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사업총괄 사장이 재조사 경과와 회사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사업총괄 사장이 재조사 경과와 회사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삼성이 퇴직 후 암 발병자를 왜 지원하나. 결국 직업병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에서 30일 퇴직자 암 치료비로 1억 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당사자들 반응은 냉담하다.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퇴직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을 가로 막아온 삼성전자에서 사실상 직업병 가능성을 인정한 건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반도체-LCD 퇴직자에 암 치료비-사망 위로금 지원

삼성전자는 이날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제도'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인바이론'사의 반도체 근무환경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약속했던 지원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관련기사: "삼성에 제공하는 보고서"... 백혈병 조사 '한계' )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공정에서 1년 이상 일하다 2000년 1월 1일 이후 퇴직한 임직원 가운데 백혈병, 림프종 등 14가지 암으로 투병하는 퇴직자에게 10년간 1억 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암 치료 도중 사망자에게는 사망 위로금 1억 원을 따로 지급한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삼성전자 퇴직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쪽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삼성이 이제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에 나선 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삼성이 산재 소송에 끼어들어 직업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모순된 행위"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 환경과 직업성 암 발병 간에 인과 관계가 증명되지 않아도 암으로 투병 중인 임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인도적 지원 차원"이라고 선을 그은 데 대해 이 노무사는 "지금 산업재해 인정 소송 역시 암 발병과 근무 환경의 개연성을 인정 받아 혜택을 받으려는 것인데 삼성이 퇴직 후 암 발병자를 지원하겠다는 건 결국 직업병 개연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산재 소송에 끼어드는 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0년대 퇴직자와 암 이외 희귀병 환자는 빠져"

지원 대상자를 2000년 이후 퇴직자나 14가지 암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 노무사는 "90년대 퇴사했거나 암 이외 희귀병에 걸린 퇴직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삼성이 지원하기로 한 질병을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상피암, 폐암, 악성중피종, 비강/후두암, 간암, 대장암, 피부암, 뇌종양, 방광암,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14가지 암이다.

하지만 반올림에 피해를 신고한 퇴직자 100여 명 가운데는 다발성 신경병증, 루게릭병(근위축성축삭경화증) 같은 희귀질환도 포함돼 있다. 또 90년대 퇴사했거나 암 진단을 받은 이들도 전체 피해 신과자의 10%에 이르고, 반도체-LCD 외에 휴대폰 공정이나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코닝 등 타 계열사 근무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23일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고 이숙영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맞서 항소했고 삼성전자 역시 '보조 참가자' 자격으로 근로복지공단쪽 변론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은 "이번 제도는 암으로 투병 중인 퇴직 임직원에 대해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서 아픔을 나누기 위해 비록 질병의 원인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산재 인정 소송과는 선을 그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개월간 퇴직 발병자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뒤 내부 심사 절차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이종란 노무사는 "회사에서 먼저 퇴직자들을 조사해 질병과 사망 원인을 파악해 지원하는 게 순서"라면서 "인도적 차원 보상보다 왜 그런 질병이 생기는지 원인을 파악해 직업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태그:#삼성전자, #반도체, #반올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