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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한민국은 '다이내믹'입니다. '오세훈 사퇴'-'곽노현 2억원'-'박원순 출마설' 그리고 '안철수 출마설'까지 약 열흘간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을 보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사를 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안철수 출마설을 단독보도했던 <오마이뉴스>는 5일 오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안 교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단독 보도한 것이 지난 1일 밤입니다.

 

그런데 다음날에는 한국 개신교 일부 목사들이 기독교 정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기독교 정당 설립을 추진해 온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9월 2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당 준비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당 이름은 가칭 '기독자유민주당'(기독당)입니다. 

 

서울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일부 대형교회와 목사들이 주민투표 독려 설교를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고, 붉은 덧칠까지는 하는 바람에 더 큰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당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엄청난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왜 그들은 기독교정당을 만들려고 할까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왜 개신교는 미국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요

 

"미국 없는 한국 안보는 있을 수 없다. 지금도 땅굴이 부산까지 내려왔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이처럼 차기에는 반공, 친미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야 국회도 갈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뭉쳐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 반공과 친미를 표방하는 새로운 보수 기독교 정당이 창당되어야 한다." - 8월 30일 <뉴스앤조이> 김홍도 목사, "반공·친미 대통령 뽑자"

 

지난 8월 29일 경기도 양수리수양관에서 열린 기독교 지도자 포럼에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한 말입니다. 전광훈 목사도 "종북 좌파와 전교조가 우리의 주적이 미국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이제 목회자들이 일어나 이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 말을 요약하면 대한민국에서 빨갱이를 몰아내고 미국을 사랑하는 정당을 만들고 대통령을 뽑자는 말입니다.

 

궁금합니다. 왜 개신교(이하 한국교회)는 이처럼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을 조금만 비판하면 빨갱이라고 단죄할 정도로 반공주의에 매몰되었을까요. 이를 알지 못하면 '기독교는 개독교'라고 비난하는 데만 그칠 뿐입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 온 것(여기서는 개신교)은 약 130년쯤 되었습니다. 선교사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거주 허락을 받은 이는 알렌(Horace N. Allen)으로 1884년 입국했습니다. 이듬해에 '광혜원'(제중원)을 설립한 이가 바로 알렌입니다. 이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이 들어옵니다. 연이어 영국 성공회와 호주 장로회 등에서 선교사들이 들어왔지만 1893년 이후 한국에 파송된 개신교 선교사의 거의 90%가 미국인거나 미국 교회에서 파송된 선교사였습니다.

 

알렌이 제중원을 설립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선교사들은 기독교만 전한 것이 아니라 의료사업을 벌입니다. 제중원으로 시작된 의료사업은 부산, 평양, 대구, 청주, 강계, 전주, 개성, 춘천, 인천 등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1904년 세브란스 병원이 세워집니다. 그리고 아펜젤러는 '배제학당', 스크랜톤은 '이화학당', 언더우드는 '연희전문학교' 등을 설립합니다. 이렇득 의료사업과 교육사업을 통해 개신교는 우리나라 근대문명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910년의 통계에 따르면, 당시 인가된 학교의 35%가 미션스쿨이었다. 미션스쿨은 학생 수가 많았고 시설이 훌륭했다. 또 가장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있었고, 교사의 질도 높았다.한데 기독교 신자들이 대거 식민지 조선 사회의 엘리트로 등장했고, 그들을 통해 근대주의적 계몽운동이 활발해졌다. 이들은 일본 유학파 출신의 진보적 지식인들과 함께 식민지 조선의 대중사회를 이끌었고, 해방 이후에는 가장 막강한 지배계층으로 자리잡는다. 해방 직후까지 기독교 인구는 고작 전 인구의 3%를 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담론화 능력은 점차 한국인의 근대주의적 심성을 지배했다." - 2010.11.05 <한겨레21>  제834호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미국의 '영'으로 오셨네

 

근대성 심어준 미국 비난은 '배은망덕'

 

특히 미국 선교사들은 지금도 비판받고 있는 '근본주의'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근본주의에 바탕한 신학과 의료와 교육사업이 그대로 연결됩니다. 이는 우리나라 근대문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미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입니다. 한국교회만 미국에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 되는 것이지요.

 

지금은 서울에 한 건물 건너 하나의 십자가가 있을 정도로 교회가 많지만 초기에는 평안도와 황해도가 전체 신자의 80%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해방과 더불어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섰고, 토지개혁이 실시되면서 기독교는 재산을 빼앗기고 더이상 그 지역에 발붙일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남쪽으로 내려온 기독교는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보다 앞서 한국교회에 뼈아픈 경험이 있으니 일본식민지 기간 중 범한 신사참배입니다.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지도자 70여 명이 구속됐고, 당시 사립학교의 70%를 점한 신학교를 포함한 그리스도교계 학교들이 폐쇄되거나 관공립학교로 흡수됐습니다. 1938년 9월 9일 평양 서문 밖 교회에서는 제27회 장로교 총회가 열렸는데, 일본 경찰은 기독교인들의 신사참배를 종용하기위해 총회장 안에까지 경찰력을 배치해 압박을 했습니다. 일본 경찰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기독교인들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결의합니다.

 

"아등은, 신사는 종교가 아니요, 기독교 교리에 위반하지 않는 본의를 이해하고 신사참배가 애국적 국가의식임을 자각하여 이에 신사참배를 솔선 여행(勵行-힘써 행함)하고 추히 국민 정신 총동원에 참가하여 비상 시국하에 총후(銃後-후방 국민 곧 조선사람을 말함)황국신민으로서 적성(赤誠-참된 정성)을 다하기로 기함'" - <한국교회사>(김영재 지음, 개혁주의신행협회) 213쪽)

 

이는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남아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교회는 미국 근본주의 신학을 받았습니다. 근본주의는 기독교 절대성과 타종교에 대한 철저한 배타성에서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이므로 회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사참배를 범했던 이들은 자기들 죄를 합리화하기 위해 공산주의를 이용합니다.

 

마지못해 신사참배를 해야 했던 자신들의 행위는 얼치기 악마의 그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것으로 괴로워하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악마는 이미 이웃으로 우리의 일부가 됐고, 많은 신자를 빼앗아갔으며, 시시각각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 2010.11.26 <한겨레21> 제837호 신사참배 수치심을 공산주의 증오로 

 

주기철 목사처럼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순교한 목사와 장로, 신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신사참배에 무릎을 꿇었고, 결국은 회개보다는 자기를 죄를 덮기 위해 악마를 찾았는데 바로 그것이 공산주의입니다. 일제식민지 때는 친일파였다가 조국 해방 후는 철저한 반공주의가 되었던 이 땅의 또 다른 민족과 민주주의 배반자들처럼 말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초기 한국교회는 평안도와 황해도 중심입니다. 해방 이후 이들은 대부분 월남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에서 내려온 이들 모두가 신사참배자들은 아니란 겁니다. 마지막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지도자들 중에도 월남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신사참배를 한 기독교 지도자들과 월남을 통해 공산주의에 대한 복수심이 생긴 지도자들은 한국전쟁-이승만-박정희 정권을 지내오면서 '반공이념'이란 것을 자신들의 복수심에 덧붙여 더 강하고 공격적인 신앙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반공주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근본주의와 반공근본주의

 

특히 박정희 정권은 이를 잘 이용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개발독재를 이용한 경제부흥으로 정통성을 찾아갑니다. 그는 안으로는 '한국적민주주의'라는 독특한 독재민주주의를 만들어 비판 세력을 옥죄었고 밖에서는 경제부흥을 가로막는 악마인 공산주의(김일성)를 한반도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공산주의는 한국교회(기독교근본주의)와 박정희 정권(반공근본주의)에게 공동의 적이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독교근본주의와 반공근본주의가 하나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한국교회는 무슨 집회만 열면 "반공·친미"를 외칩니다. 일부 목사들이 대놓고 반공·친미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기독교근본주의와 반공근본주의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견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는 아무 도움 안 되지요. 이를 깨야 합니다. 그것을 깨는 길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노력하고 민주주의에 참가해는 길 외에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교회, #친미, #반공, #신사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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