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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살펴보기

영묘로 시작된 대성당의 팔각형 지붕
 영묘로 시작된 대성당의 팔각형 지붕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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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은 처음 황제의 영묘로 만들어졌다. 영묘 밖에는 로마시대 코린트 양식의 석주들이 세워져 있다. 이 영묘가 기독교의 공인과 함께 성당으로 전환되었으며, 10세기 크로아티아 왕국의 성립과 함께 성당의 확장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1110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1220년에는 성당에 나무로 된 문을 만들어 달았다. 이 문에는 예수의 삶이 14개 장면으로 조각되어 있다. 13세기에는 또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합창대석이 만들어졌다.

1427년에는 후기 고딕양식의 성 돔니우스 제단이 만들어졌다. 이 제단의 상단부분에 돔니우스가 누워 있고, 가운데는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네 성인이 서 있다. 이들 네 성인이 돔니우스, 아나스타시우스, 마르꼬, 베드로다. 이 제단이 지금까지도 대성당의 중심제단이다. 17세기에는 영묘의 동쪽 일부를 헐고 합창대석을 새롭게 마련했다. 그리고 1770년 성당의 북쪽 면에 성 돔니우스 석관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그것이 나중에 바로크 양식의 제단으로 꾸며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새롭게 만들어진 성 돔니우스 제단이라 부른다.

새로운 성 돔니우스 제단
 새로운 성 돔니우스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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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는 또한 성보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7-8세기 양피지로 만든 필사본이 있다고 한다. 스플리트의 복음서로 불리는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아주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 외 11-12세기의 법전, 13세기 스플리트 지역의 교회사, 15세기 찬송가책 등이 이곳에 있다. 그리고 성찬식에 쓰이던 제기와 패널에 그려진 로마네스 양식의 성모자상 등이 유명하다.   

종탑에 오르며 시내 조망하기

대성당을 나온 우리는 이제 종탑으로 올라간다. 종탑에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종탑 내부를 보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탑 높은 곳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스플리트 시내 그리고 바다를 보기 위해서다. 종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두 사람이 겨우 교차할 수 있을 정도다. 전체가 6층이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런데 1층의 기둥 위 창 모양이 고딕양식이다. 그것으로 보아 1층 일부는 후대 고딕양식으로 보수된 것 같다.

종탑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나 1층에서 고딕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종탑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나 1층에서 고딕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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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종탑은 1890년에서 1906년 사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이때 옛날 탑에 있던 부조들은 그대로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마리아의 수태고지, 예수탄생, 성인 베드로, 돔니우스, 아나스타시우스 조각이다. 종탑을 따라 3층에 오르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4층에 오르자 사방으로의 조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종탑에 매달린 종도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종이 10개 걸려 있다.

종탑에서는 또한 바로 옆의 대성당 지붕을 볼 수 있다. 대성당 지붕에는 십자가가 아닌 특이한 부조가 세워져 있다. 자세히 보니 네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호위하고 있는 꽃봉오리다. 아마 이 건물이 처음 궁전의 영묘로 지어져서 그런 장식이 있는 것 같다. 이 조각품은 로마시대 재능 있는 조각가 라도반(Radovan)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성당으로 쓰이는 영묘 정상부의 사자상
 대성당으로 쓰이는 영묘 정상부의 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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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에 오르자 사방으로의 조망이 확 트인다. 남쪽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그 너머 섬은 한 마디로 시원하다. 바다에는 작은 유람선과 크루즈선이 떠 있다. 그리고 바다에 연해서는 스플리트 기차역이 있다. 그러고 보니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앞이 육상과 해상교통의 출발점이 된다. 방향을 돌려 동쪽으로는 실버게이트 너머 스플리트 도심지역이 이어진다. 행정구역상 루차치 지역으로 빨간 지붕과 숲이 잘 어울린다.

서쪽 지역은 궁전과 함께 대표적인 구시가지다. 궁전 서쪽의 구시가지가 세계문화유산인 스플리트 역사지구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서쪽으로는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고, 약해지는 햇살을 받은 시가지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석양이 질 때 서쪽 해안도로 끝에 앉아, 맥주를 한 잔 마시며 디오크레티아누스 궁과 그 앞의 종려나무 가로수길, 그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는 게 가장 멋지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대성당에서 바라 본 궁전벽과 남쪽 바다
 대성당에서 바라 본 궁전벽과 남쪽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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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은 골든게이트 너머 도브리와 로브레트 지역이 보인다. 이곳이 비교적 신도시 지역으로 최근에 개발되고 있다. 도시 뒤로는 높은 산이 이어지며, 그 산 너머로 스플리트 공항과 세계 문화유산 도시 트로기르가 있다. 이제 아내와 나는 종탑을 내려간다. 내려가면서는 시원한 바다 쪽을 주목한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페스카라, 크로아티아의 리이카, 두브로브니크로 정기선이 운항한다. 현재 스플리트의 인구는 22만 명으로, 크로아티아 해안도시 중에서 가장 크다.      

골든게이트를 지나 그르구르 닌스키 성인 찾아가기

금속기념품 가재
 금속기념품 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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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을 내려와서 나는 동문 쪽으로 간다. 그런데 광장 옆에 재미있는 기념품을 파는 사람이 있다. 금속을 이용해 우리가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었다. 안경을 끼고 담배를 피우는 올빼미를 만들어 금연(No smoking)을 강조했고, 우리가 자주 만나는 어류를 정말 실감나게 만들었다. 도미도 보이고 게도 보이고 오징어도 보인다.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가재다. 실물처럼 껍질에서 빛이 난다. 여행의 끝이라면 하나 살 텐데 아쉽다.

나는 다시 한 번 페리 스타일의 로마시대 건축물들을 살펴본다. 기둥과 두주, 창방과 그 위 벽체가 완벽한 대칭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대 건축은 대칭과 조화에서 항상 아름다움이 나온다. 이곳을 본 다음 나는 동문으로 향한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동문을 환하게 비춘다. 성벽의 높이는 8m쯤 되고, 가운데 아치형의 실버게이트는 높이가 5m쯤 되어 보인다. 문에는 원래 여닫이가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동문 실버게이트
 동문 실버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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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을 나가니 성벽을 따라 온통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이 관광지임을 실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 가게는 기념품만을 파는 게 아니라 의식주와 관계된 모든 것을 팔고 있다. 가면서 보니 성벽의 북동쪽 모서리 바깥으로 보루 형태의 요새가 보인다. 그 옆은 스트로스바예롭 공원이다. 이 공원의 끝 골든게이트(북문) 앞에는  그르구르 닌스키 성인 동상이 있다. 그르구르 성인, 그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스플리트와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성인이다.

그런데 중간에 아내와 나는 디아클레티아누스 궁전의 북문인 골든게이트를 만난다. 동서남쪽의 어떤 문보다 잘 보존되어 있고, 완벽하다. 또 이 문의 이름도 황금이다. 그러므로 네 개의 성문 중 북문이 가장 중요한 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료에 의하면 이 문이 달마티아 지방의 수도였던 살로나로 가는 출발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골든게이트 앞 공원 너머로는 북쪽으로 가는 대로가 이어진다.

북문 골든게이트
 북문 골든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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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구르 성인은 중세 크로아티아 주교로 교황과 대립해서 926년 이후 크로아티아어로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929년 성직을 떠났으며, 이후 그의 행적은 불분명하다. 그는 크로아티아 언어와 문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준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종교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성직자로 인정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 성인이 건강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동상의 발가락을 만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발가락 부분이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다.

이 동상은 크로아티아-유고슬라비아 조각가인 이반 메슈트로비치(1883-1962)에 의해 1929년 만들어졌다. 그는 당시 크로아티아 최고의 조각가였을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이 동상은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의 페리 스타일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인들이 이곳을 점령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궁전 밖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게 되었다.

그르구르 성인상
 그르구르 성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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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고쳐주기와 포도주 사기

우리팀원 30명은 7시 10분 디아클레티아누스 궁전 앞 가로수길에서 다시 만난다. 바다에는 블루라인 페리가 떠 있고, 여객선들도 돌아와 정박해 있다. 파란 바다에는 마지막 햇살이 드리운다. 함께 한 권순긍 교수가 가이드에게 저녁을 조금 늦게 먹어도 좋으니 가로수길에서 석양을 보고 가자고 말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패키지여행에서 그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이곳 바닷가에서 15분 정도 여유시간을 가진 다음, 스플리트에서 북서쪽으로 15㎞ 떨어진 두고폴리에(Dugopolje)로 간다. 두고폴리에는 스플리트 외곽의 신도시로 상공업 관련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 있는 카타리나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는다. 새로 지은 아주 깨끗한 호텔로 방도 아주 넓다. 침실과 욕실, 거실이 따로 있는 형태다. 저녁으로 나온 음식도 아주 정갈하고 맛있다.

두고폴리에 가는 길
 두고폴리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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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나는 이곳 호텔에서 무선 인터넷을 연결, 그동안 미뤘던 국내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한다. 함께 여행하는 최선옥 선생님도 메일을 통해 국내 제자의 부탁을 받게 되었다. 미술을 전공하려는 제자가 자기소개서를 써 보낸 모양인데 뭔가 부족한 듯 했다. 동양화를 전공하려는 제자가 자신의 체험과 능력을 소개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 전시회를 찾아가고 연구한 내용을 주로 적은 모양이다.

대학에서 입학처장을 지낸 권순긍 교수가 문제점을 지적해 준다. 아니, 동양화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을 하려면 혜원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를 얘기해야지, 고흐를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몇 군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내용을 고쳐서 답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크로아티아 포도주를 한잔 마시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런데 호텔에는 포도주가 없다. 우리는 함께 나가 포도주를 사오기로 한다.

스플리트에서 만난 현대자동차들
 스플리트에서 만난 현대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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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차를 타고 호텔로 오면서 알디(ALDI)라는 슈퍼마켓을 보았기 때문에 그곳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이 문을 닫았다. 우리는 잠시 근방에 있는 대형 가전매장엘 들른다. 입구에서 LG 전자 매장을 발견한다. 잠시 종업원과 대화를 나눈다. LG가 한국 제품이고, 우리가 한국 사람들이다. 지금 포도주를 사러 나왔는데 사지 못해서 전자제품이나 구경하려고 한다.

그러자 그 친구, 자기가 포도주 사는 것을 도와주겠단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 편의점에 가면 포도주를 구할 수 있고, 거기까지는 자기 차로 갔다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친절한 경우가 있나. 나는 그의 차를 타고 주유소로 가 2005년과 2009년산 크로아티아 백포도주를 세 병 산다. 한 병에 10유로 정도로 비싸지 않다. 가전매장으로 돌아오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우리 일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와 포도주 한 병을 나눠 마신다. 나머지 두병은 내일이나 모레 다시 마시기로 하고 각자 한 병씩 나눠가진다. 이제 여행에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태그:#스플리트, #대성당, #종탑, #그르구르 니스키, #두고폴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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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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