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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부터 4일 오전 3시까지 총 17시간 검찰조사를 받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4일 "신재민 전 차관이 '어느 곳'을 위해 해외법인카드를 썼는지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해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렇게 전한 뒤 "신 전 차관이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해 '모처'에 인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 전 차관이 혼자만을 위해 해외법인카드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 전 차관이 인사했다는 '모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회장이 제공한 해외법인카드를 '모처'에 접대나 로비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사용했다는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 일부를 <오마이뉴스>에 공개하면서 "신 전 차관이 카드를 백화점에서 사용한 게 많아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모처에 선물하기 위해서 백화점에서 사용했다'고 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재민 전 차관, 금융위기 때 백화점 등에서 수천만 원 사용"

 

이 회장은 지난 3일 총 6장의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는 A카드사가 번호가 '4190-3110-1002-XXXX'인 카드의 사용내역서를 일자별로 정리한 자료다. '4190-3110-1002-XXXX'는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아 2008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사용했다는 카드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이 해외법인카드를 이용해 2008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총 12만7000여 달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1달러당 1100원을 적용할 경우 약 1억4000만 원에 이르는 액수다. 당시 정권 실세로 통했던 신 전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 이 회장으로부터 6장 중 1장의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건네받았다. 여기에는 2008년 9월 9일부터 2009년 12월 2일까지 백화점, 호텔, 식당, 안경점, 노래주점, 주유소 등에서 쓴 내역이 정리돼 있다. 카드 사용 기간은 세계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시기와 일치한다.

 

횟수는 55차례, 사용액수는 2만5734만여 달러(환율 1100원 적용시 2830만여 원)였다. 한 차례당 약 468달러(51만여 원), 한 달에 평균 약 6434달러(707만여 원)를 사용한 셈이다. 가장 많이 사용한 날은 2008년 9월 10일로 무려 7차례나 사용했다. 이날 하루 신세계 백화점에서 사용한 금액만 약 5483달러(603만여 원)에 이른다.

 

이렇게 큰 카드 씀씀이는 같은 해 10월 19일과 11월 9일에도 나타났다. 10월 9일에는 롯데백화점(롯데쇼핑)에서 총 3차례 983달러(108만여 원)를, 11월 9일에는 총 4차례 1972달러(217만 원)를 사용한 것. 후자에는 한 안경점에서 590달러(약 65만 원)짜리 고급안경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사용내역이 포함돼 있다.

 

이 카드는 주로 백화점과 호텔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사용내역서를 살펴보면, 총 55차례 가운데 롯데백화점 14차례, 신세계백화점 7차례, 롯데호텔 3차례, 프라자호텔과 서울르네상스호텔 각 1차례 등 총 26차례(약 47.3%)를 백화점과 호텔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밖에는 주로 레스토랑(한정식집 포함)과 술집 등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이 회장의 말에 따르면 이 모두 신 전 차관이 썼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혼자만을 위해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접대와 로비용 등으로 해외법인카드를 썼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회장은 "내가 검찰에 제공한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검찰은 신 전 차관과 관련 수사방향을 대가성 여부로 잡고 있는데 나는 분명히 '대가성은 없다'고 검찰에 말했다"며 "내가 정권 실세인 신 전 차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회사를 이렇게 빼앗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영준 전 차관 제시한 영수증, 신빙성 없다"

 

한편 이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반박자료'로 제시한 술집 영수증과 관련해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지난 3일 '2009년 5월 22일 오후 9시 29분' 일본의 한 음식점에서 결제된 영수증 사본을 제시했다. 이날 결제된 금액은 16만1900엔으로 한화 약 248만 원에 해당한다. 그는 "이는 10년 지기인 한진인터내셔널 재팬 강아무개씨가 계산한 것"이라며 "SLS그룹 쪽으로부터 어떤 명목의 접대나 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접대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은 언론에 계산서와 청구서를 같이 공개했는데 일본 술집에서는 계산서만 손님에게 준다"라며 "특히 일본 술집에서는 1인당 3만 엔이나 4만 엔, 고급술집에서는 5만 엔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천 엔이나 백 엔 단위가 계산서에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이 총리 일정을 수행하고 밥을 먹은 뒤 술자리에 나갔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밤 9시 29분에 술값이 결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술자리에 앉자마자 술값을 결제했을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술값을 중간에 계산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을 접대했다는) 권아무개 일본법인장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서 검찰에 '일본대사관을 통해서라도 수소문해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권아무개 법인장을 찾아 물어보면 박 전 차관 접대 여부는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국철, #신재민, #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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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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