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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퇴를 하면서 대구에도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가 벌어졌다. 물론 이 선거는 서울시장 등 전국 모든 곳의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오는 10월 26일에 실시된다. 후보는 두 사람.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강성호 전 대구시의회 의원(기호 1)과 친박연합 공천을 받은 신점식 전 서구청 부구청장(기호 8).

후보 등록 기간은 지난 10월 7일로 끝났지만 두 후보 모두 사흘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10일 밤 9시 현재까지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내걸지 못하고 있다. 예비후보 홍보물도 없고, 사무소 안에도 벽보 등을 붙이지 못했다. 공천 관계로 아직 선거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사무소 입구에 출입 및 주차 안내문을 프린트하여 붙여 놓았을 정도.

마주보고 있는 두 후보
 마주보고 있는 두 후보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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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는 두 명이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여야' 대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또는 야권 시민후보는 나서지 못했고, 본선에 맞붙은 두 후보는 작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 경쟁을 벌였던 강성호 신점식 두 사람이다. 그래도 한 사람은 당선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낙선을 해야 하는 선거인 만큼, 두 장의 명함을 가로로 나란히 놓으면 두 후보가 서로를 마주보는 그림이 빚어진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지만 '맞대결'의 이미지는 물씬 풍겨난다.

강성호 후보는 '일할 사람 이젠 강성호'를 주된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작년 선거에서 낙선을 했으니 '이제는' 강성호에게 맡겨달라는 정서적 접근으로 느껴진다. 그 외에는 명함 앞면에 아무런 내용도 넣지 않았다. '한나라당'을 표시하는 글자만 작게 새겨넣었을 뿐이다. 복장은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푸른 점퍼 차림이다.

그에 비하면 대조적으로, 신점식 후보는 흰 와이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맨 정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서구 부구청장'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단장' 역임 경력을 커다랗게 박아놓고 그 옆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있는 모양새가 스스로 고위 행정 공무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 외 '친박연합' 공천이라는 소속을 작지만 첫머리에 밝히고 있는 점은 강성호 후보와 마찬가지이다.

두 후보의 명함 뒷면
 두 후보의 명함 뒷면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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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을 비교해보면, 편집된 스타일은 다르지만 내세우는 내용은 대략 엇비슷하다. 강성호 후보는 '이제 서구청장 후보 강성호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라는 호소성 구호를 큼지막하게 적은 아래에 출신 학교(중리초, 대건중, 대건고, 대구대학교 총학생회장)를 밝힌 다음, '서구의회 의원, 대구시 의원, 2010년 한나라당 서구청장 후보'의 경력을 적어두었다. 특별히 강조하는 학력이나 경력은 없고 모든 내용이 한결같은 크기와 서체로 기록되어 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겨난다.

신점식 후보는 학력을 먼저 밝힌 후(구미초, 계성중, 계성고, 육군사관학교, 대만 국립정치대 삼민주의연구소, 법학석사) 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자랑'을 잠깐 하고는 경제기획원 예산실 근무, 대구시 국제협력과장, 중국 칭따오 주재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단장, 대구 서구 부구청장, 나눔터 노인무료급식소 운영부위원장의 경력을 적어두었다. 그 중에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단장과 서구 부구청장 역임 경력은 붉은 글씨로 특화하여, 앞면에 커다랗게 부각시켰던 부분을 재차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다. 신 후보는 자신이 고위 공무원 출신의 행정가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는 요청을 거듭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서로 등지고 있는 두 후보
 서로 등지고 있는 두 후보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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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두 후보 모두 명함에 '공약'을 넣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양 선거본부가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정책의 내용보다는 소속 정당이나 주요 경력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이냐 친박연합이냐? 정치인이냐 행정공무원이냐?

서구의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묻지마 한나라당'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한나라당이 싫어도 야당은 찍지 않는' 대구 시민들의 특성에 밀려 야권 후보는 아예 나서지도 못한 이번 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서구는 그 동안 대구 중에서 약간 다른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 작년 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서중현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2배 이상의 차이로 꺾고 승리하도록 밀어준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서중현 후보는 그 이전의 구청장 선거와 시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입후보하여 한나라당 후보를 모두 꺾은 바 있다. 

명함에는 공약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공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두 후보의 정책은 과연 얼마나 다를 것인가? 두 명함을 반대로 놓아보면 두 후보는 서로 등을 진 채 반대 방향을 바라본다. 정책을 반영하는 공약에서도 두 후보는 그만큼 차이를 드러낼 것인가?

아직 양 후보에게는 공보도 예비홍보물도 없고 공식 선전물이라고는 명함밖에 없다. 그런데 두 후보 공히 명함에 정책을 말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약 없는 초반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결과도 정책의 방향과 관계없이 판가름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지역의 언론들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그:#서구청장, #강성호, #신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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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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