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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문광부 장관배 대학생 토론 대회는 전국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제1회 문광부 장관배 대학생 토론 대회는 전국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성숙시킬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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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토론대회 열풍이 거세다. 학내는 물론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과 케이블 채널에서도 토론대회가 한창이다. 토론 수업 부재의 교육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스펙 쌓기'인가? 어쨌든 지금 대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토론 동아리까지 만들어 대회에 참여한다.

지난 6월 29일 시작된 제1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 대학생 토론 경연대회는 12월 28일까지 반년간 계속된다. 이 대회는 한국정책방송(KTV)에서 '캠퍼스 토론 청년, 통하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7일과 18일 이틀간 '전국대학생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토론대회에는 전국 45개 대학에서 149개 팀이 출전했다. 이 중 본선에 진출한 32개 팀이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현행 국회의원 선거의 석패율제도 도입'을 주제로 토론 실력을 겨뤘다.

지난달 27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1회 대학생 토론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전국 31개 대학에서 34팀이 출전해 '망중립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학생 토론문화가 크게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3일 종영된 tvN의 '2011 대학토론배틀'이다. '20대 지성의 축제, 토론문화가 바뀌면 대한민국 토론문화가 바뀐다'는 구호로 시작한 토론대회는 한 달여 경쟁 끝에 우승자를 배출하고 막을 내렸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무조건 이기려는 데 집착"

지난 9월 3일 tvN '2011 대학토론 배틀' 결승전이 열렸고 연세대학교 토론헌터 팀이 우승했다.
 지난 9월 3일 tvN '2011 대학토론 배틀' 결승전이 열렸고 연세대학교 토론헌터 팀이 우승했다.
ⓒ tv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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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토론문화가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방송계까지 대학생 토론이 확산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토론문화가 서로 이해와 소통을 위한 토론이 아닌 이기기 위한 토론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tvN의 '2011 대학토론배틀'에 참여해 준우승을 차지한 고려대 '월화수목금토론'팀의 이재욱(고려대 정치외교학과)씨는 "대회에 참여하면서 미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갈등 부분만 부각시켜 반성하게 됐다"며 "대중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 대회에 나갔지만 대회가 거듭될수록 무조건 이기려는 데 집착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11 대학토론배틀'이 대학생의 토론문화를 바꾼다는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배틀'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경남권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김강민(24·세명대 저널리즘스쿨)씨는 "토론이라면 마음을 열어두고 소통해야 하는데 각 팀이 돋보이려고 너무 공격적으로 말해 놀랐다"며 토론대회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했다.

일부에선 토론대회가 자기주장만 내세워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형태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시간을 두고 심층적으로 토론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토론대회가 정해진 시간에 급하게 진행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미란(25·부경대 신문방송학과)씨는 "제한된 시간에 토론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를 못하고 결국 상대방의 허점을 찾고 공격하는 형식으로 변질된다"며 토론대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말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 1천인 원탁회의'를 개최해 토론문화의 변혁을 이끈 코리아스픽스 이병덕 상임이사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토론배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이사는 "토론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 하는 대결이 아니라 서로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며 "토론은 갈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우리 사회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상대방 논지도 받아들이려는 자세 필요"

KTV '캠퍼스 토론 청년, 통하라'에서 인천대와 연세대가 토론 경연을 하고 있다.
 KTV '캠퍼스 토론 청년, 통하라'에서 인천대와 연세대가 토론 경연을 하고 있다.
ⓒ KT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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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토론대회가 대학생의 목마름을 채워줄 우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마기태(22·동아대 경영학과)씨는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평소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했다는 그는 "실전 경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며 시간이 된다면 계속해서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토론 경연대회에 참가했던 김영일(26·부경대 신문방송학과)씨는 "사회 현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남대 언론홍보학과 정상윤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가에 부는 토론 열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바람직한 토론문화의 방향도 제시했다.

"토론이 경쟁 방식으로 이루어져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영국과 미국의 대학생 토론 문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은 150년 전통의 토론 문화를 갖고 있지요. 민주주의 기초는 토론입니다.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토론의 기본은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잘 듣고 상대방의 논지를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토론, #대학생, #토론배틀, #토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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