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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최지용 기자, 손형안·이주영 인턴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최종신 : 10일 오후 7시 30분]

진보신당 시도당위원장들 "단식중단 안 하면 강제연행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뉴스를 통해 지켜본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뉴스를 통해 지켜본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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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 한진중공업 사태. 단식 30일을 앞둔 노회찬·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오마이뉴스>가 동행 취재한 10일만 해도 언론 인터뷰가 세 번이나 있었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응원도 계속 이어졌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두 사람의 단식이 어느 정도 여론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통해 성장한 두 유명 정치인이 또 한 번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지 그러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더라도 조 회장의 등장으로 급변할 수 있는 판세에 두 사람은 여론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17일 국회 청문회와 20일 민주노총의 주관하는 '희망시국회의', 27일 4차 '희망의 버스'까지, 몸을 던지는 두 사람의 헌신은 '광화문 크레인'에 오른 '제2의 김진숙'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단식 중단'이 아닌 "쓰러져 실려 나갈 때까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건강을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가'이다. 사실 30일이 넘는 단식은 생명을 걸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29일째인 10일에도 심상정 전 대표는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노회찬 전 대표도 급격히 빠진 체중과 떨어지는 혈압 등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진보신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 바, 전 대표이자 현 상임고문인 두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단식중단'을 요구했다. 조승수 대표와 김현탁 사무총장, 16개 시도당 위원장들은 이날 오후 연석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하고 덕수궁 앞 농성장을 찾았다.

진보신당 시도당위원장들 단식중단 요구하며 농성

조승수 대표를 비롯한 16개 시도당 위원장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찾아와 건강을 걱정하며 단식농성 중단을 제안하고 있다.
 조승수 대표를 비롯한 16개 시도당 위원장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찾아와 건강을 걱정하며 단식농성 중단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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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의 '단식 중단' 요청은 애절하면서도 단호했다. 노·심 두 전 대표들은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심각하게 이들의 호소를 들었다.

고영호 울산시당 위원장은 "두 분의 단식으로 야5당이 움직였고, 4차 희망버스 행사가 서울에서 치러질 예정"이라며 "단식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이 상당부분 진전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상의 단식을 통해 이룰 성과에 비해 두 고문이 입을 신체적 피해나, 당의 과제를 풀기 위해 두 분이 해줄 일이 더 크다"며 "조직의 투쟁으로 넘기고 앞으로의 역할도 고민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른 시도위원장들도 "고문들께서 계속 단식 농성을 해 신체적으로 위험한 경우가 생기는 건 당 활동에 굉장한 손실"이라며 "단식을 중단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복귀해 사람들과 만나서 앞으로 당면한 과제를 풀어가는 데 힘을 써달라"고 촉구했다.

또 일부 위원장들은 "여기(농성장에) 남아 고문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같이 책임질 생각"이라며 "우리도 여기서 단식 농성을 중단해달라는 시위를 할 것"이라고 두 사람을 강하게 압박했다. "당에 경찰이 있으면 강제연행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또한 "내일(11일)이 어느덧 단식 30일째다, 이건 개인의 의지 문제를 떠나 아주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 단식중단을 요청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단식농성 고민을 두 분만 하시지 말고 당과 같이 의논했으면 한다"며 "두 분께서 단식을 중단하지 않는 다면 당대표로서 같이 단식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조남호가 뻗대서 더 해야겠는데..."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촉구하며 죽염과 물에만 의존해 2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촉구하며 죽염과 물에만 의존해 2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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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에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에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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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호소와 충정어린 '협박'에도 두 사람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들은 당 지도부의 강력한 요구에 깊은 고민을 꺼냈다.

노 전 대표는 "애초에 단식 농성을 시작할 때에는 계획이나 전망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 크레인에 사람 하나 올라간 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며 "덕분에 국민적 관심 속에 청문회도 열리고 많은 시민들이 희망의 버스를 탔지만, 오전 조남호 회장의 기자회견을 보니 (정리해고)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문제를 조직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단식중단 포함한)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생각을 해 보겠다"며 즉답을 미뤘다.

심 전 대표 또한 "조금 더 고민을 해보자"라며 "조남호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더 뻗대고 나오니 (단식을) 더 해야겠는데, 접으라 하니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태해결을 위한 교섭테이블을 꾸려야 한다, 어떻게 교섭을 할지는 고민"이라며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일정 정도의 성과지점을 제시했다.

이후 설득하려는 시도당 위원장들과 결정을 미루려는 두 사람의 대화 계속 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희망단식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 결국 판단의 키는 두 사람이 쥐고 있다. 여태까지 성과를 인정하고 다른 싸움을 모색할 것인가, 고난의 역사를 계속하며 이걸로 승부를 낼 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이다.

밥대신 마음의 양식... 노심의 독서 일기
단식하는데 허영만의 '식객' 주고간 잔인한 시민도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탁상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보여주며 "단식농성 중 한 시민이 허영만의 <식객>을 선물로 줘서 읽었는데 잔인한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탁상에 올려져 있는 책들을 보여주며 "단식농성 중 한 시민이 허영만의 <식객>을 선물로 줘서 읽었는데 잔인한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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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노회찬 전 대표는 하루종일 농성장에 앉아 무엇을 할까. 시민들과의 대화, 언론사 인터뷰, 기타 외부활동을 제외한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농성장에 놓인 조그마한 네모 탁상 두 개엔 언제나 책이 놓여있다. 농성 29일째를 맞은 10일, 두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살펴봤다.

노회찬 전 대표는 소년같이 설레는 표정으로 책 한 권을 보여줬다. 그가 어제 구입한 <해삼의 눈>이란 책이었다. "해삼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책"이라고 소개한 노 전 대표는 "한 주제나 사물을 깊이 파고드는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며 "한 주제를 정복하면 다른 분야도 보이는 법"이라 설명했다.

단식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소설가 조해인씨가 준 <아메리카>다. 책 자체도 재미있지만, 작가와 특별한 인연처럼 만난 기억 때문에 뇌리에 남았단다. 그는 "희망단식을 시작하기 2주 전에 30년 전에 읽었던 조해인씨의 <왕십리> 다시 읽었다"며 "이상하게 생각나서 다시 읽었더니 여기서 그분을 만나 뵙고 화분과 책을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 탁상엔 <일기일회><인권, 교문을 넘다><연어><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등 네 권의 책이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었다. 요즘엔 몸이 힘들어 책이 잘 안 읽힌다는 그는 <일기일회>를 읽고 있었다. 그는 "매순간은 한번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요즘 내 마음이 조금 약해진 것 같아 마음 수양 겸 읽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전 대표가 농성장에서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3권이다. 하나는 김애란씨의 <두근두근 내인생>이다. 그는 "조로증 걸린 아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 책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김산의 <아리랑>도 다시 읽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인데, 그 때와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대학교 땐 시대와 역사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어요. 이번엔 대의에 의거해서 산다는 건 어떤 건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대학생 때와 다르게 지금은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는 위치라, 이 책을 읽으며 고독감을 조금 느꼈어요. 인간의 한계도 생각했고."

단식 농성 중 한 시민이 허영만의 <식객>을 선물로 줘서 읽었단다. 심 전 대표에게는 잔인한 선물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땐 먹고 싶은 게 많았어요. 대부도 바지락칼국수와 의정부 부대찌개가 가장 먹고 싶네요. 가서 꼭 먹어볼 생각이에요."


[3신 : 10일 오후 4시]

노회찬 "조남호는 한진중공업 최고 강경파"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고문이 조남호 회장의 '대국민 호소문' 뉴스를 자신의 아이패드를 통해 지켜보며 "전혀 현실성 없고 조 회장이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고문이 조남호 회장의 '대국민 호소문' 뉴스를 자신의 아이패드를 통해 지켜보며 "전혀 현실성 없고 조 회장이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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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 있었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기자회견은 덕수궁 앞 희망단식 농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예상했던 결과'라는 분위기가 절대적이었다.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이 강조됐고 경영회복에 따라 희망퇴직자들을 복직시킨다는 정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때와 비슷하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조 회장의 '대국민 호소'와 관련 "전혀 현실성 없고, 조 회장이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과 해고노동자 측이 실무교섭을 펼쳐 정리해고 관련한 논의 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조 회장의 기자회견은 실무협상보다 훨씬 후퇴한 셈"이라고 낮게 평가 했다.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노 전 대표는 상당히 지쳐있었지만 조 회장을 반박하는 부분에서 눈에 띄게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이 교섭을 하려고 해도 조 회장이 허락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며 "한진중공업에서는 조 회장이 최고 강경파"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노 전 대표는 "'정리해고 철회'를 두고 당사자간의 합의를 무시한 '외부세력'의 요구라고 하는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을 가리키며) 그럼 여기서 단식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자기(조 회장) 머릿속만 내부인가?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또한 조 회장의 발언을 두고 "실망스럽다"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심 전 대표는 "희망퇴직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회사 경영이 나아지면 복직 시키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라며 "이 사태는 정리해고 때문에 일어났는데, 정리해고를 철회하거나 그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조 회장의 발언에 "IMF 이후 도입된 노동유연화는 고통을 분담하는 게 아닌,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이었다"라며 "(회사가 어렵다면) 노사 양쪽이 균형 있게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노동자만 희생하라는 처사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IMF 당시에는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 등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용창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한진중 정리해고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끼 단식에도 허기가 몰려온다... 두 사람은 어떻게 참았을까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신문을 읽으며 주요 현안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신문을 읽으며 주요 현안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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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단식' 농성장에도 점심시간이 찾아 왔다. 두 전 대표를 포함해 동조단식에 나선 사람들은 아무 의식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실무 간부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슬슬 눈치를 보며 일어났다.

점심시간이 되자 길에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두 사람도 바빠졌다. 지나던 사람들이 찾아와 악수를 청하기도 했고 아주머니 몇몇 분들은 아예 자리에 눌러 앉아 두 사람의 피부이야기를 하며 함께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웃고 떠들다가 떠나면 두 사람은 죽염을 입에 털어 넣었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학생으로 두 여성이 찾아왔다. 그들을 노 전 대표와 잘 아는 사이로 보였다. 그는 두 학생을 트친(트위터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있다는 김보라(27), 김보미(24) 자매는 "희망단식하시는 분들게 우리 노래로 힘을 드리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보라씨는 농성장 가운데서 <태평가>와 <밀양아리랑>을 구성지게 불렀다. 두 전 대표는 매우 흐뭇해하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이날 지금까지 본 두 사람의 모습 중에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노 전 대표는 자녀의 재롱을 보는듯 '아빠미소'를 지었다.

심 전 대표는 "이런 분들이 있으니 버티는 것"이라며 심 전 대표는 "공연 말고도 목걸이, 꽃 등 다양한 선물을 주시며 응원을 보내주신다, 혼자 싸우고 있는 게 아니란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는 기자들에게도 고역이다. 앞서 예고한데로 취재기자 2명은 1일 동조단식을 하며 두 사람을 밀착마크하고 있다. 평소 아침을 거르기 때문에 점심만 잘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허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막걸리와 콩국수, 냉명, 물김치.그리고 사람들 손마다 들린 아이스 커피까지.

그렇게 상상 속 음식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노·심 두 사람은 주간지 <시사인>의 인터뷰 때문에 농성장을 떠났다. 이날만 해도 두 번째 인터뷰. 거머리마냥 붙어있는 우리까지 합치면 언론사 세 곳의 취재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던 심 전 대표가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와 물을 챙긴다. 물병을 손끝으로 간신히 들어 올린 그는 바쁘게 지난 사람들과 비교 할 수 없는 느린 걸음으로 인터뷰 장소를 향했다.
대한문 앞에서 울려퍼진 '희망의 판소리'
[인터뷰] 재능기부한 김보라씨 "민요의 본질, 밖에 나가 함께 참여하는 것"
김보라씨가 희망단식을 하는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10일 '밀양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모습.
 김보라씨가 희망단식을 하는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10일 '밀양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모습.
ⓒ 손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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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아리랑 자체가 조금 처지니까 빠른 템포로 불러 볼께요.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데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10일 오후 12시 30분께 대한문 옆 진보신당 단식농성장에는 구수한 민요가락이 울려 퍼졌다. 노래를 옹골지게 부르는 사람은 한국예술종합대학(한예종)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보라(27)씨다. 그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흥겨운 민요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뿐만 아니라, 노회찬 전 대표의 '얼쑤'라는 추임새를 얻기에 충분했다.

노래를 다 마무리 하고 '힘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이동하려는 그를 서둘러 붙잡았다.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밝게 웃으면서 "짧게 해도 되죠"라고 답했다.

어떻게 농성장에 오게됬나는 물음에 김씨는 "트위터에서 노회찬 전 대표가 농성장에서 가진 재능을 보여 달라. 그러면 힘이 될 것 같다는 멘션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몇년 전 용산참사때도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사회문제에 조금씩 참여하는게 의미 있는 행위라 생각되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서 그는 "문제가 얽혀있는 본질은 잘 모른다"며 "그래도 어떤 부조리가 있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예종 내 많은 예술인들도 희망버스 참여와 여타 활동을 통해 한진 중공업 사태 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앞으로 무엇이 되고자 하나는 질문에 "인문학적 예술을 지향하는 국악인으로 남고 싶다"며 "민요의 본질을 공연무대에만 있는게 아니라 밖에 나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 한다"고 답했다. 또 그는 "재미와 웃음을 드리는게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다녀간 후 농성장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실로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의 얼굴엔 웃음기가 머무르고 있었다. 노회찬 전 대표는 시민들의 깜짝 응원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된다. 보라씨 처럼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노래를 불러준 적은 처음이다"며 "오늘도 힘을 내야겠다"고 말했다.

[2신 : 10일 오후 1시 10분]

단식 중인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 "조남호 청문회 명확히 해야"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지지와 격려를 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지지와 격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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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6시, 서울 정동길에는 부슬비가 내렸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29일째 단식중인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정동길 끄트머리, 경향신문사 사옥에 위치한 민주노총 숙직실에서 잠을 잤다.

한동안 덕수궁 대한문 앞 농성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잠을 잤지만 단식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력이 떨어져 보다 안정적인 숙소가 필요했다. 차에서 자 본 사람이라면 안다. 자면 잘수록 피곤해지는 그 불편함을. 단식농성 이후 두 사람은 세면 겸 샤워를 위해 인근 목욕탕에 들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새벽의 어스름이 조금씩 물러날 때쯤, 심 전 대표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걷기 힘든지 돌로 된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왔다. '철의 여인'라는 말이 어울렸던 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툭 건들면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여인이 다리를 질질 끌듯이 걸었다. 몇 미터 안 떨어진 곳에 세워진 차량까지 가는 길이 멀게 보였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농성장에 도착해, 한 시민이 놓아두고 간 장미꽃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농성장에 도착해, 한 시민이 놓아두고 간 장미꽃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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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으로 출발하기 전, 심 고문은 차 뒷 자석에서 목욕도구를 챙겼다. 덕수궁 농성장이 지난 1일 철거되기 전까지 숙소로 이용했던 차다. 차 안은 옷 몇 벌과 책 몇 권, 스탠드 등 온갖 생활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노회찬 전 대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심 전 대표에 비해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인사를 건네는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악수를 하는데 아직 힘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역시 단식의 시간이 묻어났다. 검붉은 얼굴색은 여전했지만 볼이 눈에 띄게 홀쭉해 졌다. 특히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된 활력 넘치는 프로필 사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차로 5분 남짓한 목욕탕으로 가는 길, 두 사람의 차를 타고 이야기를 나눴다.

심 전 대표는 "요즘 기력이 많이 쇠해 힘주는 것도 벅차고, 목욕탕에 다녀오면 고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 생각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단식 6일째 <오마이뉴스>와 했던 인터뷰에서 "커피가 생각난다"고 말했던 것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지금은 대한문 바로 옆 '던킨도너츠'에 화장실을 이용하지만 "커피향에 전혀 감흥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피 앤~ 도넛!'이라는 그 매장의 홍보문구가 심 전 대표 앞에서 무안해 진다.

그런데 정말 먹고 싶은 게 없는 걸까?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 보내자 "예전엔 감자가 생각났어요. 쩍쩍 벌어지는 삶은 감자가요. 요즘에는... 아, 콩나물 국밥 같은 건 먹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역시 그도 사람이다.

노회찬 전 대표는 몸무게가 단식 전에 비해 11kg이 빠졌다. 그래도 그는 "오늘 오전에 조남호 회장의 기자회견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한 달째 못 먹으니까 기력이 많이 쇠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특별히 이상이 생기진 않았어요. 오히려 내면은 맑아지고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어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말씀으론 제 혈압이 낮아진다는군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는데 '임계점이 넘으면 몸에 이상이 있어도 특별한 신호가 오지 않는데 그러다 큰일 난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지속된 단식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노 전 대표는 "자의에 의해 굶게 되면 육체적 고통은 같지만 더 큰 가치나 목표를 위해 견뎌내기 때문에 버티는 힘이 다르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현재 놓여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숙 청문회'가 아닌 '조남호 청문회' 명확히 해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한진중공업 해고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다시는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촉구하며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한진중공업 해고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다시는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촉구하며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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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은 기력이 많이 쇠해 몰려오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며 하품을 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은 기력이 많이 쇠해 몰려오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며 하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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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40분경 농성장에는 노회찬 전 대표가 먼저 도착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을 휴지로 닦았다. 또 빨간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는 이 화분을 두고 "조해일 소설가가 얼마 전에 전달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이날 조남호 회장의 기자회견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게 핵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절함이 묻어나야 한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되어야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기자회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단식이 30일 전후로 해서 마무리 될 것 일각의 예측에 노 전 대표는 "'희망단식' 자체가 목적이 있는 행위이지 단식을 며칠했다 안했다는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나도 힘들 때 마다 상황적 진전에 대해 되물어 지긴 합니다. 그러나 희망단식은 가진 힘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목적의식이 고통을 견뎌내는 힘이자 동력이죠."

노 전 대표는 희망단식이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 주말에 국회가 8월17일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로 봤는데, 이것도 작은 성과라 본다"며 "우리가 애초에 요구해온 조남호 회장의 귀국, 청문회 등이 이뤄지며 변화의 상황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단식 투쟁을 여기서 마무리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리해고 철회, 김진숙이 걸어 내려오는 것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을 시작해 왔어요. 낙엽 한 장이라도 불쏘시개로 더 태우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입니다. 또 노사 교섭 시 유리하게 작용했으면 하는 심정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에게 "이만 나갈까요"라고 말하며 "기력이 없다"고 말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농성장에 도착하니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놓여있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두고 간 장미란다. 그는 꽃을 코에 갖다 대고 향기를 들이켰다.

그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한진중공업 청문회에 김진숙 지도위원을 출석시켜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김진숙이 나오는 조건으로 청문회에 응하겠다고? 조남호 회장이 언제부터 김진숙을 파트너로 인정했습니까? 이번 청문회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한진사태 책임당사자인 조남호 청문회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작태는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청문회를 미끼로 김진숙을 불러 내리겠다는 꼼수로 읽힙니다."

농성장에서 조간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오전 조 회장의 '대국민 호소' 를 앞두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가족대책위, 희망버스 기획단이 공동 주최한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후 오전 10시 30분에 있었던 조 회장의 기자회견은 두 사람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강조됐고, 대책이라는 것은 지난 쌍용자동차 사태와 다를 바 없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게 증명된 지난날이 반복되는 순간이다.

두 사람, 밥 먹기 참 어렵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농성장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농성장을 찾아가 해고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이 농성장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농성장을 찾아가 해고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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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9일 오후 9시 50분]

노회찬과 심상정... 그들이 있는 또 하나의 크레인

경찰이 지난 1일 한진중공업 '희망단식단' 농성장을 강제철거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돗자리와 파라솔을 펼쳐놓고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지난 1일 한진중공업 '희망단식단' 농성장을 강제철거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돗자리와 파라솔을 펼쳐놓고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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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의 김진숙. 200일이 넘는 시간을 고립돼 싸우는 그의 고독감을 덜어내려고 세 번의 '희망의 버스'가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단식 30일째를 앞둔 노회찬과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두 명이 광화문의 또다른 크레인에 올라가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이후 서울과 경기도에서 낙선 한 두 사람은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었다. 심 전 대표는 두 달여 간 미국으로 떠났고, 노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에서 민심의 바닥을 닦았다. 각종 기사와 토론회에서 이름을 알리던 이들은 일정 기간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유명 진보정치인이었다. 특히 오랜 노동운동의 경력은 한진중공업 사태로 불어 닥친 '노동정국'에 다시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이들은 시내 한 복판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2차 희망버스 이후 시작된 이들의 단식은 10일로 29일째를 맞는다. 이렇게 단식이 길어지면 으레 '겉으로는 안 먹는 척하며 뒤에서는 다 먹는 거 아니냐'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하지만 단식을 해본 사람은 안다. 조금이라도 영양 섭취가 있으면 살은 빠지지 않고 몸은 더 힘들어진다. 굶은 때는 그냥 굶는 게 낫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걱정하며 단식농성 중단을 제안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걱정하며 단식농성 중단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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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밥을 끊었지만 아직까지 단식을 철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며칠 전 야 5당 대표가 "그만 식사하시라"고 간곡히 권했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농성을 해제할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함께 단식하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야당 대표들이 찾아온 다음 날 20여 일 동안의 단식을 중단했다. 대중조직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활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식을 중단하고 투쟁 조직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야5당이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결정을 "작은 성과"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희망단식'의 성과는 적지 않다. 소극적이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움직였고, 국회에서는 '조남호 청문회'가 다시 추진된다. 27일 네 번째 희망버스가 기획되는데 여론의 흐름을 잇는 가교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계속 단식하고 있다. 왜일까?

10일, <오마이뉴스>는 두 사람을 밀착 동행취재할 예정이다. 물론 기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다. 하루 동안 두 사람의 입을 지켜보고,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귀를 대 보려 한다.

밥과 인연을 끊은 두 사람은 후각이 예민해졌을 터. 취재기자들은 음식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또 조금이라도 비슷한 심정에서 취재할 수 있게 하루 동안 단식을 함께한다.

두 사람의 일정은 오전 6시부터다. 근처 목욕탕에서 씻는 것을 시작으로 오전 동안은 내내 대한문 앞 농성장을 지킨다. 오후에는 언론사 인터뷰와 진보신당 대표 및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다. 단식 30일이 다가오는 만큼 지속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한진중공업, #김진숙, #노회찬, #심상정,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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