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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가 자기 결심 꺾는 거 봤어요?"

 

'손학규 대표 사퇴 절대 반대'로 총의가 모아진 5일 민주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 고문과 최고위원들, 의원들이 한 데 모여 사퇴를 뜯어 말려도 손 대표는 결심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지난 4.27 재보선에 분당에 출마하면서 숱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하고야 말았던 그의 습성에 비춰 본 비관적 전망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가져온 신념과 어긋난다"면서도 "민주당의 고문·중진·의원들이 사임을 극구 반대했다, 이는 남은 책임을 완수해 당과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헌신을 명하는 것이기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퇴 철회'의 변을 밝혔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퇴 철회가 '당명'이라고까지 얘기하며, 사람들이 진심으로 얘기하는 걸 당 대표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사퇴 철회 배경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사퇴를 철회해 다행"이라고도 했다. "(당 후보를 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손 대표가) 잘못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퇴의 방식으로 책임지는 것 보다 더 큰 민주당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이끄는 게 더 책임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들어본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했다. 손 대표의 사퇴 철회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손 대표가 대안 없이 사퇴하게 되면 야권 통합으로 나기보다는 민주당이 지리멸렬해져 대안 정당이 되는데 마이너스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시장 선거의 동반 주인공으로 재기하는 계기로 삼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가 사퇴할 경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민주당을 혁신시키는 길에 서서 대표로서 임기를 채우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가 당에 남아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거대한 혁신 요구에 직면한 당 바꾸기 위해 사퇴 결심"

 

아이러니하게도 손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것도 '민주당의 혁신'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손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것은 당 후보를 내지 못한 책임을 지는 차원과 더불어 거대한 혁신의 요구에 직면한 당을 바꾸려면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손 대표가 책임지지 않고 혁신을 말했다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겠냐"고 설명했다.

 

결국, 의도치 않게 진행된 '사퇴 표명·번복' 과정에서 손 대표의 대표직 수행을 바라는 당 내 강력한 목소리가 확인됨에 따라 그의 '혁신'에 대한 의지는 추동을 받게 된 상황이다.

 

당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는 '개방적이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총론만이 서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이날 같은 맥락에서 "통합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의 후보"라며 "더 큰 시야로 민주당이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품어 진보진영의 용광로가 돼야 한다, 더 큰 민주당 안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야권 단일화 경선 때) 유모차를 밀고 투표장에 오는 시민들의 물결은 정치와 정당에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시대적 흐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쇄신'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혁신의 길'에 대해 "정치문명이 변동하고 있어 관성적인 혁신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졌다"며 "기존 정치의 도구이자 통로인 언론에 의한 소통방식부터 바뀌어 SNS의 위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깊게 성찰해 '정당 혁명'을 이루는 데까지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민주당 재기의 계기로 삼아야"
 

일단, 민주당이 혁신을 위해 할 일은 '내 선거처럼 박원순 후보 승리를 위해 뛰는 것'이다.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이 최고위원은 "박원순 후보에 대한 적극 지원은 단일화 경선 때 이미 포함돼 있던 부분"이라며 "손 대표는 자신의 분당 재보궐 선거 때처럼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본인도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진욱 교수는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단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함께 승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이 조직을 가동시켜 투표율을 높이는 식의 지원은 소극적 형태의 지원이다,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지도적 정치인들이 박원순 후보와 함께 하며 야권의 선거 주체로 등장하는 적극적 지원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시민사회 + 야당의 승리'라고 인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대선의 경우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문재인·안철수 변수가 강하게 남아있는 조건 하에서 손 대표의 지지율이 5%에 머무는 현실을 감안하면 향후 민주당이 재기의 계기를 잡기 쉽지 않다"며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존재감을 다시금 끌어올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같은 의지를 결집하는 역할을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며 "'자기 선거'처럼 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잘못한 점을 체계적으로 부각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그:#손학규 , #서울시장 선거, #10.26 재보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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