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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42년 독재자 카다피의 몰락이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에 맞서는 반군은 21일(현지 시각),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했다. 반군은 '인어의 새벽'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이 작전을 통해 트리폴리 중심부의 녹색광장을 비롯한 주요 지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 아지지야 주변에서는 여전히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알 자지라>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반군을 대표하는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인어의 새벽' 작전이 트리폴리 안에 남아 있던 반카다피 세력과 동쪽, 서쪽, 남쪽에서 동시에 트리폴리로 진격한 반군의 합동 작전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나토군도 공습으로 이 작전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토군은 5개월간 카다피 진영을 공습하며 반군을 지원해왔다.

 

'인어의 새벽' 작전 과정에서 적잖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BBC는 카다피 측 인사인 무사 이브라힘이 트리폴리에서 21일 1300명이 사망하고 5000명이 다쳤으며, 사상자가 너무 많아 병원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무사 이브라힘이 20일(현지 시각)에도 376명이 사망하고 9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다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서쪽에서는 정부군의 저항이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 자지라>는 반군이 서쪽에서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동안, 카다피에게 충성하는 정부군의 저항은 미미했다고 보도했다. NTC의 마흐무드 샤맘은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보호하고 트리폴리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정부군 부대가 항복했다고 밝혔다. 마흐무드 샤맘은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혁명에 합류해 부하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다피 세력 거점이던 녹색광장에 펄럭이는 반군 깃발

 

BBC는 트리폴리 시민들이 예포를 쏘고 깃발을 흔들며 반군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반군이 장악한 녹색광장은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알 자지라> 통신원은 22일(현지 시각), 녹색광장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1일 밤(현지 시각) 리비아 수도에서는 파티가 열렸다. 사람들은 녹색광장을 이제 순교자의 광장으로 부르고 있다(순교자의 광장은 녹색광장의 본래 이름이다). 사람들은 '우리는 자유다'라고 외치며 카다피 포스터에 총을 쏘고 있다."

 

녹색광장은 그동안 카다피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대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카다피가 그러한 지지자들에게 시위대를 공격할 것을 주문한 곳으로, 카다피 세력에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다. 그러한 곳에서 카다피 측의 녹색 깃발이 내려가고 반군의 3색 깃발이 펄럭이게 된 것이다.

 

<알 자지라>의 현지 통신원은 또한 "수백 명이 트리폴리 거리에 나와 있으며, 그들 대부분은 무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리비아 서부 산악 지대 출신의 전사들이다. 이들은 몇 시간 전 트리폴리에 입성해 (카다피) 정부의 통치에서 이 도시를 해방시켰다"고 전했다.

 

이 통신원은 "우리가 리비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카다피와 그 아들들이 자신들이 한 행동 및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를 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트리폴리 사람들은 '정부가 무너졌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군 "카다피의 두 아들 생포"

 

반군 지도부는 21일(현지 시각), 카다피의 두 아들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이 중 하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민간인 학살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이프 알 이슬람(카다피의 둘째아들)이다. ICC는 6월 27일 사이프 알 이슬람 외에도 최고 지도자 카다피, 군 정보기관 책임자 압둘라 알 사누시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사이프 알 이슬람의 신병 인도를 ICC가 반군 측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NTC 위원장 무스타파 압둘 잘릴은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나겠다고 발표하면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카다피와 그 아들들이 안전하게 리비아를 떠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스타파 압둘 잘릴은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에 대해서는 "재판에 넘길 때까지 엄중한 감시 아래 안전한 장소에 가둬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반년을 이어온 리비아 내전은 카다피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카다피를 몰아낸다고 해서 리비아에 곧바로 평화와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수많은 부족 및 세력이 연합한 반군의 결속력이 카다피 축출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정부군과 내전이 한창이던 때에도 반군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모습이 나타났던 것도 이러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갈 곳 마땅찮은 카다피...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도 부담

 

궁지에 몰린 카다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도 변수다. 즉각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무사 이브라힘과 달리, 카다피는 21일 밤(현지 시각) 국영TV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반군에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 내가 이 전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카다피는 육성만 내보냈을 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카다피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군 측의 한 관계자는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카다피에게는 퇴로가 거의 없다. 카다피를 망명자로서 반겨줄 만한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1969년 권력을 잡은 후 아랍권의 다른 나라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맺어왔다. 그렇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카다피가 자신이 만든 <그린북>이라는 '혁명 지침서'를 이슬람 최고 경전인 <코란>에 버금가는 것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반인륜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도 카다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결사항전을 계속 이야기하며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카다피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태그:#리비아, #카다피, #아랍 민주화, #내전, #트리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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