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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쟁이 김현순씨가 손수 만든 개짐을 들고 있다.
▲ 이게 바로 개짐이랍니다 바쟁이 김현순씨가 손수 만든 개짐을 들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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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에 있는 열평 남짓 작은 공간 '바쟁이'에는 생명이 살아숨쉰다. 낡은 상가건물에 대부분 리폼한 장식품과 홈패션, 의류, 가방 등 생활공예품들만 있을 뿐인데, 그곳에선 초록의 향기가 난다.

바쟁이 운영자 김현순(32)씨는 쓸모가 없어 버리기 직전의 재료들로 다시 만드는(리폼), 몸과 자연을 살리는 바느질에 관심을 갖고 확산시키는 데 행복감을 느낀다.

경기도 안성이 고향인 그가 충남 예산에 정착하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예산고 부근에 상가를 얻어 소박한 작업실을 낸 뒤 수업을 개설하고, 지난 9월부터는 매월 셋째주 화요일마다 생태바느질 특강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첫 특강주제는 개짐(대안생리대) 만들기. 하루 3차례 무료강습을 한다고 알렸지만 오전 첫 강습에만 수강생 네 명이 다녀갔을 뿐, 나머지 강습은 그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개짐이 준 선물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온·오프라인 상에서 '김현순'이라는 이름보다 '바쟁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김씨는 그래도 여유롭다.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제가 개짐을 쓰고 나서 느꼈던 내 몸에 대한 각성, 생리에 대한 의식변화, 환경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런 것들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 시작이니까요, 시작은 미미하지만 점점 더 관심들을 갖지 않으실까요?"

조용하기만 할 것 같던 그가 말갛게 웃는가 했더니, 갑자기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개짐을 쓸 경우 세척에 대한 염려를 많이들 하시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저의 경우 5년전 바느질을 배우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좋다는 걸 느껴요. 처음에는 집안에 있을 때만 사용했는데, 금새 외출할 때까지로 완전 전환한 걸 보면 생각처럼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는 거겠죠?

입던 속옷이나 수건 같이 흡수력이 좋은 천으로 리폼하기도 하지만, 항균소취력이 있는 천을 구입해 만들면, 빨아입기가 매우 편하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또 피부 발진도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안생리대나 대안브라 같은 대안생활을 하다보면 내몸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을 내려놓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첫 생리 선물로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개짐을 한번 해보세요."

이곳이 바로 생명이 살아나는 바느질 공방, 바쟁이 작업실 모습이다.
▲ 바쟁이 작업실 이곳이 바로 생명이 살아나는 바느질 공방, 바쟁이 작업실 모습이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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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기능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그가 수고하는 삶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저에게 바느질은 세상과 통하는 통로입니다. 20대를 굉장히 힘겹게 보낸터라 버거워할 즈음 바느질을 만났지요. 처음 바느질을 배운 건 당시 교제하던 지금의 남편에게 편한 옷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였는데 나 자신을 치유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바느질의 힘은 저 뿐만 아니라 제가 운영해온 공방과 온라인카페를 통해 만난 수강생, 동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위해 시작한 바느질, 새삶이 되다

바느질을 하게 된 동기도 참 예쁘다. 사랑하는 사람이 편안하게 입을 옷을 손수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남편의 속옷과 생활복은 직접 만들어준단다. 남편이 행복해하겠다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남편은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예요. 늘 평가를 한다니까요. 덕분에 제가 더 발전하게 되지만요"

물론 그 자신 입는 옷도 대부분 리폼했거나 직접 만든 것들이다. 그가 옷집에서 옷을 사지 않은지는 벌써 여러해 됐다. 그리고 바느질을 매개로한 세상과의 소통.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바쟁이 작업실의 생명내음을 맡다보면 학창시절 억지로 배워 재미를 못느꼈던 바느질을 다시 해보고 싶은 욕구가 불현듯 솟는다. 게다가 끊임없는 쓰레기와 끊임없는 욕망을 부르는 소비사회에서 노동하는 수고를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존중하는 자긍심.

보여지는 것에 전전긍긍해 고가의 보정용 속옷, 기능성 화장품, 심지어 성형과 다이어트도 불사하는,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스스로 존중하지 못하는 세상에 여성의 본디 몸에 대한 회귀, 혹은 회복. 그의 꿈은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바느질공예책을 내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서가 아닌, 오래도록 그가 꿈꿔왔던 문학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문자 10만명 에 빛나는 블로그에서 아주 조금 그 맛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바느질, #대안생리대, #바쟁이, #에코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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