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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조중동>이 이를 집중 보도하고, <조중동>이 보도하면 한나라당이 논평으로 박원순 때리기를 한다.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식이다. 나경원 후보는 사진까지 멋지게 배치하면서 박원순 후보측과 언론이 나 후보 발언과 의혹 관련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애써 외면한다. 이런 보도 행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박원순 후보가 시민운동을 했던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대기업 등에서 후원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이들 재단을 '박원순 재단'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네거티브를 넘어 심각한 왜곡 보도다.

10월 1일자 1면 머리기사 '박원순 재단'을 제목으로 뽑았다.
 10월 1일자 1면 머리기사 '박원순 재단'을 제목으로 뽑았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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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기업과 법인들이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해온 아름다운재단에 2001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수천만~수억원씩 총 14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낸 기업 중 일부는 경영상 문제나 사주 비리 등으로 박 변호사가 이끌었던 참여연대 등 좌파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던 상황이어서 여론 무마용이나 보험 들기 차원에서 거액을 후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10월 1일자 <대기업 10곳 '박원순 재단(아름다운 재단)' 148억(2001~2010년) 기부>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상임이사로 재직한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측으로부터 총 6억5000만원 가량을 후원받은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도요타재단은 좌파 진영으로부터 "친일 연구와 관련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15일자 <박원순 재단, 日도요타서 6억 받아>

15일자 <조선일보> 6면 제목 박원순 재단으로 뽑고 기사내용은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라고 표현했다
 15일자 <조선일보> 6면 제목 박원순 재단으로 뽑고 기사내용은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라고 표현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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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사를 보면 제목은 '박원순 재단'으로 뽑았지만 기사 내용은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재단'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독자들에게 '오해'(?)하지 말라고 한다. 박원순 재단과 아름다운 재단은 엄연히 다르다. 아니 박원순 재단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 재단이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박원순 후보 개인 재단처럼 제목을 뽑았다. 이 얼마나 심각한 왜곡인가. 신문 독자들이 기사 내용을 읽지 않고 제목만 읽었다면 박원순 후보가 대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들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을지라도 무슨 문제가 되는가.

<조선일보>는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박원순 이름으로 표현함으로써 박원순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인식시키려고 했다. 시민운동을 한 박원순 후보에게 도덕성은 생명과 같다. 그런데 박원순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았다고 하는 순간 도덕성이 무너질 수 있다.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기부받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일보>의 제목 왜곡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8월 4일치 4면 'EBS 인기 강사의 황당한 근현대사 강의'라는 제목 기사에서 "북한은 미식민지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빨갱이 골라낸다면서 머리 짧다고 그냥 죽여"…라는 부제를 달고,  "EBS의 수능특강 '한국근현대사' 강의 6회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반(反)대한민국적, 반미친소(反美親蘇)적이며 북한 우호적 내용으로 강의하고 있었다"는 공정언론시민연대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보도했었다.

지난 8월 4일치 <조선일보> 4면 보도 내용.
 지난 8월 4일치 <조선일보> 4면 보도 내용.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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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최태성 교사는 "오늘 한 일간지의 기사가 저의 삶의 철학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습니다. 저를 친북 좌경 세력, 反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해 버렸습니다. 거대 언론의 기사 하나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강의하고 싶은 한 교사의 꿈을 짓밟아 버렸습니다"고 반박했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최태성 교사에게 확인 전화도 하지 않고 보도했다.  최 교사가 "기사를 쓸 때 적어도 저한테 확인 전화 한 번은 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라고 따져 묻고, "특정 단체의 의견은 그대로 실어주면서 한 개인에게는 이에 관한 의견을 전혀 구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개인에 대한 언론의 폭력"이라고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EBS도 성명에서 "기사는 특정부분만 발췌하여 마치 강의 내용이 좌편향적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 후, "앞뒤 전체내용을 한번이라도 확인해 본다면 그 누구라도 기사와는 전혀 다른 맥락임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것을 비판했다.

결국 <조선일보>는 지난 9월 1일 2면 '알려왔습니다'에서  "본지 지난 8월 4일자 A4면 'EBS 인기 강사의 황당한 근현대사 강의' 제하의 기사와 관련, 해당 강사는 '강의 내용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놓고 볼 때 근현대사를 왜곡하여 강의한 바가 없으며, 강의 중 이념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적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라는 사고(社告)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조선일보> 실체다.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쓴다. 왜곡한 제목 하나가 박원순 후보 당락을 결정짓고, 한 교사가 살아온 삶을 짓밟는다면 사회를 정화시키는 언론이 아니라 흉기가 될 뿐이다.

<조선일보> 사장은 방상훈씨다. 만약 사람들이 <조선일보> 문제를 다룰 때 <조선일보>를 <방씨일보>라고 하면 가만히 있겠는가. 박원순 후보측이 <방씨일보>는 왜곡하지 말라고 하면 <조선일보>는 분노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주가 방씨일지라도 <방씨일보>가 아니라 <조선일보>이듯이 희망제작소와 아름대운재단은 '박원순 재단'이 아니다.

제목을 교묘히 왜곡하는 것은 '1등신문', '할 말은 하는 신문'이 할 일이 아니다. 자꾸 그러면 앞으로 <조선일보>가 아니라 <방씨일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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