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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라마단 장식을 달고 있다. 알록달록한 긴 끈이 라마단 장식끈이다.
 레스토랑에서 라마단 장식을 달고 있다. 알록달록한 긴 끈이 라마단 장식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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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대의 명절 라마단이 돌아왔다.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이며 해마다 11일씩 빨라져, 올해는 8월 1일부터 30일까지 약간의 날짜 차이는 있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마다 라마단을 지킨다. 특히 올해 라마단은 26년 만에 가장 긴 금식시간으로 주목받는다. 라마단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체의 음식 섭취, 흡연 등을 금하고 경건하게 생활할 것을 요구받는 기간이다. 라마단의 목적은 금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무슬림의 종교적 의무인 구제도 이 라마단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마다 라마단 기간이 되면 구걸을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입국하는 '원정 거지'들이 많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속을 할 정도다. 이집트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물이나 대추야자 등 먹을거리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이들이 많다.

일체의 향락적인 생활이 금지되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에는 결혼식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라마단을 전후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도 한다.

라마단은 금식을 통해 고행을 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이슬람 국가 최대의 명절이기도 하다. 낮 동안은 금식을 하지만 밤이 되면 마음껏 음식을 먹고 나누며 즐긴다. 1년치 식료품의 1/3이 라마단 중에 소비될 정도다. 식료품 마트뿐만 아니라 대형 쇼핑몰 등이 라마단을 전후해 1년 중 가장 큰 규모의 세일을 한다. 대형 쇼핑몰인 시티스타나 까르푸 몰은 50~80% 세일을 진행 중이다.

라마단 등 장식을 걸어 놓은 마트. 라마단 기간을 전후해서 대부분의 가게나 집들은 라마단 등을 건다.
 라마단 등 장식을 걸어 놓은 마트. 라마단 기간을 전후해서 대부분의 가게나 집들은 라마단 등을 건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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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등을 파는 가게.
 라마단 등을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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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금식, 밤에는 만찬... 라마단 기간 중 1년 식료품의 1/3 소비

라마단을 이틀 앞둔 7월 30일(현지 시각), 쇼핑몰 시티스타는 라마단 직전 마지막 세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장난감 가게와 자라, 망고 등 유명 의류 브랜드 가게로 몰려들었다. 시티스타 주변 도로는 차를 몰고 들어오려는 행렬로 가득 찼고, 지하 마트 스피니즈에서 식료품을 한가득 사서 나가는 가족들로 출구도 혼잡했다. 하지만 라마단을 대형 쇼핑몰에서 즐길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이집트 서민들은 명절 분위기를 내는 쇼핑보다는 밤 시간만이라도 넉넉한 밥상을 차리고 라마단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 먹을 것을 미리 사재기해두기 때문에 특히 식료품 값이 많이 오르는데 올해도 예외 없이 사재기 현상과 물가 상승이 동반 발생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상공회의소는 라마단 기간에 많이 먹는 견과류와 말린 과일의 값이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작년의 수입량이 적은 탓에 올해 공급이 부족하여 값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공급이 부족하자 원산지도, 유통기한도 알 수 없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가 유통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공 식품을 살 때 유통기한과 원산지를 살펴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 많이 먹는 대추야자와 견과류들.
 라마단 기간에 많이 먹는 대추야자와 견과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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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물가... 그래도 명절은 명절

과일 이외의 것들 중 예상외로 야채의 가격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설탕, 밀가루 등 다른 식료품들의 도매가격은 라마단을 앞두고 소폭 상승했으며 소매시장에서도 바로 반영되어 설탕의 경우 2주 전에 비해 12%가량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키르자만 마트에서 파는 라마단 팩. 한국의 명절 선물 세트처럼 유명 마트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라마단 팩을 구성해서 판다. 초록색 봉지 안에는 라마단 기간에 주로 먹는 말린 과일, 견과류, 설탕 등이 들어 있다.
 키르자만 마트에서 파는 라마단 팩. 한국의 명절 선물 세트처럼 유명 마트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라마단 팩을 구성해서 판다. 초록색 봉지 안에는 라마단 기간에 주로 먹는 말린 과일, 견과류, 설탕 등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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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자만 마트에서 라마단 팩을 살펴보고 있던 니헬(43세, 주부)씨는 "가격이 올라도 라마단인데 안 먹을 수는 없고, 마트에서 세일하는 품목 위주로 쇼핑을 한다"고 했다. 니헬씨는 "시장이 더 싸긴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것들이 더 깔끔해서 마트에 온다"며 "그래도 작년보다 라마단 팩이 조금 싸진 느낌이다. 작년에는 거의 제값을 다 받았는데 올해는 그래도 5~10이집트파운드 정도 깎아줘서 선물 보따리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라마단을 준비하는 것은 주부들만이 아니다. 길거리의 가게들도 온통 라마단 장식으로 단장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조명 가게나 문구점에는 라마단 때 거는 등을 내놓고 팔고 있고 식료품 마트들도 견과류와 말린 과일 코너를 크게 벌여 명절 분위기를 내고 있다. 사람들은 동네 골목마다 건물과 건물을 연결한 장식을 달고, 아이들은 밤마다 폭죽을 터트린다.

혁명 이전보다 명절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명절은 명절이다. 시장을 보고, 폭죽을 사고, 라마단 등을 다는 이집트 사람들의 기쁜 얼굴 속에서 신의 뜻을 찾고 이웃을 돌아보는 라마단을 기대하게 된다.


태그:#라마단, #이집트, #이슬람, #명절, #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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