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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은 자신이 반군의 포로가 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은 자신이 반군의 포로가 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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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군의 포로가 된 것으로 전해졌던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은 체포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과 BBC가 보도했다.

사이프 알 이슬람은 카다피의 후계자로 여겨지던 인물이다.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와 내전이 시작된 후, 국제형사재판소는 반인륜 범죄 혐의로 카다피를 비롯한 3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 사이프 알 이슬람도 그중 하나다. (관련 기사 : "트리폴리 사람들, '카다피가 무너졌다' 파티")

반군은 21일(현지 시각), 사이프 알 이슬람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 측도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그런데 사로잡혔다던 사이프 알 이슬람이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AFP통신은 사이프 알 이슬람을 22일(현지 시각)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 아지지야에서, BBC는 23일(현지 시각)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이프 알 이슬람은 기자들을 만나 "거짓말을 반박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체포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반군이 트리폴리에서 "덫"에 빠졌고, 카다피 친위 세력이 반군의 중추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안전하게 있는가'라고 묻자, 사이프 알 이슬람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두 외신의 이 보도는 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잘 보여준다. 며칠 사이에 정세가 급변하면서 리비아와 관련한 사실은 정확하기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의 예로, 사이프 알 이슬람을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도한 BBC도 전날에는 사이프 알 이슬람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카다피는 어디에?... 최후에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

리비아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사항은 카다피의 행방이다. 사이프 알 이슬람이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있다'고 밝혔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반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하기 직전, 카다피는 지지자들에게 반군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며 "내가 이 전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사이프 알 이슬람은 카다피가 설령 트리폴리를 떠났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처지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말은 이 점을 감안하고 들을 필요가 있다.

반군이 트리폴리 진공 작전을 편 이후 카다피의 행방은 묘연하다. 아들의 말대로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것인지, 트리폴리가 아닌 리비아의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리비아를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한 것인지에 대해 확인된 것은 전혀 없다. 카다피가 끝까지 싸울 것인지, 도피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반군도 카다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전을 마무리하고 정국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외적으로 반군을 대표하는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22일(현지 시각) 반군의 거점인 동부 도시 벵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다피의 시대는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를 잡는 때가 바로 진정한 승리의 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CBS 방송이 보도했다. 반군 대변인인 무하마드 압델 라흐만도 카다피를 잡지 못하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군은 카다피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 외교 사절로 머무르고 있는 마흐무드 나쿠아는 "우리는 카다피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마흐무드 나쿠아는 "전사들이 카다피를 찾을 것"이라면서도 "몇 시간이 걸릴지, 아니면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카다피의 망명 예상 국가로 이런저런 나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루머에 가깝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2일(미국 현지 시각),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카다피가 리비아 안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리비아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에서 한 미술가가 카다피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다피 캐리커처 옆에는 "너는 누구냐"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리비아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에서 한 미술가가 카다피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다피 캐리커처 옆에는 "너는 누구냐"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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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전투, 불안한 트리폴리 시민들

반군은 22일(현지 시각) 트리폴리에서 더 많은 지역을 확보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반군은 트리폴리 국제공항과 카다피의 입 역할을 해온 국영방송을 장악했다.

전황과 관련해 BBC는 "카다피 측 대변인인 무사 이브라힘은 자신들이 트리폴리의 75퍼센트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반군은 자신들이 약 80퍼센트를 장악했다고 주장한다"고 23일 보도했다. BBC는 현지에 있는 자사 보도 인력들이 두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대체로 외신들은 바브 알 아지지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반군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관련, NTC는 벵가지에서 트리폴리로 본부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트리폴리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BBC는 "바브 알 아지지야 주변에서 종일 총성이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저격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탈이 일어나는 등 치안도 매우 불안한 상태다. BBC는 트리폴리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반군 전사들이 사람들의 집에 들어와 모든 것을 훔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이후 리비아는 어디로?

한편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벵가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반군 내 무장 세력 지도자들을 믿지만 그들을 따르는 이들 중 일부의 행동은 걱정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말처럼, 반군은 지휘 체계가 일원화된 조직이 아니다. 반군은 수많은 부족과 정파의 연합체다. 이 때문에 '카다피 이후 새로운 리비아 건설'과 관련해 반군이 분열하고, 반군을 이루고 있는 각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NTC가 대외적으로 반군을 대표하고 있지만, 반군 내 무장 세력들이 모두 NTC의 지도력을 온전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도권 경쟁 문제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석유 관련 이권과도 맞닿아 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산유국 중 하나다. 내전이 벌어지기 전, 리비아의 석유는 80퍼센트 이상 유럽으로 수출됐다. 프랑스와 영국이 리비아 내전에 적극 개입한 것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내전이 벌어진 후 리비아의 1일 석유 생산량은 내전 이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전이 마무리된 후 리비아의 새 정부는 우선 과제로 석유 생산 및 수출 정상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내전 때 반군을 지원한 국가들(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리비아 내 석유 질서 재편 과정에서 이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문제가 반군 내의 복잡한 정치 지형과 얽힐 경우 리비아가 빨리 안정을 되찾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리비아 반군이 수도인 트리폴리를 대부분 장악했다고 보도한 <알 자지라>.
 리비아 반군이 수도인 트리폴리를 대부분 장악했다고 보도한 <알 자지라>.
ⓒ <알 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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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리비아, #아랍 민주화, #카다피,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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