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세종연구소 前 일해연구소
▲ 세종연구소 前 일해연구소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7년 전, 세종연구소에서 조교로 일할 때였다. 당시 조교들 사이에서는 전설 아닌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는데, 연구소 뒤편 야산 깊숙이 청와대와 비슷한 건물이 존재하고 그곳 지하에 탱크는 물론이요, 성남서울공항까지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정권을 물려준 뒤 상왕 노릇을 할 공간으로 이곳에 자신의 호를 따서 일해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연구소 축조 당시 퇴임 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웃어 넘겼지만 세종연구소의 유래를 상기할 때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전두환이 누구인가.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위인 아니던가. 그런 그가 퇴임 후를 위해 연구소를 만들었다면 탱크까지 준비했을 수도. 어쩌면 이곳 연구소를 만들면서 주위 야산에 연구소 정문 방향으로 대공포를 설치했다는 소문 역시 진실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세종연구소 영빈관 탐험의 대상
▲ 세종연구소 영빈관 탐험의 대상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연구소 뒤편 건물의 이름은 영빈관이었다. 1988년 '현대판 아방궁' 논란을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바로 그 건물. 실제로 영빈관은 5공 일해재단 비리 청문회 당시 대통령 사저로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전두환의 비밀기지(?)가 있다던 세종연구소

결국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난 7년 전 봄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난 뒤 몇몇 조교들과 함께 그 의문의 건물을 구경하기 위해 연구소를 나섰다. 청와대와 얼마나 비슷한지, 또 지하에 탱크며 지하통로는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비록 연구소 내부에는 그 건물과 관련하여 안내문이나 표지판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접근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영빈관 앞 정원 전두환이 퇴임 후 살려고 했던 그곳
▲ 영빈관 앞 정원 전두환이 퇴임 후 살려고 했던 그곳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세종연구소 앞마당 광활한 잔디밭
▲ 세종연구소 앞마당 광활한 잔디밭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전두환이 퇴임 후 사용하고자 만들었을 골프장을 지나 철조망을 따라 산 속 깊숙이 들어가니 저 멀리 적막한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꽤 큰 규모의 건물이 나타났다. 관리를 하지 않는지, 아님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건물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어쨌든 그 모습은 분명히 TV를 통해서 봤던 청와대(경무대) 구관과 닮아 있었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철거했다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이 살았다는 바로 그 건물.

건물의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통풍을 위함인지 다행히 창문은 여기저기 열려 있었고 우리는 그 창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이곳이 바로 전두환이 퇴임 후 노태우 뒤에서 권력을 쥐락펴락 하려고 만든 곳이란 말인가.

건물 내부에서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각 방에 걸려 있는 큼지막한 샹들리에였다. 예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궁전들에서 봤음직한 화려한 샹들리에들. 전두환은 이곳에서 자주 연회를 베풀려 했던 것일까? 또한 건물의 욕조 역시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건물이 1980년대에 지어졌는데도 욕조는 최근에 지어진 듯 세련미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이 건물을 지으면서 얼마나 많은 돈과 열정을 기울였단 말인가.

영빈관 내부 화려한 샹들리에
▲ 영빈관 내부 화려한 샹들리에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그렇게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누가 들이닥쳐 쫓아낼지 모르니 서둘러 건물 밑의 탱크와 지하통로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다시 집 안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졌고 드디어 지하로 통하는 듯한 문을 찾아내었다.

왠지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문. 그러나 역시 무슨 비밀을 품고 있는지 유독 그 문만은 굳게 잠겨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서 탐험을 끝내야 했다. 탱크나 지하통로는 끝내 확인하지 못한 채 그렇게 다음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누군가가 그 미스터리를 풀게 되겠지.

내곡동에 자리 잡으려는 MB 사저

내가 위의 7년 전 기억을 다시 떠올린 건 최근 불거진 내곡동의 MB 사저 논란 때문이었다. MB의 사저가 세종연구소와 가까운 내곡동에 지어진다는 것이었다. 왜 MB는 하필 내곡동에다가 사저를 짓고자 했을까? 그나마 서울에 얼마남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었을까? 아님 퇴임 후 조용한 생활을 하고 싶었을까?

물론 현재 많은 이들은 그 이유를 경제적인 이유, 즉 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MB의 형 이상득 의원이 그 지역에 땅을 사놓고, MB가 서울시장 시절 때 내곡동 일부를 그린벨트 해제 하는 등 이 모든 것이 그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가의 세금을 이용하여 사저를 사들이고, 이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투기의 정석.

그러나 이에 대해 '시세 상승, 보안 우려로 아들 명의 상속'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본 뒤 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MB가 보안을 문제삼아 하필 내곡동에 사저부지를 마련했을 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MB 역시 퇴임 후 몰려들 시위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까지 몰아갔는데 과연 MB는 퇴임 후 조용하게 살 수 있을까?

평화로운 마당 저 밑으로 서울공항까지 지하통로가 있는가?
▲ 평화로운 마당 저 밑으로 서울공항까지 지하통로가 있는가?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세종연구소였다. MB의 사저가 지어지고 있는 내곡동과 세종연구소가 우연찮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이다. 혹시 MB가 우리가 찾지 못했던 탱크와 지하통로, 야포 등의 존재를 이미 알고 그것을 사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내곡동은 국정원과 서울공항과도 멀지 않은 곳에 있지 않는가.

물론 이 모든 것이 우스갯소리지만, MB가 퇴임 후 기존의 논현동 자택을 두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내곡동에 사저를 짓는 것은 청와대의 해명대로 더욱 강력한 경호를 위해 벌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퇴임 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반기기 위해 준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MB는 전혀 반대의 목적으로 퇴임 후 사저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적 투기와 보안을 위해 1석 2조의 수를 두신 꼼꼼한 가카.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세종연구소 주변 야산 대공포가 있을 수도
▲ 세종연구소 주변 야산 대공포가 있을 수도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현재 우리 사회에는 원로라고 할 수 있는 큰 어른들이 부족하다. 그나마 사회에다 쓴소리 할 수 있는 분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줄줄이 운명하셨다. 부디 MB가 남은 임기 무사히 끝내어 사회의 큰 어른이 되시길 바란다. 퇴임 후 많은 이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바라며,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번에 논란이 된 내곡동 사저도 처리하길 바란다. 그래, 한 국가의 수장을 하셨던 분이 찾아오는 시민들이 두려워 꼭꼭 숨어살면 그것도 창피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린벨트가 풀려 개발이 시작된다면 금싸라기 땅 한 가운데겠지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