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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야생화에 심취해 사는 장형태씨. 하우스에서 구절초 묘목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야생화에 심취해 사는 장형태씨. 하우스에서 구절초 묘목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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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꿈꾸며 남도를 찾는 귀농·귀촌자가 늘고 있다. 이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맑은 공기와 풍부한 햇볕, 기름진 논과 밭…. 상대적으로 싼 땅값과 적게 드는 생활비도 매력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남도사람들의 넉넉한 인심도 빼놓을 수 없다.

남도 산하의 꽃향기를 쫓아 날아든 이도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광평리에 살고 있는 장형태(57·대한종묘조경 대표)씨. 경상북도 영주가 고향인 장씨는 지리산에 지천인 야생화에 반해서 남도에 정착했다.

"군대생활을 광주에서 했어요. 그때 지리산을 자주 찾았죠. 들꽃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지리산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잖아요. 언제나 지친 마음 품어주고…. 이곳 구례는 또 야생화 재배의 적지였어요. 기후 좋고 토질도 식물재배에 맞춤이었거든요."

장씨가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구례에 눌러앉은 이유다. 1978년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튼 그는 날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누볐다. 우리 토종의 꽃씨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야생화 채집을 위해 지리산을 넘어 한라산과 설악산, 백두산까지 훑었다.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다.

노인장대. 장형태씨 농원에서 만난 들꽃이다.
 노인장대. 장형태씨 농원에서 만난 들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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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초. 장형태씨 농원은 들꽃들의 천국이다.
 기린초. 장형태씨 농원은 들꽃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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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이렇게 모은 야생화로 자생식물원을 꾸리고 젊은 땀방울을 아낌없이 쏟았다. 식물원을 수선화, 엉겅퀴, 원추리, 구절초, 금낭화, 꽃향유 등 보는 것만으로도 정겨운 들꽃으로 가득 채웠다. 우리 토종꽃의 자연박물관을 만들었다.

"처음 야생화를 재배한다고 할 때 다들 말렸죠. 산과 들에 흔한 것을 뭐하러 키우냐고. 저는 우리꽃을 가꾸고 싶었어요. 화단이나 공원의 외래종 화초도 전부 우리꽃으로 바꾸고 싶었거든요."

장씨가 할미꽃, 구절초, 꽃향유 등 야생화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육묘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다. 야생화 대량 번식에 성공한 그는 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야생화 재배에서 벗어나 유통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

재배가 쉽고 관상가치 높은 옥잠화, 금낭화 등을 관광특산품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야생화 상품화의 첫발이었다.

시범사업으로 구례 화엄사 입구, 광주 비엔날레 행사장과 중외공원의 가로화단을 자생화로 꾸몄다. 1990년대 말엔 야생화를 조경소재로 생산,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조경기사와 원예기사 등 전문인력을 투입, 꽃의 특성과 생태환경를 고려한 시공까지 했다. 생산과 유통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물론 에버랜드, 경주문화엑스포 행사장, 광주 우치공원과 광주천 생태공원 등 곳곳을 자신이 가꾼 들꽃으로 시공했다. 2002월드컵 때 서울 야생화공원과 광주 월드컵경기장 체육공원 조경에도 참여했다.

털머위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는 장형태 씨. 이곳의 들꽃은 장씨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털머위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는 장형태 씨. 이곳의 들꽃은 장씨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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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태 씨가 털머위 하나를 뽑아 뿌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장형태 씨가 털머위 하나를 뽑아 뿌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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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시행착오가 많았죠. 꽃이 피는 곳과 시공현장은 달랐거든요. 한 마디로 경험이 없었던 거죠. 가볼 만한 선진지도 없었고. 지금은 축적된 경험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 사이 부정적이던 주변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좀체 형성되지 않았던 야생화 시장도 커졌다. 학생들의 견학도 줄을 잇는다. 자연계 고등학교와 대학, 공무원교육원, 각급 사회단체의 특강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그의 농원 면적은 7만㎡. 9년째 용방면에 조성하고 있는 특산식물원도 7만㎡에 이른다. '야생화 세상'이 따로 없다.

"한번 피고 지는 서양꽃과 달리, 우리 들꽃은 해마다 꽃을 피우잖아요.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건강하게 뿌리 내리고. 자생력을 갖고 있죠. 상품가치가 높습니다. 지금은 또 환경과 생태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시대잖아요. 야생화를 우리 생활에 접목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국민정서 함양은 물론이고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잖아요."

대한민국 유일의 종자 명장(名匠), 기능한국인, 신지식농업인, 창조농업인, 농학(녹지조경)박사 등 야생화 하나로 수많은 칭호를 얻은 장형태씨. 그는 오늘도 '귀촌 1세대'로써 토박이보다도 더 전라도사람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들꽃 향기를 찾아 구례에 정착한 장형태씨. 30년 동안 토박이보다도 더 전라도사람이 됐다.
 들꽃 향기를 찾아 구례에 정착한 장형태씨. 30년 동안 토박이보다도 더 전라도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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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태 씨가 운영하는 하우스로 가는 길. 왼쪽이 사무실 건물이다.
 장형태 씨가 운영하는 하우스로 가는 길. 왼쪽이 사무실 건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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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형태, #들꽃, #야생화, #대한종묘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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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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