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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소원은 하나. "아빠와 함께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소원은 하나. "아빠와 함께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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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시 한나라당 당사 앞. 경찰 차량을 배경으로 10여 명의 아이들이 서 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들려진 '그림피켓'에서는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아빠를 돌려주세요.'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 너무 사랑해요.'

이들은 한진중 노동자들(한진중 가족대책위)의 자녀들이다. 한진중 국회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전국순회 투쟁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편지도 전달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아빠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청문회에서 조남호가 무릎꿇게 해주세요"

7살 창우는 편지에 '투쟁'이라고 쓴 뒤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그 뜻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투쟁'이란 단어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청문회 때 조남호는 무릎 꿀고(꿇고) 손빌게 해주세요. 혼내주세요."

8살 지원이의 아빠는 해고노동자는 아니다. "해고되지 않았지만 삼촌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단다. "아빠와 뽀뽀하고 (집에) 갈 때 차에서 눈물이 났다"는 지원이는 "우리는 죄가 없어요"라며 "우리 가족 함께 살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어 창우처럼 조남호 한진중 회장을 향해 '미운 감정'을 드러냈다.

"청문회 할 때 누가 잘못 했는지 꼭 발켜(밝혀)주세요. 조남호 회장은 나쁜 사람입니다. 절때로 도와주지 마세요."

한진중 해고노동자의 자녀인 창우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쓴 편지.
 한진중 해고노동자의 자녀인 창우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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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채연이의 아빠도 "해고된 아저씨들과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아빠가) 1년 정도 집에 못들어오고 있다"며 "내 생일 때도 집에 못오고 밖에서 투쟁했다"고 전했다. 그의 소망은 회사가 "빨리 정리해고(를) 철회해서" 내년 생일 때는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이다. 이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한 호소도 빠트리지 않았다.

"조남호에게 정리해고 철회 하라고 해주세요. 우리 아빠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중략) 국민의 편이 되어 주세요. 돈 많은 아저씨 편 들지 마세요. 약한 사람들 도와주세요. 제발 꼭꼭꼭 부탁해요."

초등학교 3학년인 은서는 "회사 앞을 막고 있는 나쁜 사람들이 사라지게 해주세요"라고 첫번째 소원을 빌었다. 이어진 은서의 두번째 소원은 조남호 한진중 회장의 교체였다.

"한진중공업 회장 아저씨를 다른 사람으로 해주세요. 청문회 때 조남호 회장의 잘못을 꼭 밝혀주세요. 국회의원 아저씨가 꼭 해주세요."

은서는 "아빠가 회사에서 배 만드는 것을 보고 싶어요"라며 "우리 아빠가 회사와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썼다. 7살 은빈이도 "우리 아빠가 회사에 들어가게 해주세요"라면서 이런 소원을 빌었다.

"진숙이 이모랑 맛있는 과자 먹고 싶어요."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전국순회 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1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열렸다.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전국순회 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1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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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에서 정리해고 부당성 등이 밝혀지길 기대"

한편 금속노조와 한진중 정리해고철회 투쟁위는 이날 '전국순회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내일 청문회를 통해 한진중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경영진의 경영부실이 확실히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그러나 조남호 회장이 스스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회사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흔쾌히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따라서 우리는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85호 크레인에서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동지와 4명의 동지들이 무사히 땅에 내려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진중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85호 크레인의 동지들과 땅에서 만나 부둥켜안고 실컷 울고 싶다"고 말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번 투쟁은 다른 정리해고 철회 투쟁과 다를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힘이 빠지지 않고 정리해고 철회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진중 해고노동자 71명은 제4차 희망버스가 진행되는 28일까지 한나라당 당사와 국회, 국세청, 한진중 서울사무실, 청와대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인다. 또 15명의 해고자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직장폐쇄를 빙자한 노동탄압 중단'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한진중 해고노동자들의 외침. "해고는 살인이다."
 한진중 해고노동자들의 외침. "해고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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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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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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