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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산천은 참 멋스럽습니다. 가파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지가 나옵니다. 또 평지인가 싶으면 여지없이 산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우리네 산야는 굴곡 있는 인간 삶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지난 20, 21일 경남 밀양시가 주최한 팸 투어에 다녀왔습니다. 일정 중 한 곳이 만어사(萬魚寺)였습니다.

 

"만어사에 가려면 작은 차로 바꿔 타야 합니다."

 

도로 사정이 대형버스가 들어가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의아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지요. 작은 암자라면 모를까, 하지만 만어사는 밀양이 얼음골, 표충비와 함께 3대 신비로 꼽을 만큼 관광객 유입 동기가 큰 절집인데 말입니다.

 

가보니 좁은 도로가 이해되더군요. 신비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편하게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만어사는 불편을 느껴야 더욱 신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럴까? 살펴볼까요.

 

간절히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 만어사 '만어석'

 

우선 밀양 만어사는 삼국유사 고기(古記)에 가락국 수로왕이 창건했다(서기 46년)는 기록이 있다는군요. 그래선지 절집 초입에 일주문이 없대요. 자연 자체가 일주문이란 의미로 해석되더군요. 삼라만상을 일주문으로 보는 원대한 시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두 번째로 만어사는 종소리 나는 돌로 유명합니다. 절집 밑으로 흐트러진 무수한 돌들이 물고기 모양을 닮아 만어석(萬魚石)이라 불리며, 돌로 바위를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가 난다 하여 종석(鐘石)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설화가 얽혔더군요.

 

만어사 계곡에 있는 바위들은 옛날에 이곳에 살던 나찰녀 다섯과 흑룡이 사귀면서 횡포를 일삼다 부처님 설법으로 돌로 변했다. 그래서 바위를 두드리면 종소리와 쇳소리, 옥소리 등으로 난다.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가 더해져야 신비한 맛이 배가되는 걸 선조들도 이미 알았나 봅니다.

 

"이거 들려야 좋나요? 안 들려야 좋은 건가요?"

"간절히 소원을 빌면 돌이 들리지 않아요."

 

만어석을 놓고 소원을 간절하게 빌면 쉽게 들리던 돌이 들리지 않는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시험을 하는데 정말 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더군요. '궁하면 통한다'더니, 지극정성 앞에서 통하지 않은 게 없나 봅니다.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성 부족한 탓을 해야겠지요. 저요? 아직 소원이 없어 빌지 않았습니다.

 

미륵전과 서민 불교를 대하는 듯한 '만어사'

 

세 번째로 미륵전입니다. 이곳은 만어사에서 꼭 봐야 할 곳이지요. 미륵전에는 말 그대로 미래불인 미륵불을 모시고 있더군요. 그런데 미륵불 대신 약 5m에 달하는 바위가 들어서 있더군요. 이 바위는 미륵바위 또는 미륵불이라 불린답니다. 이 바위는 오늘날로 치면 스토리텔링이랄 수 있는 설화가 있습니다.

 

"용왕 아들이 부처님 설법을 듣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돌이 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부처 형상이 보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부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다른 거겠죠. 특히 미륵바위 앞에서 간절히 소원을 빌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또 사람들이 바위에 동전을 붙이더군요. 동전이 붙으면 정성이 통해서 원을 이룰 수 있다나 어쩐다나. 부디 중생들의 어리석은 염원 이뤄주소서!

 

이 밖에도 만어사에는 보물 제466호인 만어사 삼층석탑이 있더군요. 하나 더, 만어석에 이름 등을 새겨 훼손하면 이를 보는 이들의 저주대상이 되어 세상살이가 고달프다 하니 이름 새기기를 취미 삼은 분들은 각별히 조심해야겠습니다.

 

만어사를 둘러본 소감요? 선암사처럼 소박한 맛이 있대요. 하지만 절집 형태를 제대로 갖춘 선암사와는 또 다른 맛이었죠. 갖춰지지 않은 절집과 소원을 비는 모습에서 꾸밈없는 서민 불교를 엿본 듯한 느낌이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만어사, #미륵전, #미륵바위, #만어석,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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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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