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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다. - 기자 말

모로코 남자들은 통통한 여자를 좋아해

외국에 있을 때 주위사람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거기 음식은 잘 맞고?"다. 나의 대답은 '응'을 넘어서서 너무 많이 먹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몸무게가 얼마나 불지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이런 걱정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항상 배부르게 먹은 다음에도 빵 하나를 더 건네며 먹으라고 하는 기관장 아저씨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한 가지.

또한 모로코에서는 마른 것보다는 살집이 있는 사람이 미인이라는 쌍둥이 형제 하산과 드리스의 말도 한 몫 하였다. 그럼 뚱뚱해야지 미인이냐는 나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서 역시 나를 많이 먹게 하려고 하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는 너무 말라서 남자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는 고민을 토로한 모로코 친구가 두 명이 있었기 때문에 쌍둥이 형제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그래서 내린 나의 결론은 '모로코 남자들은 과하지 않은 한에서 살집이 있는 여자를 선호한다'였다.

말라서 걱정인 나다. 하지만 남자들의 인기를 얻기위해 살을 찌울 생각은 추후에도 없다고 한다.
 말라서 걱정인 나다. 하지만 남자들의 인기를 얻기위해 살을 찌울 생각은 추후에도 없다고 한다.
ⓒ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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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유는 역시 모로코 음식이 맛있어서였다. 처음에는 손으로 빵을 뜯어 그것을 숟가락 삼아 먹는 방식도,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특유의 향도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누구보다 식탁에 오래 앉아있는 사람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먹지 않던 올리브도 모로코 대표음식인 타진과 먹으니까 맛있어서 나중에는 많이 찾게 되었다.

금식기간에 살이 찌지만 않으면 다행

이런 이유들로 항상 폭식을 하면서도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주가 라마단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그래, 나에겐 라마단 기간이 있으니까 괜찮아"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모로코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고, 더욱 찌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에서 9월로, 이슬람교에서 다섯 가지 의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움(금식)을 행하는 달이다. 한 달간의 라마단 기간은 해마다 조금씩 빨라지는데 그 이유는 이슬람력이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력과 비교하여 약 11일정도 짧기 때문이다.

올해 모로코에서의 라마단 기간은 8월2일 날 시작됐다. 우리가 봉사하는 기관장 아저씨의 처제인 네자는 하루 일찍인 8월1일에 단식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네자의 남자친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내고 있는데 거기서는 라마단이 8월1일부터여서 남자친구를 따른다고 했다.

단식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는 것은 아니고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해가 진후에도 먹지 않을 거라고 하니 독실한 무슬림인 아하메드는 "그러면 죽지"라며 단번에 잘라 말한다.

이슬람교의 경전, 꾸란. 각 가정집마다 꾸란의 구절들이 걸려있다.
 이슬람교의 경전, 꾸란. 각 가정집마다 꾸란의 구절들이 걸려있다.
ⓒ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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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일출시간의 기준은 하루에 다섯 번 있는 기도시간으로 알 수 있다. 단식은 다섯 번의 예배 시간 중 하루의 첫 번째 기도시간인 4시에 시작하는 새벽예배부터 네 번째 예배시간인 7시 반쯤인 일몰예배까지 적용이 된다.

라마단 기간 동안 먹는 것과 더불어 마시는 것 또한 금지된다. 라마단 기간은 매년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계절이든 라마단이 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름에 라마단을 맞이하면 유난히 힘든 한 달이 된다.

여름에는 해가 긴데다가 그 찌는 더위에 물도 한 방울 입에 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하라 사막 투어를 갔을 때는 그곳의 더위와 지금까지 겪어온 더위와는 비교가 안돼서 탄산음료를 구세주라도 되는 냥 찾았었다.

그때 그 땡볕 더위에 12시간을 운전하는데 물 한 모금 입에 못 데는 현지인 운전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딱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대신에 중간 중간 머리에 물을 묻히는 걸로 버티셨다.

사하라 지역이라고 예외는 없다. 우리는 탄산음료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더위였지만 현지인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라마단 기간의 금식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사하라 지역이라고 예외는 없다. 우리는 탄산음료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더위였지만 현지인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라마단 기간의 금식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 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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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은 알라와 가장 영적으로 가까워지는 기간

라마단은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달이다. 그러므로 금식뿐 아니라 금욕도 행한다. 담배와 남녀와의 접촉, 여자에게는 화장 또한 삼간다. 내로라할 골초인 하산과 드리스는 라마단이 오기 며칠 전부터 라마단에 담배를 못 피기 때문에 큰일 났다며 걱정을 했다.

라마단 기간엔 신경이 날카로워질 거라며 자기들에게 농담도 하지 말란다. 봉사를 하는 동안에 같이 단식을 한 나는 일몰예배를 알리는 아단(Adhan, 예배를 알리는 소리)을 들은 즉시 음식이 차려진 곳으로 뛰어간 반면 하산과 드리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성격 하는 하산도 길에서 시비가 붙어도 "라마단이라서 참는다"라며 성질을 죽이곤 했다. 또한 이 기간에는 평소 때보다 유독 히잡 두른 여자와 질레바를 입은 남자가 많이 보였다. 아하메드는 라마단 기간은 알라와 가장 영적으로 가까워지는 기간이라며 4시에 있는 새벽예배까지 꼬박꼬박 모스크를 다녔다.

라마단 기간에는 질레바를 입은 남자와 히잡을 두런 여자가 더 많이 눈에 띈다.
 라마단 기간에는 질레바를 입은 남자와 히잡을 두런 여자가 더 많이 눈에 띈다.
ⓒ 곽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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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들은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하지 않는다. 많이 먹고 쑥쑥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한 달 동안의 금식은 발육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은 사춘기가 지나면 금식을 시작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는 철저히 금식과 금욕을 지켰다. 한 달 내내 모스크에 가시는 걸 본적이 없는 아지즈 아저씨부터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술도 가끔 마시는 하산과 드리스까지 철저히 라마단기간의 율법을 따랐다. 라마단 기간 중 시장에서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몰매를 맞을 뻔한 얘기를 하산에게 들었을 땐 얼마나 단식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올리브와 함께먹는 타진은 식탁을 뜰 수 없게 만든다
 올리브와 함께먹는 타진은 식탁을 뜰 수 없게 만든다
ⓒ 곽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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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중인 여성은 라마단의 금식에서 예외

그런데 하루는 아지즈 아저씨의 막내동생인 후다가 자기는 오늘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윙크를 보낸다. 사연인즉슨 여성은 생리기간 동안에는 금식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라마단이 끝난 후에 금식을 하지 않았던 기간만큼 더 금식을 해야 한다.

나 또한 단식을 3일 해보았다. 귀국으로 계속할 수가 없었다.  라마단 첫날에는 우리를 모르는 동네사람들까지 지나가면서 금식을 하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하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분부터 박수까지 쳐주시는 분까지 모두가 좋아하셨다.

단식 중엔 밥을 먹지 않는 것보다 물을 못 마시는 것이 더 힘들었다. 해가 질 때쯤에는 머리가 어질어질 하기도 했다. 그제야 '라마단 기간엔 사람들 신경이 날카로워져'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라마단 이튿날은 벌써 익숙해졌는지 어지러운 증상도 덜하고, 해가 질 때쯤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만 빼면 참을 만했다. 라마단 삼일째, 오전에 아지즈 아저씨의 딸인 7살 난 요스라가 소리만 들어도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아이스크림을 나에게 건넨다. 아무생각 없이 한입 먹으니 요스라가 까르르 웃는다. 그제야 내가 단식 중이었다는 걸 깨닫고 요스라를 탓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요스라는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하더니 가족들에게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걸 이르느라 정신이 없다. 아지즈 아저씨께 정말 까먹고 한 입 먹는 것이라고 하소연을 하니 가끔 무슬림도 라마단 기간인 걸 깜빡하고 그런 실수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모르고 먹은 것은 알라도 용서해준다며 위로를 해주신다.

장난꾸러기 요스라는 금식을 하는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장난꾸러기 요스라는 금식을 하는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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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 #라마단, #금식 , #무슬림,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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