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는 올해 3월부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우리가 꿈꾸던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기자 말>

8월 24일은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8년이 되는 날입니다. 기일을 며칠 앞둔 지난 일요일, 저는 충북 충주 무너미 고든박골에 있는 이오덕 선생님 무덤을 찾았습니다. 혼자가 아니고,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때나 돌아가신 지금이나 이오덕 선생님께 배우고 이오덕 선생님의 뜻을 따르는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해마다 기일 즈음에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겨서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이오덕 공부마당'을 열고, 함께 이오덕 선생님 무덤을 찾곤 합니다. 이날도 오전에는 서울 서교동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강당에서 '제6회 이오덕 공부마당'을 열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8주기를 맞아 이오덕 선생님 무덤을 찾아 이오덕 선생님이 남기신 뜻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 이오덕 선생님 무덤에 모인 사람들 이오덕 선생님 8주기를 맞아 이오덕 선생님 무덤을 찾아 이오덕 선생님이 남기신 뜻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다

제가 이오덕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민주화운동이 들끓던 1980년에 교육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입니다. 학보사 수습기자가 된 나에게 선배들이 권해준 '사회의 진실을 알려주는 책'들 속에 당시 초등학교 교장이던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삶과 믿음의 교실>(한길사)이 있었습니다.

초등교사가 되겠다고 교대에 진학할 때 제가 생각한 초등교사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낭만적인 시골마을에 착하디 착한 초등학교 여선생님 모습이었습니다. 나도 그런 착한 시골학교 여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본 <삶과 믿음의 교실>과 그 뒤에 읽은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청년사)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학교와 교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물론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최루가스를 맡아가며 5·18민주화운동을 겪고, 학교는 휴강과 휴교를 거듭하면서 졸업하고, 스스로 한 약속대로 시골학교로 지원해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제가 교사가 되어 만난 학교는 정말이지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책에 나오는 대로 학교에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부딪히는 불의와 부조리에 저항할 용기가 없어서 날마다 눈물로 지새우면서 학교를 그만둘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난 분이 바로 대학 시절 <삶과 믿음의 교실> 책에서 만난 이오덕 선생님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께 무작정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내 마음을 풀어내는 것으로 족했습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이 왔습니다. 닳은 펜촉으로 굵고 힘찬 글씨로 써내려간 편지는 한없이 약하고 용기 없는 저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제가 옳다고, 힘내라 하셨습니다. 힘들 때마다 편지를 썼는데 그때마다 힘내라는 답장을 주셨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은 저한테만 답장을 해주신 것이 아닙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힘들 때마다 선생님께 편지를 썼고, 선생님이 보내주신 답장을 받으며 저처럼 용기를 얻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선생님께 용기를 얻은 분들이 모여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만들고 나중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주축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오덕 8주기를 맞아 연 '이오덕 공부 마당'에서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원인 이무완 선생님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 제6회 이오덕 공부마당 이오덕 8주기를 맞아 연 '이오덕 공부 마당'에서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원인 이무완 선생님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 임영님

관련사진보기


선생님이 주신 힘으로 세상에 당당히 맞서다

선생님이 주신 힘으로 힘을 냈습니다. 힘이 절로 났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용기를 내서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맞섰습니다. 당당하게 싸웠습니다.

학교에서 바르지 않은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져서 고쳤습니다. 그럴 때마다 관리자들과 부딪히고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지만, 저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한테 가치 있는 삶의 태도를 잘 배웠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셨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지금도 저는 이오덕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주고 계시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엄하게 꾸짖고 잘 한 일은 칭찬해주고 계신 것만 같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온통 '어린이'에 마음을 쏟아서 어린이를 존중하고 어린이의 삶을 가꾸는 교육에 힘쓰셨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상처받은 어린이들, 공부가 부족한 아이들 편에 서셨습니다.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이고 어린이를 학대하는 학교 교육에 맞서서 싸우셨습니다. 동화작가와 시인으로서 그릇된 세상을 표현하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시작으로 '생명을 지키고 해방하는 표현교육'과 '사람이 되게 하는 참교육' 특히 '민주교육'과 '일하기 교육'을 강조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말에 오염이 되어서 우리 겨레말을 잃어가는 현실을 걱정하며, '우리 말 바로 쓰기'와 '우리 말 살리기'에 앞장 서셨고, 번역물 투성이의 외국동화가 넘쳐나는 때에 우리 어린이의 삶이 담긴 '어린이 문학'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자나깨나 늘 어린이의 삶을 걱정하고, 민주교육, 참교육을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이오덕 선생님의 간절한 뜻은 곰삭혀져서 사회 곳곳에 퍼져나갔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방에서 폐교 직전의 열악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서 시작한 '혁신학교 운동'입니다.

우리 교육사상이 아닌 외국 교육 방법에 의존하는 혁신학교

제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신 우리나라 교육의 큰 스승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을 잘 모릅니다.
▲ 이오덕 선생님 생전 모습 제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신 우리나라 교육의 큰 스승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을 잘 모릅니다.
ⓒ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지방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한 혁신학교가 올해는 서울에까지 번져서 '서울형 혁신학교'가 생겨났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이오덕 선생님이 말로 글로 몸으로 가르쳐주셨던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 혁신학교 얘기를 할 때마다 자동으로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와 일본의 교육 얘기들이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다른 나라의 유명한 교육방식이나 철학보다, 교육학자가 아니라 현장 교사셨던 이오덕 선생님이 정리해 놓은 생각이 훨씬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님을 잘 모릅니다. 최근 '혁신학교'와 '학교혁신', '교육혁신'을 얘기할 때마다 우리나라 것은 알려하지 않고, 애써 먼 다른 나라에 가서 배워 오려고만 하고 또 그대로 따라하려고 급급해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외국의 사례 연구가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혁신학교를 만들고 학교와 교육을 혁신하려는 분들이 지금이라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뤄지는 외국의 사례보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바로 보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사상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교육사상가 중에 이오덕 선생님이 우뚝 서 계십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은 동화, 동시, 수필, 평론집, 글쓰기와 우리 말 쓰기 관련 모두 98권입니다.
▲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들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은 동화, 동시, 수필, 평론집, 글쓰기와 우리 말 쓰기 관련 모두 98권입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이오덕 선생님의 꿈을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실현하며

우리가 앞에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우리 학교가 다른 혁신학교보다 좀더 빨리 학교와 교육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와 형편이 완전히 다른 핀란드 같은 유럽식 교육이나 일본의 교육을 잘 따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교육 사상가인 이오덕 선생님이 정리해 놓은 것을 배워 실천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 온 대안학교가 아닌 공교육에서, 농촌의 작은 학교가 아닌 전교생 천 명 가까운 대도시 큰 학교에서 학교와 교육 혁신을 실현하고 있는 중입니다. 머뭇거리지 않고 힘차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이오덕 선생님이 앞서 이뤄놓은 성과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신다면 늘 그러셨듯이 우리 학교에서 이룬 지난 6개월의 성과만으로도 크게 격려하고 용기를 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한 걸음을 막 떼었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백 권 가까이 되는 책에 남기신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이오덕 선생님의 뜻을 하나하나 실현해서 공교육의 흐름을 옳은 방향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이오덕 선생님의 큰 뜻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우리 아이들과 우리나라 교육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오덕 선생님 8주년 기일을 맞는 느낌이 작년과 유난히 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은, 제가 이오덕 선생님이 그토록 바라던 꿈의 학교,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는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오덕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알 수 있는 책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보리), <참교육으로 가는 길>(한길사),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고인돌),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나라말)을 권해 드립니다. 특히 작년에 출간된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은 20년 전에 나온 <참교육으로 가는 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학교와 교육을 제대로 보고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참교육, #민주교육, #이오덕, #우리의교육사상가이오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