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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현지 시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뉴욕 맨해튼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는 뉴욕시의 청소 계획에 맞서 3000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뉴욕 맨해튼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는 뉴욕시의 청소 계획에 맞서 3000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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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승리했다. 뉴욕시장이 물러갔다."

14일 오전(현지 시간) 뉴욕시가 자유광장(주코티파크)을 청소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어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자유광장에 모인 3000여 명의 시위대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 여성 시위대는 옆에 있는 친구의 손을 붙잡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들은 금융자본가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자유광장을 점거한 채 한 달여 째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특히 뉴욕시의 청소 계획을 시위를 종료시키기 위한 술수로 보고, 시위대에게 비상동원령을 내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뉴욕시가 이날 청소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오는 15일로 예정된 전세계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더욱 확산되는 등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장 "청소 해야 되니, 광장 비워라"... 사실상 시위대 퇴거 통지

뉴욕시가 14일 오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 대한 청소를 시도하려고 하자, 한 시위대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현장의 위생은 깨끗하고 안전한 민주주의다. 여기에는 더러운 금권정치가도 없고, 그들의 더러운 돈도 없다"고 꼬집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뉴욕시가 14일 오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 대한 청소를 시도하려고 하자, 한 시위대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현장의 위생은 깨끗하고 안전한 민주주의다. 여기에는 더러운 금권정치가도 없고, 그들의 더러운 돈도 없다"고 꼬집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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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12일 밤 비밀리에 자유광장을 방문, 시위대에게 14일 오전 7시까지 광장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공원 소유주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부동산업체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가 '시위대가 공원을 비위생적으로 만들었다'며 뉴욕시에 항의했기 때문에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위대는 광장 소유 업체와 뉴욕시의 갑작스러운 청소 계획이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를 종료시키기 위한 술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뉴욕시와 광장 관리 업체는 '청소 이후 시위대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업체가 시위대에게 전달한 고지문에는 청소 이후 광장 바닥에서 텐트와 슬리핑백을 사용할 수 없고, 벤치에 누울 수도 없으며 개인 소지물의 땅바닥 적재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 담겨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해왔던 시위대의 '점령' 시위를 사실상 불허한 셈이다. 특히 시위대는 뉴욕시 등이 금요일인 14일을 청소 날짜로 정한 것은 15일로 예정된 대규모 전세계 시위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방해공작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는 약 1000평정도 넓이의 광장에 대한 자체 대청소를 진행한 뒤, 시의 공권력 투입에 대비, 13일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해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이들은 "이것은 비상상황입니다"로 시작하는 공지문을 통해 "뉴욕시로부터 이 운동을 지켜내기 위해 14일 새벽 4시30분까지 집결해 달라", "블룸버그 시장에게 항의 전화를 해달라"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철저하게 비폭력으로 맞서면서 체포당하는 것을 각오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블룸버그가 실제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쓰레기장의 설치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진짜 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바로 억만장자 블룸버그가 신세를 지고 있는 은행가들이 모여 있는 월스트리트"라며 "우리는 블룸버그와 경찰이 우리의 시위를 퇴거시키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허가를 받은 피크닉이 아니라 (불의에 저항하기 위한) 점령"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 일각에서는 뉴욕시의 요청대로 광장을 잠시 내주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블룸버그가 시위대를 자극, 시위대의 폭력을 유도하며 대규모 체포사태가 발생하길 기다리는 덫"이라면서 "대규모 체포사태가 발생하면 토요일(15일) 시위가 무력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법을 준수하며 시위를 하자"고 제안했다. 청소가 끝난 뒤에 다시 점거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위대는 광장을 떠나지 말고 끝까지 남아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청소를 하겠다는 것은 핑계일 뿐", 결국 청소 후에 경찰이 광장을 장악하면 다시 점거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날 청소를 앞두고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예상되기도 했다.

뉴욕시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을 청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위대는 "시위를 종료시키려는 술수"라며 반발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광장을 청소했다. 한 시위대가 청소도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시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을 청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위대는 "시위를 종료시키려는 술수"라며 반발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광장을 청소했다. 한 시위대가 청소도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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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유광장에는 이미 뉴욕시민, 노조, 시민단체, 학생 등 3000여 명(시위대측 추산)의 시위대가 집결해 있었다. 게다가 비상동원령을 접한 시민들이 꾸역꾸역 몰려들면서 시위대의 규모는 계속 불어났다. 이들은 "매일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 "이 거리가 누구 것?, 우리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권력의 투입을 예상한 듯, 방송차량을 동원한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그동안 광장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종교인들도 가세했다. 뉴욕 브루클린 성당의 신부인 존 놀즈는 체포될 것을 각오하고 현장에 나왔다고 한다. 그는 "신앙이 이 사람들의 뒤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매일 나오고 있다"며 "경찰이 진압을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만, 진압할 때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두색 모자를 쓴 국제법률구조단 소속 회원 10여 명은 시위대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체포될 때를 대비해 손목에 비상 전화번호를 적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법률구조단 회원 중 한 명인 리멘다 도로시는 "며칠 전 브루클린 다리에서 700명이 체포됐는데, 오늘도 경찰이 이 많은 사람들을 실제 체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 시의원 13명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멜리사 마크 비레리토도 다른 시의원 동료 2명과 함께 자유광장을 찾았다. 그는 "블룸버그 시장은 광장을 청소하려는 게 아니라 이 운동을 종료시키려는 목적"이라며 "이 운동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청소가 예정돼 있던 시간이 임박해지자, 청소 용역업체와 함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자유광장을 둘러싸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경찰 병력이 광장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장 청소에 반대하면서 이른 새벽부터 몰려든 수천 명의 시위대의 기세에 눌린 뉴욕시와 광장 관리 업체는 결국 청소 계획을 철회했다.

캐스 할로웨이 뉴욕시 부시장은 "광장 관리 업체가 현지시간 아침 7시로 예정돼 있던 청소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관리 업체는 광장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시위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뉴욕시는 계속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 시장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시위대가 공원에서 계속 시위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면서도 "뉴욕법에 따라 점거, 노숙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의 여자 친구인 다이애나 테일러는 브룩필드 회사의 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 대한 청소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14일 오전 평소보다 많은 경찰들이 시위 현장을 둘러싸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뉴욕시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자유광장(주코티파크)에 대한 청소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14일 오전 평소보다 많은 경찰들이 시위 현장을 둘러싸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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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뉴욕시의 청소 계획 철회가 자신들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하나가 된 시민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고 구호를 외치는 등 환호했다. 특히 이들은 "정작 청소를 할 곳은 자유광장이 아니라 월스트리트"라며, 뉴욕증권거래소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다가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 10여 명을 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15일, 전세계 99% '점령하라' 동시다발 시위... "82개국 950개 도시"

오리건주 포트랜드에서 온 키라 모이어-심스는 "우리는 승리하고 월스트리트는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운동은 추진력을 확보했고, 이미 실패하기에는 너무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해리슨 슐츠는 "오늘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정의와 변화를 위한 싸움이 계속 될 것이는 확신과 승리를 얻었다"며 "내일(15일)은 미국 내 100개 이상의 도시와 전세계 82개국 950개 이상의 도시에서 탐욕과 부패에 대한 연대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는 15일 서울을 포함해 전세계 82개국 950개 도시에서 금융자본의 탐욕과 횡포에 맞선 "점령하라" 시위가 동시 다발로 열릴 예정이다.

14일 오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광장에 대한 청소 계획을 철회하자, 닉 질로티(26)는 자신이 들고 있던 손팻말의 문구를 현재형에서 과거형으로 수정했다. 그는 "우리가 승리했다.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블룸버그는 시민들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광장에 대한 청소 계획을 철회하자, 닉 질로티(26)는 자신이 들고 있던 손팻말의 문구를 현재형에서 과거형으로 수정했다. 그는 "우리가 승리했다.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블룸버그는 시민들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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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의 경우 국회와 증권가가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 금융자본의 부패와 정치권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다. 금융소비자 권리찾기 연석회의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주최하는 이 시위는 15일 오후 2시부터 영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다. 또한 빈곤사회연대도 같은 날 오후 6시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다. 그러나 경찰은 시청 앞 집회에 대해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불리는 홍콩을 비롯해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 등에서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유럽의 경우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 등 유럽 곳곳에서 금융권의 부패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런던 금융가에 벌어질 '런던증권거래소를 점령하라'(OccupyLSX) 시위에는 350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들이 모여 있는 취리히에서는 '(취리히의 금융가) 파라데플라츠를 점령하라' 시위가 열린다.

호주에서는 수도 시드니의 하이드파크와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등 주요 도시에서 '호주를 점령하라'는 가두행진이 벌어질 예정이고, 캐나다에서는 '토론토를 점령하라' 시위에 앞서 지난 10일 예비 집회까지 열렸다. 밴쿠버, 에드먼턴, 캘거리, 사스카툰, 몬트리올, 위니펙, 러자이너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남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그:#월가시위대, #월스트리트 점령, #월스트리트 점거, #뉴욕 맨해튼,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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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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