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에 만난 바위산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에 만난 바위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스플리트에서 플리트비체 가는 길은 내륙으로 새로 난 고속도로를 따라간다. 그러므로 아드리아해를 볼 수 없다. 시베닉과 자다르를 지나 포세다리에에 이르러서야 아드리아해를 다시 만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곧 이어 10㎞가 넘는 긴 터널을 통해 디나르 알프스 산맥을 넘는다. 산악지대로 접어들면서 구름이 밀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앞으로 날씨가 좋기는 틀린 것 같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에서 날씨가 너무나 좋았으니, 반대로 비오는 날씨도 만나는가 보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차는 국도와 지방도를 통해 플리트비츠카 예제라로 간다. 플리트비츠카는 '플리트비체의'라는 뜻이고, 예제라는 '호수'라는 뜻이다. 플리트비츠카 예제라는 국립공원의 이름이며, 동시에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우리는 플리트비츠카 예제라 외곽의 그라보바치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제 비가 꽤나 많이 온다. 지나가는 소나기의 차원이 아니다. 모두들 우산과 우비를 준비한다. 점심은 오스트리아식 슈니첼이다. 한때 오스트리아가 이 지역을 지배해서, 슈니첼이 이 지역의 보편적 음식이 된 모양이다.

슈니첼은 돈까스 비슷한 것으로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다. 모두들 여유를 가지고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후 커피나 차도 한잔 마신다. 식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린다. 우리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북쪽의 1번 출입구로 간다. 이곳으로 들어가 호수의 하류로부터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갈 예정이다. 플리트비체 호수는 하류의 노바코비카 브로드로부터 상류의 프로쉬칸스코 예제로까지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폭포 위에도 구름이 걸렸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공원의 입구에는 낚시도 안 되고, 수영도 안 되고, 취사도 안 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잠시 길이 이어지더니 빗속에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 위로 구름이 걸려 있다. 우리는 폭포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노바코비카 브로드 호수로 내려간다. 호수 옆 높은 곳으로 비교적 넓은 길이 나 있고, 호수로 내려가는 길은 산책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비가 와서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모두들 조심한다.

호수에 이르니 석회석에 의해 정화된 파란색 물이 보인다. 파랗다기보다는 에메랄드빛이다. 호수 위 곳곳에는 목재 데크가 있어 좀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호수 주변에서는 다양한 식생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식물과 꽃이 많다. 이곳 국립공원에는 갈색 곰 등의 동물과 독수리 같은 조류도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는 길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플리트비체 최대폭포
 플리트비체 최대폭포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15분쯤 걸어 우리는 플리트비체에서 가장 높은 폭포에 도착한다. 높이가 78m로 벨리키 슬랩에서 떨어진 다음 노바코비카 브로드로 흘러든다. 그렇지만 폭포가 여러 갈래로 떨어지고, 물줄기가 벽에 여러 번 부딪치기 때문에 그렇게 높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수량도 많지 않아 장쾌한 맛도 부족하다. 날씨 역시 좋지 않아 시원한 느낌도 부족하다.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폭포에서 길은 두 갈래 갈라진다. 슬랩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칼루제로바치 호수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당연히 호수를 따라 나 있는 길을 따라간다. 그런데 호수마다 물빛이 다르다. 그것은 호수의 깊이, 햇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반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호수인 가바노바치에 이르자 비가 개기 시작한다. 햇빛이 나니까 호수의 속을 더 깊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날이 좋아지니 보이는 게 다르구먼

작은 폭포의 포말
 작은 폭포의 포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물에서는 송어가 뛰어 놀고 청둥오리가 유유히 헤엄친다. 그런데 이들 어류와 조류가 천적 관계가 아니고 친구처럼 어울린다. 물속에 잠긴 나무 등걸 아래로 켜켜이 쌓인 석회암을 볼 수 있다. 이들 석회암이 물의 정화기능과 함께 물 색깔을 에메랄드빛으로 만드는 것 같다. 햇빛이 비치니 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인다. 갑자기 떨어지는 경사에서는 폭포처럼 물이 포말을 일으킨다.

밀라노바치 호수에서는 하늘색처럼 밝고 선명한 물빛을 볼 수 있다. 마치 천국에 있는 호수처럼 맑고 영롱하다. 호수 주변에는 초롱꽃, 갈대 같은 것들이 있어 천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곳 호수의 아름다움은 1965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 <은빛 호수의 보물>을 통해 서양에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때 플리트비치로 가는 도로가 생기면서 유럽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 크로아티아 최대의 자연관광지가 되었다.

물빛이 정말 아름다운 호수
 물빛이 정말 아름다운 호수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1991년 이곳에서 플리트비체 피의 부활절(3월 31일) 사건이 발생하면서 크로아티아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 크로아티아 자치 경찰과 세르비아인이 주축이 된 공식 경찰 사이에 갈등이 생겨 양측에서 1명씩 죽고 20여 명이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유고 정부가 개입했고, 이 지역을 세르비아인이 주축이 된 유고군이 점령하게 되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군이 1995년 8월 폭풍작전을 통해 플리트비체 지역을 탈환하게 되었고, 플리트비체가 다시 크로아티아에 속하게 되었다.

밀라노바치 호수를 따라 가는 길은 물가로 길게 이어진다. 이 길의 끝에는 역시 작은 폭포가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물을 건너 코지아크 호수우안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물을 건너지 않고 코지아크 호수 좌안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코지아크 우안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배를 타고 코지아크 호수를 가로질러 갈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또 호수 가운데서 플리트비체 경치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플리트비체 거슬러 올라가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지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지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배는 하류의 P3 지점에서 타게 되는데, 코지아크 호수를 거슬러 상류의 P2 지점까지 가게 된다. 배는 100명이 탈 수 있는 배와 150명이 탈 수 있는 배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정원이 차면 배가 떠나는 형식을 취한다. 여름에는 관광객이 많아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 때문에 우리도 20분을 기다려 배를 탈 수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나무 데크로 만든 선착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배도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선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배는 코지아크 호수 가운데로 천천히 들어간다. 물빛은 여전히 파랗다. 그런데 그 사이 해가 들어가 밝음의 정도가 떨어진다. 반대쪽에서 오는 배가 우리 배와 교차한다. 파도가 생기면서 배가 조금 흔들린다. 배에 탄 관광객들이 서로 손을 흔든다. 호숫가로 작은 폭포도 보인다. 20분 만에 배는 P2 선착장에 도착한다. P2 선착장에서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부르게티 호수 오른쪽으로 해서 상류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왼쪽으로 해서 상류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호수를 운행하는 배
 호수를 운행하는 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길을 따라 가면 그라딘스코, 갈로바치를 거쳐 최상류의 프로쉬찬스코 호수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시간 여유가 없어서 P2 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P1 선착장으로 넘어간다. P2 선착장에서 P1 선착장은 지척이다. 선착장 주변에는 오리들이 유난히 많다. 오리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인 게 분명하다. P1 선착장에서 우리는 2번 정류장(ST2)을 지나 2번 출입구 쪽으로 나갈 예정이다.

2번 정류장은 세 칸으로 된 플리트비체 순환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이 순환버스는 밀라노비치 호수 옆 1번 정류장(ST1)에서 출발해, 이곳을 거친 다음 프로쉬찬스코 호수 아래 4번 정류장까지 운행한다. 그러므로 플리트비체 호수를 제대로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 배 타기, 버스 타기를 조합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P2 선착장까지 간 다음, 걸어서 상류의 호수를 관광하며 최상류의 프로쉬찬스코 호수까지 간다. 그리고 호수를 끼고 돌아 4번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 다음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1번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행 코스는 1번 출입구로 들어가 1번 출입구로 나오는 원점회귀 관광이 된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선착장에서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조금 오르막이다. 나무들이 울창한 오솔길과 계단을 오르니 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타나고, 주변에 호텔이 3개나 모여 있다. 그러니까 이곳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중간 지점으로 여행객을 위한 숙소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객들은 이곳에 묵으며 플리트비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 호텔을 지나 2번 출입구의 주차장으로 나간다. 그곳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를 많은 사람들이 대단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날씨가 받쳐주지를 않아 대단한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다. 거기다 시간 여유도 없어 호수의 절반 밖에는 보지 못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이처럼 주변의 여건이나 상황이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플리트비체 호수는 정말 아쉬움이 많다. 좋은 날씨에 다시 와 호수 전체를 살펴보고 싶다.

비가 개이는 풍경
 비가 개이는 풍경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제 다음 행선지인 포스토이나 동굴로 가야 한다. 포스토이나로 가려면 먼저 플리트비체에서 180㎞ 떨어진 리이카까지 가야 한다. 리이카는 아드리아해변에 있는 항구 도시로 크로아티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리이카까지는 거의 세 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까지 들어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중간 휴게소에서 휴식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이다. 리이카를 지나 마툴리에서 길은 다시 내륙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17㎞만 가면 슬로베니아 국경인 루파가 나온다. 그곳에서 우리는 유럽연합 국가인 슬로베니아로 들어갈 예정이다.


태그:#플리트비체 국립공원, #78M 폭포, #코지아크 호수, #배 타기, #리이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