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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 생태공원, 바람에 머리를 빗는 억새와 버드나무 한 그루.
 암사동 생태공원, 바람에 머리를 빗는 억새와 버드나무 한 그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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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억새와 갈대 축제가 한창이다. 순천만 갈대축제, 서울 억새축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축제, 강서 낙동강 갈대꽃 축제, 민둥산 억새축제, 포천 억새축제 등등... 이름만 대도 금방 알 수 있는 축제에서부터 이전엔 익히 들어보지 못한 다소 생소한 이름의 축제까지, 사방팔방 여기저기서 축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가을처럼 축제가 많이 펼쳐지는 계절도 없다. 그중에 억새나 갈대를 소재로 한 축제만큼이나 흔한 축제도 드물다. 굳이 축제를 벌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이 나라엔 가을이 되면 산비탈이나 들판이 아예 억새밭으로 변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맘때면 늘 어디론가 억새와 갈대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암사동 생태공원, 햇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 꽃술.
 암사동 생태공원, 햇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 꽃술.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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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살면서 순천만이나 명성산 같은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순천만이나 명성산 같이 이름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서울 안에서도 억새가 무성한 산이나 들판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장소가 산이나 들판이 아닌 만큼 광활한 느낌은 조금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소가 다른 만큼, 그런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거리도 가깝다. 장소에 따라서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호젓하게 자기만의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완전히 색다른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요즘 한창 억새 바람이 불고 있는 한강과 안양천으로 가을 축제를 찾아 떠난다.

암사동 생태공원, 버드나무 군락과 억새.
 암사동 생태공원, 버드나무 군락과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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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 생태공원] 따듯한 햇살, 눈부신 억새 꽃

한강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다. 이 지역 역시 한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크게 훼손이 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개발 이전의 생태계를 상당 부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강변에 석축을 쌓거나 시멘트를 덧발라 놓은 곳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암사동 한강공원 나들목으로 들어서면, 먼저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키 높은 버드나무 숲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에 살아도 자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처음 이곳에 와보는 사람들에겐 서울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도심 속 칙칙한 빌딩 숲만 바라보고 살던 사람들의 눈에 이곳은 사실 신세계나 마찬가지다.

암사동 생태공원, 억새가 늘어선 산책로
 암사동 생태공원, 억새가 늘어선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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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강의 생태공원 중에서도 억새밭이 가장 넓게 형성돼 있다. 다른 곳의 생태공원은 억새가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은 제법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억새가 공원 안 곳곳에 밀집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전거도로를 벗어난 산책로가 억새밭 사이 황토로 다져진 좁은 길로 이어진다. 그 길을 사이에 두고, 키 높이로 자란 억새 꽃술이 바람을 타고 넘실거린다. 억새가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서서 일제히 머리를 숙여 몸을 흔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억새밭에 억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드문드문 갈대가 솟아 있다. 그리고 갈대 머리 너머로 파란 강물이 올려다 보인다. 그 물빛이 억새밭의 메마르고 탁한 느낌을 덜어준다.

암사동 생태공원 억새밭.
 암사동 생태공원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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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의 생태공원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곳 역시 편히 자리를 잡고 앉아 쉴만한 곳이 드물다. 그늘을 찾기 힘들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쉴 수 있는 나무 마루가 한 군데, 그리고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 역시 딱 한 군데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암사동 생태공원에서 강 상류 쪽으로 구리암사대교 공사 현장을 지나 높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고덕동 수변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다른 곳의 생태공원과는 다르게 억새나 갈대 같은 걸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한강의 수변 생태계가 무척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이 있을 때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의외로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 굳이 억새나 갈대를 보러 갈 일이 아니라면, 이곳을 서울에 있는 생태공원 중 제일로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고덕동 수변생태공원,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 여행객들.
 고덕동 수변생태공원,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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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갈대.
 안양천 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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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억새단지] 은빛 억새밭 속 다양한 풀밭들

안양천 천변을 따라 억새와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자전거도로나 산책로를 따라 억새와 갈대가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전거도로 위로 자전거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갈 때마다 억새 꽃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안양천에서는 어디서나 억새와 갈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안양천의 억새는 풍성한 느낌이 덜하다. 다른 풀들과 뒤섞여 있는 탓이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신정교와 오금교 사이에 구로구에서 조성한 억새단지가 있다. 축구 운동장만한 구역에 억새가 가득 들어차 있다. 이제 막 아침 햇살을 받기 시작한 억새 꽃술이 허공중에 투명한 빛을 뿌리고 있다. 억새 꽃술이 햇빛에 반사돼 하얗게 출렁이는 광경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은빛 바다를 연상시킨다. 이 가을에 억새가 아름다운 건 순전히 그 빛 때문이다.

안양천 억새단지 표지판.
 안양천 억새단지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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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구로구에서 인위적으로 '단지'를 조성했다. 단지를 조성하면서 천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억새들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 하지만 애초 지자체에서 의도했던 대로 억새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의 힘으로 억새밭 같은 자연 생태계를 조정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억새단지 곳곳에 비어 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어 있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다른 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풀들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것이 환삼덩굴이다. 환삼덩굴은 '식물계의 배스'로 불리며, 그 왕성한 번식력을 무기로 주변에 있는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세간에 '외래종 유해식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안양천 억새단지 안, 억새 그리고 여뀌.
 안양천 억새단지 안, 억새 그리고 여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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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의 억새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키가 낮고 꽃술이 빈약한 건 이런 데 연유한다. 그 외에도 안양천변에서는 강아지풀이나 여뀌 같은 풀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강아지풀은 제방 위에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억새나 갈대가 자라고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여뀌는 아직 세를 크게 불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환삼덩굴이다. 그렇다고 환삼덩굴을 무슨 죄인 취급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외래종 유해식물이라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환삼덩굴 역시 제 나름의 가치를 가진 식물임에 틀림없다. 억새가 생육에 제한을 받고 있는 대신 안양천에서는 좀 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강아지풀이나 여뀌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풍경 또한 억새밭 못지않게 아름답다.

안양천변 여뀌밭. 뒤로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이 보인다.
 안양천변 여뀌밭. 뒤로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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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변 메밀밭.
 안양천변 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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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강서 습지생태공원과 상암동 하늘공원

강서 습지생태공원에도 억새밭이 넓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암사동 생태공원에 비해서는 억새 군락이 다소 성긴 느낌이다. 억새와 갈대가 둔치 여기 저기 듬성듬성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습지가 비교적 잘 보존 되어 있다. 공원 안에 다양한 습생식물과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는 한강으로 날아드는 철새들을 바로 앞에 두고 내려다 볼 수 있는 철새 관찰대 때문이다. 이곳에서 철새들이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강가에 떼 지여 모여 앉아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는 풍경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강서 습지생태공원. 길가에 서 있는 억새와 갈대. 그 뒤로 멀리 방화대교가 보인다.
 강서 습지생태공원. 길가에 서 있는 억새와 갈대. 그 뒤로 멀리 방화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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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습지생태공원, 강변에 내려앉은 철새들.
 강서 습지생태공원, 강변에 내려앉은 철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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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억새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에 있는 하늘공원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는 이맘때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억새축제가 열린다. 그런 까닭에 공원 안 억새밭이 금세 사람밭으로 변하곤 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주말이면 공원 위 억새밭이 온통 사람들로 넘쳐난다. 호젓한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매년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유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억새밭에서 또 다른 풍취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긴 이즈음 이 세상 억새밭치고 하늘공원 같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될까? 다 사람 천지지.

하늘공원 억새밭 전망대, '하늘을 담는 그릇'.
 하늘공원 억새밭 전망대, '하늘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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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공원 한편에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이름의 전망대가 들어섰다. 하늘공원에 올라갈 때마다 공원을 뒤덮은 억새밭을,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내려다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이 전망대는 그런 소망을 품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틀림없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억새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에서 바라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하늘공원을 오르려면 보통 공원 아래에서 300여 개에 달하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그게 싫으면, 공원 아래 주차장에서 2천원짜리 표를 끊고 '맹꽁이 전기차'를 타야 한다. 전기차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바람이 부는 가을 들판에 억새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풍성하기 그지없다. 점차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 한강이나 안양천 같은 곳을 여행할 때는 자전거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자전거를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도로를 '산책로'로 착각해 무심해 건너다니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서로 경계가 불분명해 생기는 일이다. 자전거도로는 차도와 같은 개념의 도로다. 자전거도로를 오갈 때는 주위를 잘 둘러봐야 한다.

'하늘을 담는 그릇'에서 내려다 본 하늘공원 억새밭.
 '하늘을 담는 그릇'에서 내려다 본 하늘공원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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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억새, #걸대, #하늘공원, #암사동 생태공원,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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