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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캐서린(40)은 한국인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어릴적 입양이 된 벨기에인이다. 벨기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휴가를 한국의 민족음악원 예산학습당(원장 이광수, 예산군 오가면 양막리)에서 보냈다. 장마 뒤 폭염이 이어지던 8월 첫째주 민족음악원 여름캠프에 참가해 4박5일 동안 사물놀이에 푹 빠졌다.

 

그가 처음 사물놀이를 접한 것은 2008년 벨기에에서 열린 사물놀이 워크숍에서다. 한국에서 원어민교사로 1년동안 일할 때도 모국에 대한 감흥을 찾지 못했던 그에게 사물놀이 세계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나는 벨기에에서도 이방인이었고, 1년동안 원어민교사로 한국에 있을 때도 이방인이었어요. 그런데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면서 고향같은 마음을 느꼈어요. 이상한 일이었지요. 대부분의 입양인들이 그렇듯 부모님에 대한, 찾고싶은 마음 그런 복잡한 생각들도 사물놀이를 대하면서 좀 편해졌어요."

 

어릴적부터 피아노 연주를 즐겼던 마리씨는 서구적인 것에 익숙해 있고, 멜로디 있는 악기를 좋아하던 자신이 사물 장단을 좋아하게 된 건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이 있다고 한다.

 

외모만 한국인이지 물 설고, 말 설은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과 함께 자고 먹고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선생님, 사모님 모두 친절해서 정을 느껴요. 말이 안 통해도 장구를 배우는 건 신기하게도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한가지, 제가 처음에는 비나리를 배우고 싶었는데, 말이 너무 안 들려서 포기했어요."

 

 

마리씨는 또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서구적인 것을 너무 좇아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국만의 보물, 한국만의 특별한 것이 많은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못보는 것 같아요. 유럽이 긴 역사를 지켜나가는 것은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 덕분입니다. 사물놀이는 나의 모국이어서가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 들어도 빠져드는 매력적인 소리예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리씨는 벨기에로 돌아가서도 계속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은데 그곳에는 선생님이 없어 아쉽다면서 "돈을 많이 벌어서 한국에 자주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2차까지 진행된 민족음악원 사물놀이 캠프에는 국내는 물론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교포들도 참석해 명실공히 세계 속의 한국,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사물놀이를 실감케 하고 있다. 민족음악원은 국내 각지에 10개 지부, 미국과 일본에 해외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입양인, #사물놀이, #민족음악원, #이광수, #마리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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