에서 자체적으로 고객차량의 주입구에 부착한 혼유방지 스티커.(사진출처 : <월간 주유소>)
ⓒ 월간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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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든 경유 차량의 주입구 모양을 변경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과 같은 원형 주입구 방식으로는 아무리 교육을 시킨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완벽히 실수를 방지하기는 힘들다. 과감히 경유 주유기를 사각형이나 육각형 등의 특정 모양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원형 주입구를 유지하고 있는 기존 차량에는 주유기 연결용 소켓을 부착하면 되지 않을까?

혹시라도 현재의 원형방식이 주입구와 주유기 접촉 시 마찰이나 충돌(스파크, 불꽃)을 최소화하여 폭발·화재사고를 줄이기 위함이라면 재질을 바꾸면 된다. 또, 자동차가 전 세계로 수출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혹시라도 세계표준이 문제된다면 자동차선진국인 우리가 먼저 시행하고 제안하면 되지 않을까?

운전자들도 주유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주유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항상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주유 시 가급적 해당 급유기 앞에 주차하여 "경유! 5만 원 넣어주세요"라는 식으로 정확히 주문하고, 영수내역에 유종이 적합하게 결제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혼유사고를 방지하려면
1. 주유 전 반드시 차량의 시동을 끈다
-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혼유사고 발생 시 간단하게 연료탱크 클리닝 조치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시동을 켠 상태에서 혼유가 발생하면 연료계통 라인 등 수리범위가 커지고 수리비가 수백만 원에 이를 수 있다.
2.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알리고 주유과정을 재차 확인한다
3.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여 영수증에 표시된 금액과 유종을 확인한다
- 해당 주유소에서 주유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피해보상을 받기가 어려워지므로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받아 둔다.
4. 주유 직후 갑자기 출력이 떨어지고 시동이 꺼지거나 엔진회전수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차를 세우고 견인 조치하여 혼유 사실을 확인한 후 주유소에 통보한다.


태그:#혼유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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