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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지난 3월 1일에 개교한 신설학교입니다. 새 학교라 좋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학교 건물에 문제가 많습니다. 고장난 분수대와 페허가 된 옥상정원, 쓰러지고 말라죽은 나무, 비만 오면 물 고이고 꺼지는 보도블럭에 대해서는 앞의 기사에서 이미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최첨단 방송 시설은 개교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정상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늘 고장이 나서 A/S를 수차례 받았는데 여전히 정상 가동이 되지 않습니다. 개교식 때도 말썽을 부리더니 지난 7월에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때 녹음자료를 들려줄 때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열심히 A/S를 신청해서 담당기사가 와서 고쳐도 또 말썽입니다. 새 방송기자재가 정상 가동이 되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어컨도 말썽입니다. 한창 무더웠던 방학 전, 가장 더운 교실인 4층 교실 에어컨이 고장나서 아이들이 찜통 같은 교실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고장난 원인을 알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7월 말 비가 많이 왔을 때는 학교 여기저기서 물이 샜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이 전교실을 돌아봤더니 모두 스물 몇 군데가 물이 샌다고 합니다. 꼭대기층인 4층만 새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도 1층 현관 천장에서도 물이 샜습니다. 천장뿐만 아니라 벽에도 물이 스며들어왔습니다.

 

장마철에 물이 새는 것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서른 해 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여름에 비가 새지 않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비가 오기만 하면 교실 여기저기에 양동이와 세숫대야를 받혀 놓곤 했습니다.

 

해마다 학교에서는 방수공사를 하지만, 방수공사를 해도 여전히 학교는 물이 샙니다. 물이 새니 비가 올 때마다 누전이 돼서 전기가 끊어지기 일쑤고, 새로 페인트칠을 해도 페인트가 누덕누덕 일어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학교 모습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전면 감사 결과  

 

지난 2월에 서울시 교육청은 제가 올린 기사를 바탕으로 해서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 마룻바닥 공사에 대해 전면 감사를 실시했습니다('[보도그후]서울시교육청 마룻바닥 전면 조사' ).

 

이후 서울시 교육청은 7월 27일자로 '학교 바닥교체(후로링) 공사 등 시설공사 특정감사 결과' 를 발표했는데, 중징계 1명을 포함해서 모두 67명이 징계를 받고 9401만7000원을 회수했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소속해 있는 지역청의 경우 2009년에 마룻바닥 공사를 한 학교 13개 중 11개교에 문제가 생겨서 8개교는 재시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건축 역사상 공사 뒤에 문제가 있어서 재시공을 지시한 일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진작부터 공사 뒤에 나타난 문제를 철저하게 밝혀서 공사업체에 재시공을 지시했다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금부터라도 재시공을 하게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와 같이 개교하자마자 망가진 분수대와 조경은 물론 방송실과 에어컨 고장 문제, 방수 문제도 철저하게 시공한 업체한테 책임을 물어서 제대로 작동될 때까지 재시공을 지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음에 다른 학교 공사를 할 때도 업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퇴직예정 교장 재직학교 특정감사 결과 발표

 

또 제가 문제제기했던 '퇴직을 앞둔 교장들이 유독 공사를 많이 벌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해서 8월 2일자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서울시교육청, 퇴직예정 교장 재직학교 특정감사 실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말 퇴직예정 교장 재직학교 67개 중 무려 60개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감사가 퇴직 예정 교장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반발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감사 결과 1명 중징계 포함, 280명이 징계를 받았고, 7000여만 원을 회수했다고 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미 퇴직을 한 16명의 교장은 '퇴직불문'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죄를 저질러도 퇴직을 하면 죄를 묻지 않는 '퇴직불문'에 대해서는 또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건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학교 건축 설계에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을 참여시키는 참여형 학교 건축을 실현하기로 했습니다. ( 학교 건축설계,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참여한다.)

 

또 그동안 학교 공사에 엄청난 낭비요소가 있음을 인정하고 공사비 거품을 빼기 위해 '교육환경개선사업 시민참여협의회'를 조직해 학교 현장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학교 교육환경개선사업 시민참여협의회' 학교 현장 조사)

 

그 결과 450억 예산이 배정되어 있었는데 135억이 필요 없었다고 합니다. 또 객관적이고 엄격한 시설 보수 기준을 정해서 시민 실사단을 투입했더니 2010년도에 시설 보수 신청 총액이 1조 1000억이었는데, 이번에 3800억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동안에 학교 시설에 얼마만한 낭비가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곽노현 "시설비 거품 엄청나. 1조1천억 시설보수비, 3800억으로 줄였다"

- 2011년 07월 04일 (월) 16:30,  조국 서울대 교수와 취임 1주년을 회상하는 대담 (뷰스앤뉴스)에서

 

(앞 내용 생략)

그 다음에 모든 지자체, 국가, 학교 다 마찬가진데, 시설은 무지하게 하게 되어 있잖아요, 행복 인프라, 삶의 인프라니까. 그래서 예산을 막 시설 예산에 투입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시설은 부지선정과 설계와 집기 선정, 이런 모든 과정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서 사실상 시민참여와 감시의 대상이 전혀 아니었던 거예요. 의회의 통제 외에는 (없었죠). 그런데 나는 시설 민주주의를 해야 되겠다, 시설 분야에서도 시민과 전문가에 의한 참여와 검증, 감시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해서 한번 시설행정 시민 검증단을 운영 해봤어요. 그랬더니 450억 예산이 배정되어 있었는데 135억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그 다음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객관적이고 엄격한 시설 보수 기준을 정했어요. 그리고 시민 실사단을 투입하고요. 이 과정을 우리 1300개 학교 다 봤어요. 그랬더니 2010년도에 시설 보수 신청 총액이 1조 1000억이었는데, 이번에 3800억으로 줄었어요. 거품이 얼마였는지 아시겠죠? 이 3,800억도 다 할 순 없죠.

 

이것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시민 실사단, 검증단 거쳐서 아리송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검증을 거쳐서 결정을 할 것인데. 이런 걸 포함해서 감사행정, 감사도 시민 명예감사단을 해서 곁눈질 하게 만들었다고, 직접 못 뛰게. 우리는 시민 감사단으로 정말 전문가로 뽑았어요. 건축사, 회계사, 온갖 전문가들. 그래서 이 양반들이 같이 가서 감사해요. 시민감사단 25명이 지금 작동 중이거든요. 그 다음에 주민예산은, 주민참여예산제도 그래서 예산 감사, 인사 감사, 시설, 옛날로 치면 교무행정 분야에 시민참여와 감시 장치를 만들어냈단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이것을 민간 협치의 정신 아래 정책자문기구를 만들고 이 안에서 교원단체들, 전교조와 교총이 서로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냈거든요, 서로 만나서 토론하고 협의하는 구조를.

 

(뒤 내용 생략)

    
곽노현 교육감 트위터에서
nohyunkwak "바닥 배관의 물마개(봉수)만 몇개 바꿔줘도 냄새가 안 날 것을 악취가 올라온다고 화장실 전면보수를 신청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시설 현장실사활동에 참여한 화장실전문가가 개탄합니다. 시설예산의 낭비와 비효율, 시민참여로 잡아냅니다. (8월 6일)

서울시 교육청은 22개 정책자문위원회 중 학교 설계부터 학교 건축의 전반적인 사안을 자문할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를 조직해서 운영 중입니다. 교육시설공사 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제가 영광스럽게도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 설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시설문제에 대해 교육감님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앞장서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 그동안에 서울시 교육청의 교육시설문제에 얽혀 있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해결되면서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인 교육예산이 학생들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제 그 첫 발을 뗀 셈인데, 현장 교사인 저도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더 안전하고 더 교육적인 학교시설을 마련할 때까지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어 볼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육시설정책이 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와 몇 사람의 정책자문위원들의 노력보다도 교육시설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학교 현장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교육시설, #교육시설정책,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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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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