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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경찰이 병력 600여 명과 물대포를 포함해 시위진압용 차량 10여 대를 육지에서 제주로 지원배치하면서 강정마을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에 상주하는 평화활동가들과 도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엄지손가락이 닳도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트위터로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15일 오후가 되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언론보도에는 공권력 투입시간이 16일 새벽 네 시 안팎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로 15일 밤이 되자, 경찰 병력을 실은 버스들이 해군기지 사업단 근처에 배치되면서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 도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도외에서 강정마을을 돕기 위해 마을을 찾아와 평화봉사활동을 펼치는 시민들, 야5당 소속 정치인들과 당원들, 해외에서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평화운동가들 등 수많은 사람이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연합군' 대열에 합류했다.

 

이정희-권영길 등 정치인도 경찰 투입 반대 농성 합류

 

그리고 오후 9시가 되자 그 '연합군'이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져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부터 강정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문화제를 열었다.

 

그 연합군 대열에서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얼굴들이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다. 15일 오후에 제주에 도착한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강정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쇠사슬 투쟁'으로 농로폐쇄에 맞서고 있는 현애자 전 위원과 동반 농성에 들어갔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역사의 무덤에 묻히고 싶으면 공권력을 투입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김수영의 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이 되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척자들' 소속 활동가 20여 명도 이날 현장에서 주민들을 지원했다. '개척자들'은 최근 강정마을에서 '평화를 위한 반전 연대'를 주제로 평화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강정마을은 제주도 서귀포의 작은 마을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군사기지로 내몰린 주민들에게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전 지구적 사명을 띤 마을"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에서 온 평화활동가 "강정마을 상황 세계에 알릴 것"

 

미군기지 문제로 10년 넘게 투쟁을 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도 평화활동가들이 찾아와 강정마을 주민들을 응원했다. '오키나와 평화 시민 연락회' 소속 도미야마 마사히로씨와 도미타 에이지씨가 그들이다.

 

도미야마 마사히로씨에게 "강정마을 상황을 잘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오키나와 헤노코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평택의 미군기지 반대 활동가들과 잘 연대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강정마을의 상황을 들어서 조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에 강정마을에서 평화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오키나와를 방문해서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을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키나와로 돌아가면 강정마을의 상황을 보고서로 만들어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한다. 오키나와에서 온 두 활동가는 일주일동안 강정마을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연대하고, 마을 상황을 자세히 조사해서 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줬던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사제들과 신자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강정마을 평화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주민들 및 방문자들이 새벽까지 문화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천주교 신부들과 신자들은 15일 자정부터 16일 새벽 1시까지 중덕해안에서 평화의 미사를 드렸다.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천주교 제주교구 사무국장 고병수 신부는 "4.3 비극의 땅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한 번 더 욕되게 하는 짓"이라고 말하고 나서 "예수님은 평화를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예수님의 평화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치의 흔들림없이 싸웠기에 수많은 사람 불러들일 수 있었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무처장인 윤성남 신부도 "내 고향이 강정이다. 어릴 적 이 근처 보리밭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8월 15일은 예수님이 성모님을 하늘로 불러올리신 날(성모승천대축일)이자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한 날이다. 이런 뜻 깊은 날 우리가 공권력으로부터 강정의 평화를 지켜내어 너무 기쁘다"고 감회를 토로했다.

 

윤 신부는 "평화를 깨는 것은 욕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기를 만들어서 남들보다 더 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문화제에는 이외에도 민주당 소속 박원철, 김경진 도의원과 민주노동당 소속 강경식, 안동우, 김영심 도의원과 국민참여당 오옥만 도당위원장, 진보신당 이경수 도당위원장, 신구범 창조한국당 고문(전 제주지사) 등이 참석해 야권연대 의지를 과시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고희범 전 <한겨레> 사장은 강정주민들을 향해 "정말 존경합니다. 당신들은 지난 4년 동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투쟁하여 왔기에 이곳에 '생명평화결사', '개척자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불러들였고, 미국에서, 일본에서, 네덜란드에서, 오키나와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들였습니다"라고 했다.

 

주민들의 흔들림 없는 의지와 국내외 수많은 시민들의 지원으로 인해 16일 새벽으로 예상된 경찰 투입은 불발로 끝이 났다. 이날 새벽, 외부에서 온 '지원병'들이 돌아간 뒤에 남은 마을 주민들끼리 막걸리 잔 부딪치는 소리가 한결 경쾌하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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