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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9코스
제주올레 19코스(총 18.8km, 6~7시간)
조천만세동산 → 관곶 2.2km → 신흥해수욕장 3.1km →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 제주대학교 해양연구소 4.8km → 앞갯물 5km → 함덕서우봉해변 5.9km → 서우봉 7.1km → 북촌일포구 8.3km → 너븐숭이 4.3 기념관 8.9km → 북촌교회 9.7km → 북촌 등명대(북촌포구) 9.8km → 북촌동굴 10.8km → 난시빌레 11.4km → 동복교회 11.9km → 동복리 마을운동장/벌러진동산 12.9km → 김녕마을 입구 14.8km → 김녕농로 15.8km → 남흘동 18km → 백련사 18.4km → 김녕 어민복지회관 18.8km

신흥리 마을길
▲ 제주올레19코스 신흥리 마을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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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렸던 가을길이었던가?  지난 24일 오전 10시 제주올레 19코스가 가을길을 열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 그래서일까. 역사적 함성이 울려 퍼졌던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에는 600여 명의 올레꾼들이 모여 들었다. 맑고, 높고, 풍성한 가을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제주올레 19코스 개장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애타게 기다려온 가을길, 그 길은 어땠을까.

지인 5명과 함께 찾은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 잔디밭에는 9월의 햇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걷기에 너무 좋은 가을날씨. 올레꾼들은 날씨에 감사하고, 길을 터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제주올레 19코스는 마을길과 들녘, 함덕해수욕장을 지나 서우봉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다시 북촌포구를 지나 동복 곶자왈과 가을들녁을 거쳐 김녕포구까지 장장 18.8km로 이어진다.

들녁
▲ 마늘밭 들녁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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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룡장성이라 일컫는 제주 돌담길. 제주도에서는 흔한 돌담길이지만, 이날 걷는 돌담길은 특별했다. 사람들은 찌들었던 지난 여름의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그 돌담길을 걸었다.

한적하던 시골마을을 올레꾼들의 발자국 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채웠다. 여유롭다 못해 쓸쓸한 마늘밭과 배추밭. 느릿느릿 걷는 게 제주 올레라는데 심장소리는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지게 만들었다.

신흥이 해안길
▲ 해안길 신흥이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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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리 마을에 들어섰다. 제주시 조천의 푸른 바다가 오롯이 펼쳐졌다. 제주도에 살면서 승용차로 이 길을 몇백 번을 달렸던가. 하지만 이날 신흥 바다는 참 푸르렀다.

관곶 해안도로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는 온 세상이 쪽빛이었다. 땅끝 마을인 해남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관곶. 관곶 아래 갯바위는 속살이 드러내 보였다. 파란 수평선, 가을 바다, 참으로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다가 아닌가 싶었다. 이날만큼 푸른 바다가 또 어디 있었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돌담 아래 오롯이 피어 있는 쑥부쟁이가 올레꾼을 맞이했다. 잡초처럼 피어난 쑥부쟁이에도 두근거리는 가슴.

바닷길
▲ 바닷길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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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9코스 함덕해수욕장
▲ 서우봉에서 본 함덕해수욕장 올레19코스 함덕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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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걸었을까. 서우봉이 오롯이 보이는 정자에 주저앉았다. 물소 같은 서우봉이 전설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다. 함덕 바다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해 봤다. 정자에 주저앉아 마시는 진한 커피맛, 쉼없이 걷는 올레꾼들의 행렬에 삶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쪽빛 바다로 유명한 함덕해수욕장을 지나니 서우봉 가는 길. 다소 비탈길인 서우봉 등반로에서 많은 올레꾼들이 숨고르기를 한다. 뒤돌아 보니 아스라이 펼쳐지는 하얀 백사장, 올여름 저 백사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쌓았을까.

길은 다시 서우봉의 허리 숲길로 이어졌다. 소나무 숲을 지나니 가까스로 조그만 북촌마을이 보인다. 서우봉 내리막길에서 보는 달여도가 환상이다. 척박하지만 다져진 서우봉 허리 올레에서 보는 북촌 바다는 왠지 끈적끈적하다.

북촌등명대
▲ 등명대 북촌등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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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포구
▲ 동북포구 동북포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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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말만 들어도 안타깝고 애석한 이름이 아니던가. 그 이름을 달래듯 4·3의 성지인 너븐숭이 위령탑 앞으로 길이 나 있었다. 구부러진 내리막길을 따라 다다른 곳은 북촌 등명대, 포구를 지키는 도댓불 아래로 통하는 길은 바로 북촌 포구로 통했다.

북촌포구,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 들었던 이름 같다. 그런데 이 포구에서 멸치국수를 먹는 올레꾼들은 그 아픈 사연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포구에 떠 있는 배 한척이 북촌 마을사람들의 마음인 양 고독하다.

만세동산에서부터 북촌포구까지는 9.8km. 북촌 바다를 등지고 포구를 바라보며 멸치국수를 단숨에 삼켰다. 멸치국물의 시원함이 가을하늘만큼이나 맑다. 2시간 정도를 걸어온 올레꾼들에게 북촌새마을부녀회에서 마련한 멸치국수는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곶자왈길
▲ 곶자왈 곶자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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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포구의 아치형 다리를 벗어나자 빌레길이다. 제주올레 19코스 중에서 가장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꼽으라면 북촌동굴에서 난시빌레를 지나 벌러진동산까지 이어지는 올레가 아닌가 싶다. 3km, 즉 1시간 정도를 걷는 이 고독한 길은 몇 채 되지 않는 민가, 그리고 제주의 척박한 땅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난시빌레, '냉이가 자란다'는 '너럭바위'라는 의미의 난시빌레 올레길은 혼자 걸으면 호젓해서 눈물 나는 길이다. 바람마저 숨어버린 이 길은 정말이지 '간세다리'가 되어 걸어야 제맛이다.

김녕농로
▲ 김녕농로 김녕농로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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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빌레에서 만나는 교회당, 그곳이 바로 동복교회. 이런 빌레에 교회가 있다는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동복교회 신도들의 따뜻한 관심에 잠시 쉬어갔다. 교회당 앞에서 먹는 쑥떡과 조릿대차는 또 하나의 시골인심.

소나무 숲길은 꽤나 운치있다. 아스팔트길을 걷는 냉정한 사람들에게 다소 포근한 느낌과 전율을 준다고나 할까. 벌러진동산의 암벽 위를 걷는 기분 또한 알싸하다. 산길을 걷는 느낌이다.

김녕농로
▲ 가을길 김녕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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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다리로 주저앉은 올레꾼
▲ 주저앉은 올레꾼 아픈다리로 주저앉은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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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농로는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돌담 안에 조가 익어가는 풍경을 보니 '아 가을인가'라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18.8km.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길위에 주저 앉아 휴식을 갖는 올레꾼들도 볼 수 있었다. 그 아픈 다리를 치유시켜 주는 곳이 바로 김녕포구, 그리 넓지 않은 포구는 행정구역상으로 제주시 구좌읍 소속이다.

18.8km의 가을길, 제주올레 19코스는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가을길이었다. 덧붙여, 지난 여름 쌓였던 고뇌와 답답함을 훌훌 떨쳐 버리기에 충분했던 풍요로운 가을길이었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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