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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양화(陽畵)사진은 필름에 피사체의 색채나 톤이 실제의 피사체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어로는 'positive film' 이라 표기하지요. 글 써 먹고 사는 '쓰새' 언니 변지혜와 사진으로 먹고 살길 소망하는 사진학과 '찍새' 변지윤은 자매애로 뭉쳐, [변자매의 양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순간이! 자칫하면 지나치고 말았을 아름다운 무언가를, 선명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사진으로 담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말

분노만큼 센 감정이 있을까, 종종 생각합니다. 희로애락 중에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즐거움은 대부분 현재 일어난 일에 대한 감정이지만 분노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잊고 있던 옛 일이 뒤통수를 치듯 찾아와 격노하게 합니다. 웃으며 넘겼는데 집에 와 생각해 보니 화가 나는 경우도 있고요. 당시에는 달콤했을 연애가 분노로 기억되기도 하다니, 참 거시기합니다.

아직 오래 살진 않았지만, 1년에 한 번꼴로 고비를 넘기면서 깨닫게 된 지혜가 있습니다. 바로 나만의 분노 처리방법을 가지고 있으면 삶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해 다양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등장인물만 바뀐 채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살인사건들이 그렇습니다. 내 안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고 타인에게 투사해 자초한 비극적 결말입니다.

분노, 잘 처리하고 계십니까.
 분노, 잘 처리하고 계십니까.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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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종종 주변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듭니다. 찰나의 화를 참지 못해 막말을 내뱉고 나면 말의 칼날에 찔린 이는 두고두고 아픕니다. 아차, 하는 한순간에 소중히 쌓아온 관계가 무너져 내립니다. 말로 입은 상처는 쉬 치유되지 않거든요.

분노가 습관이 되면 자가 면역세포가 파괴되어 병에 걸리기도 쉬워집니다. 사람이 심하게 화를 내면 뇌에서 노어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 독성은 뱀독 다음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화를 잘 내는 사람은 55세 이전에 심장병이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나 높다고 합니다.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도 5배 이상이고요.

화를 잘 내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합니다.
 화를 잘 내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합니다.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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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분노는 백해무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사 분노 없이 살 수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뒤끝 없이 화내는 법을 익혀두면 분노의 폭풍이 밀려올 때 휩쓸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하루아침에 학습될 리는 없지만, 노력이라도 해야겠죠.

우선 분노가 클라이맥스로 치솟을 때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 가슴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탈탈 털어 욕이라도 퍼붓고 나면 그 순간에는 시원하지만 돌아서면 후회할 확률 100%입니다. 욕을 먹은 사람은 또 가만있겠습니까. 가만있더라도 마음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겁니다. 화가 났을 때는 잠시 자신만의 공간에 숨어 마음을 달래거나, 누워 잠이라도 자는 게 상책입니다.

화가 조금 걷히고 나면 그 때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대화가 안 통하는 부류의 사람도 많기에 또 다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안 보고 살 인연이 아니라면 말로 해서 풀어야겠죠. 이때는 철저히 '지금 나를 화나게 한 바로 그 일' 에 대해서만 말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거나, 옛 일을 들먹이며 화풀이를 하면 안 됩니다.

내면을 탄탄하게 가꾸면 분노할 일이 줄어듭니다.
 내면을 탄탄하게 가꾸면 분노할 일이 줄어듭니다.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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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앤 롤링은 하버드대 졸업 연설에서 플루타르크의 문장 '우리가 내적으로 성취한 것은 외적인 현실을 변화시킨다'를 인용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내면을 탄탄하게 가꾸면 화를 낼 일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보이는 것 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인간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독서나 사색, 자기반성을 통한 내적성취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건너뛴 채 바쁘게 살아갑니다. 우리 사회에 분노의 에너지가 가득한 것,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밖으로 나가 식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땀이 날 때까지 걷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를 친다거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화가 좀 누그러지면 종이에 대책을 적어보는 식으로 내면에 쌓인 감정을 배출해줘야 합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거나 화내는 자신을 책망하다 보면 몸에 병만 생깁니다.

분노→치유→내적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 당신은 대인배!
 분노→치유→내적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 당신은 대인배!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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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에너지는 몹시 강해, 많은 창작자들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람은 행복할 때보다 화가 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아파하기 때문이죠. 분노를 그냥 내뿜으면 배설물에 다름 아니지만, 분노→치유→내적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인상 깊은 창작물을 완성해낼 수 있습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 그 때 나를 괴롭혔던 누군가에 대한 분노 등을 잘 요리한다면 말입니다.

분노는 칼과 같습니다. 마구 휘둘러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지만, 주방에 서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게 하죠. 소소한 일상에, 머리 아프게 하는 인터넷 세상에, 오늘도 쪼는 상사에 분노하신 분들, 마음 잘 추스르시고 분노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분노할 때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질도 더 나아질 테니까요.


태그:#변자매의 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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