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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에라 해안의 해변.
 리비에라 해안의 해변.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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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해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프랑스의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현상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온다.

해변이 줄어드는 이유는 해수면이 상승해 해변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해수면 변화는 태곳적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춘분이나 추분 때 보통 바닷물 높이가 높아졌다가 이후에 다시 내려가는 자연적·계절적인 리듬을 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리듬이 깨지면서 바닷물 높이가 낮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 꼬뜨 다쥐르(La Cote d'Azur, 리비에라 해안)는 10년에 3센티미터씩 바닷물 높이가 높아져, 해변이 5미터 잠식됐다. 이 지역의 일간지인 <바-마텡(Var-Matin)>에 따르면, 이는 1960년대에 비해 2배 악화된 수치다. 1960년대에는 바닷물 높이가 10년에 1.5센티미터 높아져 해변이 2.5미터 잠식됐다.

이렇게 해변이 줄어들면, 수용할 수 있는 휴가객 규모도 당연히 줄어든다. 이는 관광 수입으로 먹고사는 해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준다. 니스와 칸, 모나코가 위치한 라 꼬뜨 다쥐르가 포함된 바(Var) 지역은 프랑스 제1의 관광지다. 해안 길이가 432킬로미터인데, 여기에 165개의 해변(92킬로미터)이 있다. 1년에 2799시간의 일광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2010년에 해변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2억5000만 유로에 달한다. 해변에 설치한 파라솔 및 긴 의자 대여료, 음료수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이다. 프랑스에서는 일부 개인 해변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변이 공공자원으로 간주돼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바 지역에 있는 라 센느(La Seyne) 마을의 해변에 위치한 카페 레스탕코(L'Estanco)는 계속 상승하는 바닷물을 피하기 위해 말뚝 위에 테라스를 설치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카페 옆 해변에 3줄로 된 긴 의자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해변이 줄어든 지금은 겨우 10개 정도 되는 의자를 한 줄로 설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게의 매출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인 에르베는 올해 매출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 30000유로의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리비에라 해안에 있는 카페 레스탕코. 차오르는 바닷물로 테라스에 말뚝을 박아놓았다.
 리비에라 해안에 있는 카페 레스탕코. 차오르는 바닷물로 테라스에 말뚝을 박아놓았다.
ⓒ <바-마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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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하는 바닷물, 줄어드는 해변

자연위험미션협회(Association Mission Risques Naturels, MRN)에 의하면 해변에서 5미터 이내에 위치한 프랑스의 마을 중 1400여 개가 바닷물의 침식 현상에 노출돼 있다. 이렇게 해수면이 상승해 바다가 육지를 덮는 현상을 해진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6각형 모양인데, 이 중 3각이 바다에 접해 있다. 그중에서 특히 남서부인 랑그독–후시옹(Languedoc-Roussillon) 지역과 대서양에 접한 서쪽의 아끼텐(Aquitaine) 지역, 북쪽의 노르-파-드-칼레(Nord-Pas-de-Calais) 지역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아끼텐 지역의 해변 마을 술락-쉬-메르(Soulac-sur-Mer)는 바다물의 침식이 가장 심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1년에 평균 8미터의 해변이 잠식되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바닷물 침식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프랑스 해안에서는 매년 평균 0.8미터씩 해변이 사라지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이 현상이 심각해져 일부 거리와 집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이 마을은 점점 거세지는 파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해변에 대형 바위를 설치하기도 했으나 해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는 1890년 이후 1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모래가 바닷물에 침식됐다. 이 마을에 있는 32헥타르의 아멜리 모래언덕(la dune de l'Amelie)도 바닷물 침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50년에 311미터였던 넓이가 1998년에는 208미터로 줄어들었을 정도다.

아르까숑 연안도 지난 25년간 심한 해진 현상을 보였다. 근처에 있는 페레 갑(岬)이 1977년부터 해마다 1~18미터씩 바닷물에 잠식되고 있다. 특히 춘분과 추분에 조수가 심할 때 더 많이 잠식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인 필라 모래언덕(la Dune du Pyla)에서도 해진 현상으로 1년에 1~5미터의 모래가 물에 잠기고 있다. 근처에 소나무를 심어놓았지만 해진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이 언덕 근처에 있는 보루에서 해진 현상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대서양의 벽'으로 불리는 이 보루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해진 현상 때문에 지금은 보루의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리비에라 해안의 해변. 큰 돌로 된 방파제로 파도의 힘을 막아내고 있다.
 리비에라 해안의 해변. 큰 돌로 된 방파제로 파도의 힘을 막아내고 있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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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현상이 심해진 까닭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바닷물의 침식 현상은 이미 1만6000년 전에 시작되었고 계절의 리듬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근대에 들어 빠른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된 것과 관련 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 유급 휴가가 일반화되자 수많은 휴가 인구가 바닷가로 몰렸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바닷가 근처에 많은 주택, 도로, 대형 주차장을 건설하며 자연을 파괴하면서 해진 현상이 심해졌다. 이전부터 해변에 있던 모래언덕을 미관상의 이유로 없애버린 것도 해진이 심해진 이유 중 하나다. 모래언덕은 수분을 흡수했다가, 바닷물이 내려갔을 때 서서히 수분을 토해내는 역할을 했었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은 해진이 심해진 요인의 하나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인 베르나르 샤스피에르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30~40센티미터 올라갈 것이고, 라 꼬뜨 다쥐르에 있는 프레쥐스(Frejus)나 아게(Agay) 같은 해안마을에서는 바닷물 높이가 (지금보다) 최고 1미터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8월 25일자 <바-마텡>에 밝혔다. 몇몇 전문가들은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50년 후에는 아끼텐 해변의 모래 언덕 중 350미터가 사라질 것이고, 21세기 후반에 아르까숑 연안의 수위가 14미터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해변마을들은 해진 현상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해안에 말뚝을 박거나 커다란 바위를 설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진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마을들은 해변에 인공 모래사장을 쌓아 해변을 높이고 있다. 

니스. 비수기를 이용하여 빈 해변에 모래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니스. 비수기를 이용하여 빈 해변에 모래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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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와 관련해 베르나르 샤스피에르는 다음과 같이 3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바닷가에 돌로 토대를 쌓는 것이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모래를 가득 채운 천 튜브를 쌓아놓거나, 모래의 양이 충분할 경우 해변 뒤쪽에 모래 토관을 쌓아 물을 퍼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방식은 바닷물 속에 금속판을 설치하여 파도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사용되었던 방식인데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바 지역의 라 센느 해변마을에서도 이 방식을 채택하려다가 비용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바 지역의 30개 해변마을 책임자가 8월 말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부 당국도 해진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해결책 앞에서는 다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안 침식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바다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초정부 조사 그룹(GIEC)'은 2100년까지 태평양의 수위가 18~50센티미터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섬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섬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후 망명자 신분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르타뉴 해변(셍 말로)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바닷가에 지나치게 많이 지어진 집들은 해진 현상을 심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브르타뉴 해변(셍 말로)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바닷가에 지나치게 많이 지어진 집들은 해진 현상을 심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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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변, #해진, #온난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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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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