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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씨가 이번 주 한국에 온다. 평양에 사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영화 <히로시마·평양-버려진 피폭자>(2009년)의 국내 첫 상영 및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서다.

 

이토 다카시 감독의 본업은 포토저널리스트다.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아시아 민중의 시점에서 포착하는 일에 관심을 둬, 제국주의 침략전쟁에서 일본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아시아 민중, 일본이 관련된 아시아의 대규모 환경파괴 실태 등을 취재하여 잡지와 방송에 발표하고 있다. 한일· 북일관계에 관한 취재에도 힘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인류적 대재앙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의한 방사선 피폭문제를 취재 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히로시마·평양>은 1945년 아직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히로시마에서 약 27km 떨어진 곳에 가족과 함께 살던 3세 조선인 꼬마를 주인공으로 한다. 원자폭탄 투하 며칠 후, 일본의 패전 소식을 들은 엄마는 히로시마시에 가면 조선 귀국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딸을 데리고 잔류 방사능이 남아있는 히로시마시에 들어간다.

 

북한 원폭 피해자 다룬 <히로시마·평양 - 버려진 피폭자>

 

원자폭탄이 무엇인지, 방사능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꼬마의 이름은 리계선. 결국 귀국은 좌절되었고 리씨의 가족은 가난과 차별에 찌든 삶을 이어갔다. 이후 북한으로의 귀국사업이 시작되었을 무렵 리씨는 대학진학을 위해 가족을 남겨두고 홀홀단신 북한으로 건너간다.  

 

그녀는 히로시마에서 찾아온 어머니에게서 2004년 처음으로 원폭 피해 사실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의 병이 피폭 탓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피폭으로부터 59년이란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왜 59년 동안 딸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을까. 그 슬픈 비밀에는 어떤 연유가 있었던 것일까. 리씨는 피폭 당시의 일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를 원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북일관계와 일본정부의 제제조치로 인해 북한과 일본 사이를 왕래하던 배가 운행 정지된 후, 히로시마에 사는 어머니의 발길은 끊어지고 말았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폭자인 어머니와 딸은 서로의 건강을 염려한다. 그리고 영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끝난다.  

 

촬영은 북일관계가 최악이었던 2008년과 2009년 총 3회에 걸쳐 이루어졌다. 주인공 가족의 아파트, 피폭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온천 요양소, 그리고 군사적 요건으로 접근이 어려운 해안가 등 해외 미디어에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장소에서의 촬영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감독에 의하면 일본인이 북한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북녘에 생존해 있는 원폭 방사능 피해자의 실태는 그다지 알려진 게 없다.

 

촬영을 하면서 감독은 북한 주민과 술도 마시고 함께 노래하며 춤도 추었는데 분량 때문에 작품에서는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다. 감독은 북한에 있는 피폭자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는 충격적 결말과 사건이 무엇인지는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소설가 유미리씨는 작년 10월 월간지 <이오>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의견'만 소리높여 외치는 일본인, 그 '의견'에 입다물고 동의하는 일본인,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전혀 알고자 하지도 않는 일본인이 <히로시마·평양>을 보고 나서, 알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감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아일랜드국제영화제, 남아공국제영화제, 히로시마평화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되었다.

 

방사능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는 피폭자의 아픔, 일본 정부에게 계속 방치되어 온 재북 피폭자들의 분노와 슬픔, 격동의 시대를 거쳐야 했던 재일조선인의 역사, 비정상적인 북일관계 등을 고발하며 일본 사람들 보라고 만든 일본인 감독의 영화는 히로시마 원폭투하일인 8월 6일에 맞춰 처음으로 국내에서 상영된다.

 

'2011 원폭희생자 추모제'(주관 합천평화의집)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경남 합천에서 공개되며, 상영장소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다. 오후 2시부터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곧바로 감독과 관객의 대화가 이어진다. 8일에는 전남대 용봉문화관(주관 <히로시마 평양>광주지역공동체상영준비위원회)에서도 상영회가 있으며, 역시 상영이 끝난 후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 2세의 증언 및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영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어 서비스도 된다.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히로시마·평양> 국내 상영 일정

합천 상영: 8월 6일 오후 2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1층 강당
문의 http://cafe.daum.net/peacehousehapcheon 055-934-0301 
광주 상영: 8월 8일 저녁 7시30분,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4층(후문근처) 
문의 www.gjhrff.com 062)365-0815


태그:#히로시마·평양, #다큐멘터리 영화, #원자폭탄 피해, #북한 피폭자, #이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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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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